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리스트] ‘문화도시’와 ‘창조도시’에 관하여
[나도 칼럼리스트] ‘문화도시’와 ‘창조도시’에 관하여
  • 신무철(역사학 서양사 박사과정 2기)
  • 승인 2017.10.01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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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는 인간의 모든 것을 간직한 영감의 원천이며 무수한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자 무대로 존재했다. 도시는 생겨나고 소멸되고 다시 만들어지면서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왔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는 도시를 통하여 도시와 함께 도시 안에서 만들어지고 퍼져 나갔다.

 서유럽의 제조업 중심 도시들은 1970년대를 기점으로 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1970년대 이후 유럽의 도시들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 돌파구는 ‘역사와 문화’였다. 도시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시의 역사 유적에서부터 무명인으로 살다간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다채로운 문화까지, 특별한 것과 일반적인 것이 여러 형태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도시들이 제각기 자기 색깔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시 담론은 유행을 넘어 대세가 되었다.

 통신 및 과학기술의 발전은 시공간 압축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20세기 들어 교통과 뉴미디어의 발달은 대륙과 국가라는 큰 단위 중심의 상호협력을 넘어 도시라는 작은 단위의 공동체 간 교류와 협력을 촉진했다. 1980년대 이후 세계화 시대에서 도시는 국가경제 발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적인 도시들은 그들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일조했고 도시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이 되었다. 이는 국가가 도시재생과 개발에 큰 관심을 기울이게끔 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도시는 문화를 활용하여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재생과 경제적 수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다. 도시는 지역의 고유한 예술과 신화 등에 역사와 문화의 스토리를 입히기 시작했다. 단순히 관광객들에게 물건 파는 것을 넘어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도시재생적 측면에서 문화를 계획적·정책적으로 활용하는 ‘문화도시’의 등장을 의미한다.

 ‘문화도시’는 도시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적극 활용하여 관광산업에서 수익 발생과 증대를 추구한다. 나아가 문화공간 확대를 통해 주민 스스로 문화의 주체가 되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화의 기여로 활력을 얻은 도시에 창의성을 지닌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면 ‘문화도시’는 ‘창조도시’로 진화한다. ‘창조도시’는 IT, 미디어, 게임, 영상, 디자인 등의 굴뚝 없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창조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여 개인, 도시, 사회 및 경제 체제의 성장에 다각도로 기여한다.

 ‘문화도시’와 ‘창조도시’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혼용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리버풀, 글래스고, 에센과 같은 혁신을 이룬 도시들은 유에서 유를 창조했다. 스티브 잡스 또한 유에서 유를 창조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는 그를 발명가라고 하지 않고 혁신가라고 부른다. 잡스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휴대전화, mp3 , 전자사전 등을 하나의 공간에 담았다. 그것이 바로 혁신이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아이디어의 혁신은 ‘역사’에 존재한다. 어느 분야에서건 혁신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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