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기사는 기자의 생각보다 강하다
[대자보] 기사는 기자의 생각보다 강하다
  • 지민선 사회부장
  • 승인 2017.11.26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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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꾸고 싶다.” 부끄럽지만 필자가 영대신문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술자리에서 종종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런 얘기는 생각도,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게 됐었다. 치열하게,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서 마지막까지 달려왔던 신문사였는데 실질적으로 내가 해낸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최근 들어 이런 질문을 종종 받곤 했다. “신문사 3년 한 거 후회 안 해?” 그때마다 수백 번이고, 수천 번이고 후회한다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내가 신문사를 시작한 해에 퇴임하신 한 선배의 마지막 칼럼엔 ‘신문사에 취해 있었다’는 구절이 있었다. 동감한다. 취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도, 버틸 수도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쉽게 세상을 바꿀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나는 사소한 것에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됐고,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성격으로 변했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생각은 점차 변해갔다. 퇴임을 앞두고 신문사 자리를 정리하던 중, 사회부 기획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모아뒀던 자료들과 취재를 하면서 얻었던 물건들을 발견했다. 이후 한참을 혼자 추억하던 중 깨달았다. ‘나도 누군가의 세상을 변화시켰구나.’

 사회부 기자로 활동했던 작년,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나름의 사명을 띠며 많은, 그리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인터뷰를 했었다. 당시 만난 취재원들은 필자에게 자주 “내 말을 들어줘서 고맙다” 혹은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 덕에 힘을 얻곤 한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넘겼던 말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그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했고 덕분에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 하나, 내 세상을 바꿨다. 신문사를 시작하기 전, 세상은 그저 편하고 살기 좋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나에게 세상은 다소 불편해졌다. 한 번은 친구와 티비를 보던 와중, 한 프로그램에서는 여성과 성소수자를 희화화해 개그 코드로 삼고 있는 모습이 나왔다. 신문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넘겼을 개그에 순간적으로 불편함을 느꼈던 나는 “뭐가 재밌다고 웃는 거지?”라고 말했고, 곧이어 친구는 나에게 “너는 너무 예민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처음에는 그 말이 충격이었다. 지금은 ‘예민’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겠다는 나의 신념에 가장 걸맞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사회부 기자로 활동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사회문제와 이로 인해 겪는 불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사회적 약자가 살기 힘든 세상이구나.’ 그렇기에 더더욱 불편함을 느끼려고 노력했고, 더 예민하게 반응하려고 했다.

 나에게 후회하지 않냐고 물었던 지인들에게 이제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후회 없이 3년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그리고 세상을 바꿨다고. 또한 앞으로 영대신문을 이끌어나갈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기사는 생각보다 강하고, 너희도 세상을 바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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