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
[사설]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
  • 영대신문
  • 승인 2017.10.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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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참 많은 일이 벌어지고 또 사라지고 한다. 하루는 이것이 맞나 싶다가도 다음 날은 저것이 맞나 싶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면 무엇이 맞고 무엇이 맞지 않는 것인가?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몇 년 전, 서울 덕수궁 미술관에서 야나기 무네요시 전시회를 하였다. ‘조선인보다 조선을 더 사랑한’으로 호칭되는 야나기 무네요시 교수는 일제침략기 우리의 민예품을 수집하고 조선민족미술관을 개관한 미술평론가이다. 그의 전시회에서 우연히 내가 그동안 의문조차 가지지 않았던 ‘사실인 것’이 ‘사실이 아닌 것’이 되었고 그래서 나는 참으로 부끄럽고 속상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내가 조선을 처음 방문하였을 때, 조선인들은 흰색과 자연이 주는 색을 주로 사용하여 눈에 띄기보다는 부드럽고 품위 있는 미술품을 만들고 선호하였다. 그러나 한참 후 다시 조선을 방문하여 우연히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참관하게 되었는데, 원색의 빨갛고 노란 색을 사용하는 학생은 일본인 미술교사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내가 생각하는 차분한 톤의 조선인의 색을 사용하는 학생은 꾸지람을 듣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목격하였다. 조선인은 원래 그렇지 않다”고 적고 있다.

 세계 몇몇 나라는 계급에 따라 사용하는 색이 다르다. 일본의 경우에는 강렬하지 않고 차분한 톤의 색 혹은 무채색을 높은 계층에서 주로 사용하도록 전통적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처음으로 국민 대다수가 교육을 받는 학교가 일제침략기에 생겼고 일본인 교사에 의해 우리는 우리의 것이 아닌 것을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배웠다. 일본인은 우리의 선호색조차 바꿔버렸다. 강렬하고 현란한 색이 우리의 색이라고 잘못 배우고 그것이 사실로 정착되었다.

 잘 살게 되면서 우리의 도시는 새로운 디자인을 하고 있다. 도시환경개선사업으로 벽화를 그리고 보도를 정비하고 가로의 상업용 간판을 치장한다. 옥외간판정비사업은 건축물에 다른 요소가 첨가되면서 도시환경에 영향을 주는 이유로 디자인 심사를 한다. 너무 자극적인 색상으로 디자인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업체는 늘 똑같은 대답을 한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색을 사용해야 좋아하고 장사가 잘 된다고. 그리고 모두 그 말에 그다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태어나서 도시 가로에서 본 광고물은 대부분 크고 진하고 강렬한 지극히 눈에 띄는 색이었으니깐, 그걸 기억하고 그것이 우리의 선호색이라고 믿는 것이다. 나조차도 상업적인 것도 고려해서 가급적 원안대로 받아들여 경제가 잘 돌아가게 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틀렸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적으로 선호색을 조사하면 차분한 톤의 색을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대중적 선호색은 사실이 아닌 것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 다른데 그냥 의심 없이 대중의 선호색이라고 믿고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인 것이 되는 과정이다.

 우리는 요즈음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혼란 속에 있다. 그리고 사실인 줄 알았던 것이 아니란다. ‘우리나라 사람은 원래 그래’ 원래 안 그렇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말하는 조선인의 색 사용에 가슴 아픈 사연이 있듯이 우리 민족의 원래 사실인 것을 정확하게 알고 새로운 이슈로 삼는 것도 이 시대를 극복하는 의미 있는 대안이다. 사실은 어디까지나 사실이다. 숨길 수가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소중한 선택과 진실한 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먼 훗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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