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논단] 민주주의의 알맹이를 만들어 보자
[천마논단] 민주주의의 알맹이를 만들어 보자
  • 박인수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승인 2017.04.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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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과 형식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있지만 함께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실체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내용에 비하여 형식이 진부하거나, 형식에 비해 내용의 알맹이가 없는 경우에는 생뚱맞거나 엉뚱한 것이 되어 조롱이나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내용과 형식이 잘 조화되어 균형 잡힌 모습이 된 경우에는 새로운 개성의 아름다움이 나타나게 된다.

 민주주의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수시로 볼 수 있었던 폭력적인 모습이나 연례행사와 같은 노사갈등으로 인한 폭력적 행태가 사라지고, 백만 이상의 시민들이 집회하는 현장에서 어떠한 충돌이나 폭행도 없이, 오히려 축제장 같은 분위기 속에서 평온한 상태로 마무리한 것은 우리 사회의 경이로운 변화라 할 수 있다. 선진 민주주의를 자랑하고 있던 외국의 여러 나라들도 단기간에 걸쳐 성숙해 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예의주시하면서, 압축성장형 민주주의와 광장형 참여민주주의의 측면에서 놀라운 발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외형만 두고 볼 때 분명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 평가하더라도 무리가 없을 것이며, 이를 자랑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공허한 그 무엇이 우리를 머뭇거리게 한다. 형식은 갖추었으되, 내용의 알맹이가 빠져 있는 것이다. 참여가 구경을 위한 참여, 우연히 조우하게 된 참여, 따라간 참여, 동원된 참여라면 그것은 공허한 것이 된다. 포럼이나 광장을 통하여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대등한 주체로서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토론하고 심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합의에 도달한 사항에 대하여는 설사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포용하고 수용하면서 새로운 창조에 참여하여 행동하는 성숙한 알맹이가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공허하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대화와 소통에 있다. 대화는 대등한 인격, 충분한 지식과 최신의 정보를 전제로 일목요연하고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역으로 상대방이 나타내고자 하는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소통은 표현한 대화 내용의 본뜻을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며, 본뜻과 달리 오해하게 하거나 주변적인 내용만 이해하도록 하거나 부분적으로만 파악하게 한다면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 할 수 있다. 대화와 소통은 민주적 교육의 반복된 훈련을 통하여 개인이 스스로 배우는 자세로 체득하고 적응하여야 할 것이다. 민주적 교육의 현장은 학교의 강의실이 주(主)겠으나 자신과의 대화인 독서일 수도, 가정일 수도, 직장일 수도 있으며 동료·친구, 또는 선·후배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유와 권리 나아가 헌법의 가치와 정신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라 할 수 있다. 헌법의 수호의지는 비단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만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라 개개인으로서 국민 모두가 명심하고 실천하여야 하는 민주사회의 대명제라 할 것이다. 거듭되어지는 정치적 변혁에 맞서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겉만 번드르르하여서는 안 될 것이며, 실속있는 알맹이가 충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가 주인인 민주주의에서는 그 무엇도 두려울 것 없이 당당할 것이며, 적극적인 자신감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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