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너 동성애자야?”
[대자보] “너 동성애자야?”
  • 지민선 사회부장
  • 승인 2017.05.14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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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데이팅 앱에 잠입해 상대의 신분을 수색했다. 동성애자로 의심되는 군인에겐 “너 동성애자지”라며 “10년 된 친구랑 어떻게 안 잘 수가 있어?”라는 질문을 던져 희롱했다. 동성애자로 식별된 군인에게 다른 동성애자 군인들을 제보할 것을 강요했다.

 그 후는 더욱 충격적이다. 그들에게 다짜고짜 성관계 여부, 성관계 성향, 체위, 콘돔 사용 여부, 성인 동영상 취향, 항문성교 횟수, 평소 성욕 해소 방법 등에 대해 물었다.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을 시 군대 내 *아웃팅을 시키겠다고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군 헌병대의 강압적인 수사를 당했다. 이러한 끔찍하고 야만적인 일이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이다. 육군이 군대 내 동성애자를 색출한다며 이러한 행동을 저질렀고, 군인권센터는 수사 과정에서 “총체적 인권침해”가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성소수자와 관련한 기사를 쓰기 위해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교내 성소수자 동아리를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성적지향은 자신의 정체성이고,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은 자신의 정체성을 거절당하는 것과 같다는 그들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혐오스럽다는 말을 듣고, 심할 땐 “동성애는 정신병이다”며 자신에게 병원을 추천한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성소수자인 친구는 필자에게 조심스럽게 *커밍아웃을 했다. 별로 놀라지 않은 반응을 보곤 성소수자인 친구는 “너 같은 애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단순히 본인의 성적지향을 얘기할 때에도 조심스러운 그녀를 보니,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아왔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선 성소수자의 권리가 주요 이슈가 됐다. 하지만 지난 25일, 19대 대통령 문재인은 대선 후보자 토론 때 동성애에 대해 반대한다는 말을 내뱉곤 많은 항의를 받았다. 이틀 후 동성애는 허용 여부나 찬반의 문제가 아니고 각자의 지향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현실은 묵살시키고 있다. 이는 개선돼야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 우리는 100%이니까.
 *아웃팅: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적 정체성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
 *커밍아웃: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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