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편견이 아닌 실력이 담기다
이력서, 편견이 아닌 실력이 담기다
  • 김달호 준기자, 손한원 준기자
  • 승인 2017.09.1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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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이 선발하다, 블라인드 채용

 “이력서에 가족 관계를 왜 써야 하나요?” 매년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이력서에 직무와 연관성이 없는 내용을 적는 공간이 많아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런 불만도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평등한 기회를 위해=지난 7월, 정부는 올해 하반기 채용부터 공공부문에서의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채용 과정에서 ▲사진 ▲신체 조건 ▲본적 ▲가족 관계 ▲나이 ▲성별 ▲학력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요소를 삭제하고 직무와 밀접한 요소만을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연구직이나 특수 직군의 경우 채용 과정에서 학력 혹은 신체 조건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해당 사항을 반영할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적용 단계에 따라 블라인드 지원서와 블라인드 면접으로 구분된다. 블라인드 지원서는 입사지원서에서 최소한의 정보를 선발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식이고, 블라인드 면접은 입사지원서, 인·적성검사 결과 등의 자료 없이 면접을 진행하거나 상황 모의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능력과 기술을 평가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하기 전, 전국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에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인력 운영 방안, 경영 평가 지표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민간 기업에도 블라인드 채용 적용을 권고하기 위해 『기업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배포하고 취업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지방대학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황성수 교수(행정학과)는 “블라인드 채용이 지방대학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오히려 지역인재 할당제 정책의 중요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입사지원서에 직무와 관련 없는 내용을 적지 않더라도, 서류심사가 아닌 면접 등에서 이러한 정보를 물어볼 수 있지 않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정부에서 각 회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별도의 면접 기준을 마련했기에 우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블라인드 채용의 본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준비하는 공기업=이번 정부 방침으로 인해 공기업들은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SH 서울주택도시공사 채용 담당자는 “예전부터 개인별 인적사항을 서류에 적더라도 평가요소로 활용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입사지원 단계에서부터 해당 내용기재를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준비하는 공기업들은 각각 채용과정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 지역 최초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부산교통공사의 채용 담당자는 “토론, PT, 상황 면접 등 다양한 과정을 통해 지원자의 직무 능력을 검증해 적합한 인재를 뽑을 것”이라고 전했다.

 직무 이해는 필수=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는 기업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을 표준화한 채용 기준이다. 이는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NCS는 블라인드 채용에서 요구하는 직무 중심 능력과 유사하기에 「NCS 기반 직무 기술서」를 통해 직무 이해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에 한국산업인력공단 담당자는 “본인이 지원할 직군의 「NCS 기반 직무 기술서」를 읽고 직무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필기시험과 면접이 변화될 전망이다. 필기시험의 경우, 인·적성 및 상식을 묻는 문항보다 업무상황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에 대한 문항이 강화된다. 황성수 교수는 “공기업 취업에서는 필기시험이 중요하니, 변경된 부분을 파악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면접의 경우, 기존 기업의 자의적인 질문을 다루는 면접에서 주어진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평가하는 ‘상황 면접’이나 ‘개인 발표’ 등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같은 채용, 다른 생각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 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평등을 원하는 입장과 역차별이라는 입장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 학생들이 가진 블라인드 채용에 관한 서로 다른 생각을 알아보고자 한다.

 지방대학 - “우리에게 평등을”
 우리 대학교 학생 356명을 대상으로 ‘우리 대학교 학생으로서 블라인드 채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앙케이트를 진행한 결과 ‘찬성’한다고 응답한 학생이 70.2%(250명)로 절반을 넘었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의 학력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우리 대학교 학생 A 씨는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점이 채용 과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된 적이 있었다”며 “블라인드 채용이 이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우리 대학교 학생 B 씨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수도권 대학 출신이 좋은 직장을 갖고, 지방 대학 출신이 좋지 못한 직장을 가진다는 편견을 깨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대구대에 재학 중인 C 씨는 “블라인드 채용이 취지대로 운영돼 궁극적으로 학벌주의 사회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을 반대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우리 대학교에서 실시한 앙케이트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반대’한다고 응답한 학생이 29.8%(106명)였다. 이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불평등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대학교 학생 D 씨는 “블라인드 채용만으로 대학 학벌주의와 채용 과정에서의 불평등이 사라질지는 의문”이라 말했다. 또한 일부는 이 제도가 대학에 입학하기까지의 노력을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대에 재학 중인 E 씨는 “출신 대학을 보지 않고 학점만 보는 것은 대학 입학을 위해 개인이 한 노력이 묵살되는 것”이라 말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과거에 했던 노력도 하나의 스펙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 - “평등하지 못한 제도”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학벌이 사라진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일부 수도권 대학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지방대학 학생에게 더 유리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발표한 블라인드 채용 시행계획에 따르면 최종 학교명은 기재할 수 없지만, 학점은 상황에 따라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 이에 서울대에 재학 중인 A 씨는 “지방대학이 수도권 대학보다 비교적 학점을 취득하기 쉬운 상황에서 학점이 채용과정에 반영되면 수도권 대학 학생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대에 재학 중인 B 씨는 “채용과정에서 학점으로 평가되는 것은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인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시행 중인 지역인재 할당제와 블라인드 채용을 같이 시행하는 것은 수도권 대학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지역인재 할당제는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의 경우 전체 채용 인원의 30%를 지방대학 출신 학생으로 채용하는 제도이다. 이에 고려대에 재학 중인 C 씨는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할당제를 같이 시행하는 것은 지방대학 학생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동국대에 재학 중인 D 씨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면접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정부 측에서 면접에 대한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새로운 이력서를 보여주다

 기존 이력서에서 ▲사진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학력 ▲신체 ▲취미 ▲특기 ▲종교 ▲가족관계 등의 항목이 삭제됐다.
 또한 자격증, 경험 및 경력사항의 경우 지원직무와 관련된 것만 기입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그리고 지원직무 관련 과목 및 교육과정을 기입할 수 있는 교육사항 항목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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