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스포츠 산업, 경영 그리고 마케팅
[학술] 스포츠 산업, 경영 그리고 마케팅
  • 한준영 교수(체육학부)
  • 승인 2017.10.1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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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2000년대 초반에 한국의 대표적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소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선수의 홈런볼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에 관한 자문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그 시절 대구시민운동장 우측 외야 관중석의 수많은 잠자리채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홈런볼에 관한 가치가 매우 높았음은 쉽게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이제 이승엽 선수가 긴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영예로운 시점에 마지막 홈런볼에 관한 가치도 뜨겁게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5,700원짜리 야구공 하나가 수억 원을 호가하게 되는 스포츠의 상업적 가치는 호프집 가십거리로도 학문적으로도 흥미로운 것임에 틀림없다.

 스포츠에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은 일반 시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부와 가치로 이어진다. 한 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박찬호 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으로부터 받는 연봉만 4년간 700억 원이 넘었고, ‘던지는 공 하나, 또는 1승당 얼마를 벌더라’ 이런 내용들이 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사회에서 다수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최근 프랑스 리그앙(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의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한 네이마르 선수는 구단으로부터 받는 주급이 약 11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흔하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스포츠의 상업·경제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이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물론 보너스, 성과급, 상금, 저지판매, 스폰서십, 인도스먼트를 포함하면 주급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이 네이마르에게 지급됨도 주지의 사실이다. 1920년도에 미국 야구선수인 베이브 루스가 입었던 뉴욕 양키즈 저지는 90여년이 지나 52억 원에 경매로 판매되기도 했으니, 스포츠의 상업적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의 것이며, 해가 갈수록 더욱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에서는 경기력이 곧 상업적 가치와 일치하지 않아 다른 일반 상품들과는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는 한 때 최고의 경기력으로 연간 1,400억 원 가량 벌어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우승은 고사하고 빈번히 예선 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부상으로 시합도 참가하지 못해도 여전히 600억 원 가량을 벌어 전 세계 스포츠 선수 중 수입이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 테니스 선수 안나 쿠르니코바는 선수 시절 단 한 차례도 테니스 단식 우승 경력이 없지만 전 세계 여성 운동선수 중 수입 1위를 수년간 기록하는 것도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스포츠가 경기력을 바탕으로 그 상업적 가치를 점하지 않음도 쉽게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위와 같은 내용들은 ‘스포츠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언론매체에서 주를 이루는 예들이다. 화려한 사례들이 매체에 빈번히 등장하면서 스포츠 마케팅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회자되고 적잖은 청년들이 그 전문 영역에 도전하는 꿈을 키우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소위 언론매체가 전하고 대중에 회자되는 스포츠 마케팅이 스포츠라는 산업영역에서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동시에 정확치 않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는 대중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매년 수차례 교내외의 학생들, 학부형들로부터 관련 상담을 요청받으면, 스포츠 산업과 관련된 여러 분야의 사례들을 소개하며, 스포츠 마케팅 이외의 스포츠 산업 분야를 총체적으로 설명해주곤 한다. 이는 모학문인 경영학 분야에 마케팅만 있는 것이 아니라, 회계, 재무, 유통, 경영관리, 인적자원, 소비자행동, 조직행동 등의 여러 세부 영역들이 어우러져 있는 것과 꼭 같은 이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스포츠와 관련해서는 마케팅만이 산업의 대부분으로 오인되는 것은 그 화려함이 너무 진해서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렇다면 스포츠 산업은 실제적으로 어떠한 분야일까?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스포츠와 관련해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의 하위 분류로 ‘스포츠 및 오락관련 서비스업’이 존재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경기장, 골프장, 기타 스포츠 시설 및 서비스로 한정지어 최근의 다양한 스포츠 현장에 적합한 분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스포츠 산업을 실체적으로 포괄하는 적합한 분류체계로 볼 수 없다.

 이에 반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 산업을 스포츠 시설업, 스포츠 용품업, 스포츠 서비스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강준호, 김화섭(2014)의 스포츠시장가치망 형성 원리에 따르면, 스포츠 산업을 관람스포츠시장과 참여스포츠시장으로 구분하고, 각 시장은 프로 이벤트와 아마추어 이벤트의 본원시장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이러한 본원시장은 방송권, 스폰서십, 선수양성, 머천다이징, 용품, 정보, 시설, 관광 등의 파생시장으로 재분류하고 있다.

 한국보다 앞서 스포츠 산업에 관해 규정하고 실행한 미국의 경우 통계에 따라 스포츠 산업은 부동산, 석유, 도매업 등을 이어 4위에서 11위 정도의 산업 규모를 가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규모에서 Milano와 Chelladurai(2011)는 GDSP(Gross Domestic Sports Product)란 개념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중심으로 스포츠 산업을 엔터테인먼트 및 레크리에이션, 용품 및 서비스, 광고, 오락, 사회적, 레크리에이션 빌딩 등의 분류를 시도하였다. 일본의 原田宗彦(2011)은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여타 산업과의 융합이 이루어지는 모델을 제시하여 서비스업, 용품업, 시설업의 대분류 사이에 유통업, 시설매니지먼트업, 하이브리드업 등의 분류를 제시하였다.
이렇듯 다양한 산업 분류에 따른 세부 영역들을 실행하는 기술과 이해를 일반적으로 경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에서 아주 예전부터 경영 관점을 도입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정작 스포츠의 산업적 가치가 부각된 것은 1990년대가 되어서이다. 그전에는 산업에 필요한 경영 기술 및 이해보다는 행정적 기술이 더욱 요구되어 ‘스포츠 경영’이란 용어는 그저 생경한 것이었다.
 
 1970년대까지 스포츠와 관련된 대부분의 인적자원의 수요는 학교에서 발생하였으며, 자연히 스포츠의 중심 현장이 학교 체육이었다. 그러다보니 학교 또는 공공기관에서 필요시 되는 행정 기술을 스포츠 관련 종사자, 즉 체육교사와 운동부 지도자들이 갖출 것을 요구하였다. 그래서 최초의 스포츠 경영 관련 대학 학과는 1966년 미국 오하이오대학교(Ohio University)에서 스포츠 행정(Sport Administration)이란 명칭으로 개설되었다. 그래서 이 시기까지 학교 체육을 중심으로 스포츠가 이루어졌으며, 그 영향으로 인해 현재에도 ‘대한체육회’와 같이 학교의 신체교육을 의미하는 체육이 스포츠를 대표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1970년대 이후에는 학교 체육 또는 공공 체육 일변도에서 벗어나 스포츠의 경기력 수행 향상을 위한 자연과학적 매커니즘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그에 따라 스포츠를 의학, 생리학, 역학, 영양학, 심리학 등의 관점에서 조망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를 시작으로 스포츠의 경기력 증대의 관점을 넘어, 산업적 가치를 지니는 것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 시기를 즈음하여 민간영역에서 주로 활용되던 다양한 경영기법이 여러 스포츠 현장에서 활발히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공공영역에서의 관리되던 스포츠의 단계에서 벗어나 영리 또는 비영리 민간영역에서 경영되는 스포츠로 더욱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스포츠는 여전히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부분이 상존하고 있으므로 행정과 경영의 자연스러운 조합이 발생하였다. 더욱이 흔히 경영학석사로 일컫는 MBA는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의 줄임말로 행정(administration)이란 명칭이 오로지 공적영역 행정학의 범주에만 제한되지 않음도 알 수 있다. 또한 과거 공공기관 운영을 위한 행정적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민간영역에서의 기능이 더욱 커짐에 따라, 스포츠 행정과 스포츠 경영 사이에서 관련 분야의 대표명칭을 ‘스포츠 경영(Sport Management)’으로 지칭하는 것에 학계와 현장의 일반적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그래서 스포츠의 산업적 현상의 이해, 경영학적 접근, 행정적 기능 등을 포괄하는 분야를 스포츠 경영으로 통칭하게 되었다.

 COSMA(Commission On Sport Management Accreditation)의 스포츠 경영학 프로그램 인증 기준을 통해 스포츠 경영의 현실적 범위와 학문적 토대를 가늠할 수 있다. COSMA는 스포츠의 역사·사회·심리학적 기초, 경영관리, 거버넌스와 정책, 국제스포츠, 운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재무와 경제, 법, 윤리, 다양성 이슈, 기술 진보, 인턴십 등을 두루 포함해야 스포츠 경영학에 필요한 커리큘럼을 갖춘 것으로 인증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민간영역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일반 경영학 분야에서의 세부 분야 구성과는 꼭 같진 않다. 스포츠 경영학이 모학문으로서 경영학의 범주를 다수 채택한 것은 분명한 일이지만, 응용학문으로서 스포츠 경영학의 학문 발달 과정에 있어 고유의 특징과 환경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수의 스포츠 경영 프로그램들이 채택하고 있는 ‘스포츠 시설 및 이벤트 경영’ 과목은 시설의 공학적 접근도 포함하고 있어 모학문인 경영학에서는 그 유사함을 찾기 어렵다. 물론 스포츠 시설이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마케팅 활동을 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되지만, 동시에 시설의 디자인 및 운영에 필요한 건축학적, 농학적 이해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조경이 아닌 스포츠 활동에 필요한 잔디를 전문으로 생육하는 기술, 야구장의 피칭마운드를 전문으로 관리하는 기술, 일반 건축 또는 목욕탕이 아닌 전문 수영시설만을 위한 디자인 기술이 스포츠 산업에서 특화되었으며, 스포츠 경영학은 그러한 관련 내용을 교육하고 연구한다. 

 여전히 일반 대중들에 있어 ‘스포츠 산업=스포츠 경영=스포츠 마케팅’의 오해 아닌 오해가 상존하고 있다. 산업과 경영의 관계를 정리해 짚어보자면, 산업이 현장 또는 현상이라면 경영은 현상의 이해 또는 현장을 위한 기술이다. 앞서 제시한 스포츠 산업의 대표적 분류인 시설업, 용품업, 서비스업을 위한 이해 또는 기술을 스포츠 경영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라는 필자의 소견이다. 글의 전반에 이야기한 여러 스포츠 스타들의 경제적 가치에 관련된 내용들은 스포츠 산업의 극히 일부분, 화려하지만 일부분의 내용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앞서 그러한 예들을 모두 스포츠 마케팅으로 칭하는 것은 현상에 대한 이해가 정확치 않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산업에는 관람스포츠 뿐만 아니라 참여스포츠 시장도 매우 넓으며, 용품, 시설, 서비스와 관련된 여러 직종들은 굳이 체육 전공, 경영 전공의 전유물도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과거 필자의 학생들 중에는 소위 이름을 쉽게 들어봄직한 ESPN, Nike, New York Knicks, Boston Redsox 등에서 일하는 자원들이 있는데, 그 모두가 마케팅만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며, 다양한 전공에서 스포츠와 관련된 융합적 지식과 응용된 경험을 쌓아서 현장에 안착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여러 스포츠 산업의 다양한 분야는 많은 업무 영역, 전문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과거의 학문 체계 또는 산업 체계에 묶이지 말고, 융합적이고 응용가능한 진로 개척을 위한 시각과 지식, 그리고 경험을 쌓는다면 여러 가지 방면에서 접근 가능한 것이 스포츠 산업이며 앞으로 더욱 그 문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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