[이남영의 문화읽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남영의 문화읽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 이남영 문화부장
  • 승인 2017.11.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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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옛날부터 ‘어른이 되는 순간은 언제부터 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어른’이라 불리는 20살이 됐을 때 까지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었다. 훗날, 나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알게 됐다. 아프리카 속담으로 알려진 이 말은 아이 하나를 성숙한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를 포함한 학교, 주변 이웃 등 집단의 관심과 애정으로 함께 보살펴 줘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였던 20살의 나는 또래에 비해 굉장히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에 취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보다 어른다운 사람은 굉장히 많았으며, 그들의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취재를 하고 사람과 일을 하는 것이 주된 일인 신문사에 입사한 후, 아이였던 나는 ‘청소년’까지 겨우 성장했다. 부끄럽게도, 그 당시의 나는 ‘이정도면 됐다’며 스스로 자만했다.

 내가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만든 사건은 문화부장을 맡았을 때, 후배 기자들이 모두 사직한 것이었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나는 그들을 미친 듯이 미워했다. 하지만 이 미움은 곧 ‘나 때문에 기자들이 나간거야’라는 자괴감으로 바뀌어, 매일 내 마음을 헤집어 놓곤 했다. 그러던 중 수습기자가 입사했고, 문화부 준기자를 뽑았다. 사직한 후배들로 인해 후배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내가 내 손으로 문화부 준기자를 뽑은 날,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흘렀다. 문화부 기자가 없어서 힘들 것임을 앎에도 문화부에 들어와 ‘열심히 하겠다’고 외치던 신원이와 채은이에게 고마워서 그랬던 걸까. 아직도 그때 왜 울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펑펑 울었던 그 날 나는 나를 괴롭히던 무언가에서 벗어나 마침내 미성숙한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거듭났다.

 위 속담에 빗대보면 ‘영대신문’은 나를 키워준 마을이다. 하지만 ‘영대신문’은 그 곳에 속한 구성원을 참 힘들게 만드는 곳이었다. 그 과정에서 마을을 탈출하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우리를 키워주셨던 선배들과 지금은 4명이 돼 버린 내 동기 규민, 경희, 민선이처럼 이 곳에서 책임감을 갖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이 시절에 만났던 우리는 3년의 시간동안 좀 더 성숙해져 이 마을을 떠나야 할 시간이 왔다. 그리고 여전히 ‘영대신문’을 지켜주는 채현, 승환, 달호, 신원, 채은이가 있다. 영대신문을 떠나기 전, 구성원 모두에게 내가 어른이 돼가던 시간동안 함께해줘서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나는 이 칼럼을 마지막으로 영대신문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 남겨진 후배들은 나보다 훨씬 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 아이는 나였고, 나는 지금보다 더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또 다른 마을을 찾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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