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영의 문화읽기] 문과라서 죄송해야하나요?
[이남영의 문화읽기] 문과라서 죄송해야하나요?
  • 이남영 문화부장
  • 승인 2017.10.1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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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격증이 하나도 없고 활동도 많은 편은 아니네요. 학점도 더 올려야 하고 문과계열에서 취업하시려면 적어도 토익 800은 넘어야 하는 건 아시죠?”

 문과 계열 학과에 재학 중인 필자의 취업 상황을 알고 싶어 신청한 취업 상담에서 들은 저 말로 인해 필자의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은 듯 했다. 또한 우리 대학교에 개최된 취업박람회를 방문해 여러 기업을 둘러봤으나 문과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 친구와 취업박람회를 나오며 “역시 문과는 공무원이 답인가?”라며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마음 한 편은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올해 8월,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하반기 채용을 준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어떤 전공 지원자를 선호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공학 전공(45%)과 인문학 전공(4%), 사회과학 전공(3%)을 비교했을 때, 기업들은 여전히 이과 계열의 전공자를 선호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취업시장에 뛰어든 문과생들 사이에선 꽤 오래전부터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대학생 90%는 논다) 등의 신조어가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과입니다만』이란 책에서는 “처음에 나는 이과와 문과의 차이를 알려고 했다…그러던 중에 깨닫기 시작했다. ‘이과와 문과는 똑같은 산을 다른 길로 오르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이라며 문과는 이과에게, 이과는 문과에게 ‘배우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주장처럼 문·이과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배울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할 뿐이지, 취직이란 잣대만으로 문과와 이과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초학문인 문과와 실용학문인 이과의 융합은 4차 산업혁명이 나타나고 있는 이 시대에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문송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왜 문과라서 죄송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든다. 문과가 외면 받는 이유가 단순히 취직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면 문과의 신세가 너무나 서글프지 않은가. 취직하기 어렵단 이유만으로 ‘죄송한’ 선택이 된 문과를 바라보는 이 사회의 취업 문화가 잘못 된 것이라 생각하며 필자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문송’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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