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대한민국에서 아들딸로 살기 힘든 이유
[대자보] 대한민국에서 아들딸로 살기 힘든 이유
  • 지민선 사회부장
  • 승인 2017.08.28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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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 아들딸로 살기 힘든 이유: 딸 같아서 성희롱하고 아들 같아서 갑질함.” 최근 방송인 유병재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이다. 최근 들어 ‘아들 같다, 딸 같다’라는 말이 마냥 좋게만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다.

 지난달 31일, 박찬주 대장 부인이 함께 생활하는 공관병들을 노예처럼 부린 사실이 알려졌다. 박 대장의 공관병들은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의 시간 외 근무는 일상이었다고 진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장의 부인은 공관병들에게 물건을 던지거나 폭언을 일삼고, 수시로 호출하기 위해 전자팔찌까지 채웠다는 것이다. 이은 박 대장 부인의 해명이 더 충격적이다. “아들 같아서 그랬다.”

 여학생들이 ‘딸 같아서’ 상습 성추행을 해온 교사들과 손녀 같아서 캐디의 가슴을 쿡 찔렀다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아들 같아서, 딸 같아서’라는 *궤변은 꽤 오래전부터 자주 등장했다. 본인의 잘못을 애정으로 포장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족 같은 분위기’라며 지원을 권고하는 회사들마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사에 들어가는 ‘가족 같다며’ 본인에게 어떤 모욕과 희롱을 줄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욕과 폭언, 성희롱과 비인격적 대우 등의 갖은 ‘갑질’을 단순히 자식 같다는 말로 대신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고통받는 ‘을’들 또한 함께 증가하고 있다. 힘이 없는 을은 그저 갑이 시키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갑을 관계가 사라지고 모두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근로나 계약관계에서 취약한 을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가 주변의 을을 배려하고 그들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 나가는 사소한 행동부터 실천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한 육아 전문가는 말했다. 사춘기인 아이들 문제로 골머리를 썩일 때 그들을 우리 집에 온 손님처럼 생각하라고. 이는 자식에게도 남에게 하듯 거리를 유지하라는 의미이다. 이는 앞서 말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남을 그저 남이라 생각하고, 본인이 그들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궤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따져 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스러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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