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영의 문화읽기]문화, 본래의 ‘色’을 지켜 달라
[이남영의 문화읽기]문화, 본래의 ‘色’을 지켜 달라
  • 이남영 문화부장
  • 승인 2017.08.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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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문화의 사전적 의미로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화’라는 단어는 단순히 사전에 의거해 정의내릴 수 없다. 누구나 문화에 보는 대해 보는 관점이 다르며, 즐기는 분야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문화를 관리하는 곳은 문화체육관광부다. 문화예술의 창달과 체육·관광 진흥을 위해 설립된 이 부처는 ‘문화’를 담당하는 만큼, 정치의 파도 속에 휩쓸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 정부가 ‘문화창조융합벨트’정책을 발표하자 사람들은 수 십 억의 돈이 투입되는 해당 정책의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냈지만, 누구도 이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필자가 그랬듯 대다수의 사람 모두 ‘문화’에 정치적 개입이 됐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당시 정부는 4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문화융성을 선포했기 때문에 문화예술인들은 더더욱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국정농단 실체가 밝혀지면서 문화 분야가 정치 비리의 온상으로 떠올랐다. 이에 문화에 정치적 개입이 없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을 깼으며 ‘문화’를 정치인들이 가진 탐욕의 장으로 전락시켰다.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 조직문화혁신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만들고, 사람들이 많은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문화계에 정치적 개입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를 잃을 뻔 한 것은 사실이다. 사실 필자는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치적 이슈라 치부하며 그리 많은 관심을 두진 않았다. 대학생인 필자의 주변에서는 관계없는 일이라 치부했고, 필자가 즐기는 문화에서 정치적 문제로 인해 즐기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가 최근에 본 택시운전수 배우 송강호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올라와 그의 연기 활동에 제약이 가해졌다는 이야기를 접하며, 당시의 일이 필자의 주변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었던 큰 사건임을 느꼈다. 사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및 국정농단과 관련한 내용은 대학생인 우리와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대학생이 가장 흔하게 접하는 문화 중 하나인 영화에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엄청난 영향이 미쳤는데, 그 외의 문화에서는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상상할 수도 없다.

 이러한 원인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필자는 정치인들이 ‘문화’라는 단어에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색’을 입혔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문화에는 특정한 색이 있을 수가 없다. 사람들마다 문화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즐기는 분야도 다르기 때문에, 개인마다 생각하는 문화의 ‘색’은 저마다 다르며, 그렇기 때문에 문화는 어느 사회에서도 빛이 난다. 하지만 지난해엔 ‘정치’라는 색이 문화에 입혀져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오점이 남았다. 문화에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더러운 색을 발라 본래의 문화가 가진 빛을 잃게 만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의 본래의 색이 점점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향후 이러한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곤 장담할 수 없다. 부디 문화라는 아름다운 이름에 자신의 욕심을 위한 색이 다시는 입혀지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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