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NG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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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채현 기자, 방재식 준기자
  • 승인 2017.10.1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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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가 아닌 시작

 우리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 A 씨는 최근 졸업유예를 선택했다. 그를 만나 졸업을 미룬 이유와 졸업유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A 씨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나는 얼마 전 졸업유예를 결심했다. 신입생 시절, 하고 싶은 일이 많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졸업반이 되자 지금까지 욕심만 많았지, 이뤄낸 일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학과 동기들과 후배들은 취업을 위해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인턴십과 공모전 등 대외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었다. 뒤늦게 스펙을 쌓기 위해 찾아본 각종 기업 대외활동들은 전부 재학생 대상이기에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었다. 내가 학생으로 남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계속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보낸 시간은 모두 헛된 시간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어 무기력해졌다. 한편으론 내년에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로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내쳐지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이에 졸업을 미루기로 결정했고 이를 통해 1년이라는 시간을 얻게 됐다. 나는 졸업유예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5학년으로서 남은 1년은 알차게 보낼 것이다.

우리는 NG족입니다

 많은 대학생들은 대학생 신분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해 졸업유예를 선택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NG(No Graduation)족이라 부른다. 이에 본지에서는 졸업유예의 배경과 졸업유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알아봤다.

 졸업유예의 의미와 배경은?=졸업유예란 졸업요건을 갖춘 학생들이 졸업을 하지 않고 일정 기간 졸업을 연기해 학적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임의로 졸업 학점을 채우지 않거나 학점 외 졸업조건을 미충족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졸업을 유예하고 있다. 지난 7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미취업 졸업예정자 4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취업 졸업예정자 중 약 45%(200명)가 졸업을 유예할 의향이 있다고 밝힐 만큼 졸업유예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이 졸업유예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졸업유예를 택하는 경우다. 지난 7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졸업유예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졸업 예정자 200명 중 61%(122명)는 졸업유예가 취업에 유리하기에 졸업을 미룬다고 응답했다. 공모전 등의 대외활동 및 인턴십의 경우, 그 모집대상이 주로 재·휴학생이기에 학생 신분을 유지해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졸업을 미뤄 학생 신분을 유지할 경우, 대학에서 제공하는 취업 정보 및 교육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졸업유예를 택하기도 한다.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재학생들은 졸업한 취업 준비생에 비해 대학으로부터 취업 상담 및 교육을 받을 수 있기에 취업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을 벗어나 사회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졸업을 미루거나 진로를 정하지 못해 졸업을 미루는 학생도 있다.

 졸업유예에 대한 다양한 의견=우리 대학교는 졸업 예정자 중 교원 자격증 및 평생교육사 자격증 취득 예정자로서,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만 졸업유예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교직 이수를 신청한 학생들이 졸업 전까지 필요한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경우 자격증 취득이 불가능해 만들어진 규정이다. 그렇기에 교직 이수를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은 졸업유예제 대상이 아니며, 임의로 잔여 학점을 포기한 후 졸업학점을 채우지 않는 방법으로 졸업을 미루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졸업유예제 적용 대상을 기존 교원 자격증 및 평생교육사 취득 예정자에서 모든 학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 씨는 “졸업을 미루는 모든 학생들과 졸업유예제도를 신청한 학생 모두 단위학점등록제를 통해 등록금을 납부하기에 졸업유예제의 허용범위를 교원 자격증 및 평생교육사 취득예정자에서 모든 학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생 B 씨는 “졸업유예제의 적용 대상을 모든 학생들로 확대할 경우, 단지 학생일 때가 편해 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는 등 졸업유예제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대구대와 계명대는 우리 대학교와 달리 초과 학기를 희망하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연기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연세대는 8학기 이상 등록하고 졸업 요건을 채운 학생들에게 졸업 신청을 받는 ‘졸업신청제’를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의 졸업유예를 보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교 강철구 수업학적팀장은 “학생들이 취업 및 목표 성취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 졸업을 미루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했다.

늦게 졸업해도 될까요?

 많은 학생들은 졸업유예가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졸업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취업을 위해 졸업유예를 택할 만큼 이것이 취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을까? 이에 취업에 있어 졸업유예의 효과와 졸업유예제가 주는 영향 및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졸업유예, 그 효과는?=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4년제 대졸자의 졸업유예실태와 노동시장성과’ 발표에 의하면 졸업유예는 취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룬 후 택한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 및 다양한 대외활동 경력이 기업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졸업유예를 경험한 사람과 경험하지 않은 사람 중 졸업유예를 경험한 사람이 취업준비를 위한 활동을 더 많이 했을 가능성이 높아, 고용률 및 월평균 임금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 이동경로조사 데이터 분석’ 조사 결과, 취업 후 졸업유예자의 월평균 임금은 206~229만 원으로 일반졸업자의 월평균 임금인 175~200만 원보다 높았다.

 지난해 ‘청년이 여는 미래’가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6.5%(113명)가 “기업 채용 시, 대졸자보다 재학생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학생들의 인식과 달리 졸업유예가 취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비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사람인’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251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 시 졸업여부에 따른 지원자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상관 없다’는 응답이 58.6%(147명)를 차지했다. 또한 ‘졸업자를 더 선호한다’는 응답이 30.7%(77명)로, ‘졸업예정자를 더 선호한다’는 10.7%(27명)보다 훨씬 많았다. 졸업자를 더 선호하는 이유로는 ‘재학생보다 입사 일정을 맞추기 수월해서’, ‘나이가 많아 노련하게 업무를 처리할 것 같아서’ 등이 있었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측은 “인사 채용 시 지원자의 졸업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며 “지난 7월부터 적용된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지원자의 졸업 여부는 더욱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사기업의 경우 지난해 11월, GS 칼텍스, 농심 등 전국 사기업 대표들이 모인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인사 채용 시 재학생 우대조항을 폐지할 것을 논의했다.

 졸업유예제, 어떤 영향을 미치나=일각에서는 졸업유예자가 증가할 경우, 제한된 인프라와 예산을 바탕으로 교육을 해야 하는 대학에서 재학생의 수가 증가해 대학 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졸업유예자가 증가할 경우 대학의 전임교수가 1인당 지도하는 학생 수가 많아지므로 전임교원 확보율을 떨어뜨리며, 이는 대학평가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일부 대학교에서는 졸업유예제를 축소 혹은 폐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남대학교의 경우, 대학평가지표 가산점 확보를 위해 2015년부터 졸업유예제를 잠정적으로 폐지시킨 바 있다.

 한편 졸업유예자의 증가는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등 졸업유예제로 인해 사회적으로 얻어지는 손실은 돈으로 환산했을 때 연간 2,50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졸업유예,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졸업유예제도와 대학교육의 방향’ 논문에 따르면 서혁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국어교육과)는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대학 내 도서관 등 여러 편의시설을 사용하고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학은 이러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졸업유예를 택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대학 교육 및 대학 내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경우 학생들에게 뚜렷한 채용 기준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막연한 스펙 쌓기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권기영 취업지원팀장은 “막연히 취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아무런 계획 없이 졸업유예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뚜렷한 목표를 갖고 졸업을 미루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졸업유예와 등록금

 지난해 2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5년 대학별 졸업유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48개 대학 중 107개 대학이 졸업유예제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70개 대학은 졸업유예를 신청한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최소 학점의 수업을 듣게 하는 ‘최소수강학점’ 제도를 적용해 일정 금액의 졸업유예비를 받고 있으며, 학생들은 한 학기 평균 43만 원을 납부하고 있다. 또한 전국의 대학교가 ‘최소수강학점’ 제도를 통해 졸업유예 신청자들로부터 받은 졸업유예비는 1년간 약 35억 7,5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대학교는 졸업유예제를 신청한 학생들로부터 학점단위등록제를 적용해 신청 학점에 따른 일정 비용의 등록금을 받고 있다. 졸업유예제 대상이 아닌 일반 학생들 또한 졸업을 임의로 미루려 할 경우, 학점단위등록제를 신청해 학점별로 일정 비용의 등록금을 납부하도록 한다. 졸업유예를 하는 학생은 1~3학점 신청 시 전체 등록금의 6분의 1, 4~6학점 신청 시 전체 등록금의 3분의 1, 7~9학점 신청 시 전체 등록금의 2분의 1, 10학점 이상 수강 신청 시 등록금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

 현재 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학점단위등록제 등록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학점단위등록제의 등록금이 비싸다는 학생 A 씨는 “신청 학점에 따라 등록금의 부과 정도가 다르지만, 최소 수십만 원에 달하기에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 B 씨는 “졸업을 미뤄 학생 신분을 유지함으로써 교내 시설 및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기에 현재 학점단위등록제 등록금은 적당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배재완 예산팀장은 “학점단위등록제의 신청기준에 아쉬움을 표하는 학생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졸업을 미뤄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만큼 학생 복지 및 교육 시설 유지에 대한 기본적인 비용 부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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