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리스트]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보는 사드 설치와 공감의 문제
[나도 칼럼리스트]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보는 사드 설치와 공감의 문제
  • 정남희(동아시아문화학 박사과정 수료)
  • 승인 2017.04.0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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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이중적 주변(백영서의 용어)’이다. 먼저, 미국-유럽 중심의 세계에서 동아시아는 주변이다. 그 동아시아에서도 한국은 중국, 일본에 비할 때 주변이다. 한국은 늘 한중일 삼국을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대등하게 두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바람일 뿐이다. 분단국가로서의 한국은 아직 부러진 한 쪽 날개가 치유되지 않고 있다. 사실 최근 한국의 현실을 볼 때, 두 날개 다 부러져 있다고 하는 편이 더 나으리라.

 사실 한국의 근대사는 중국, 일본의 근대사보다 오키나와의 근대사와 더 닮아 있다. 원하지 않은 전쟁을 위해서 자신들의 국토를 내어주어야 했고, 전쟁이 끝난 지금에도 많은 미군이 체류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그러하다. 필자는 지난 겨울 오키나와에 있는 헤노코를 다녀왔다. 헤노코 기지는 후텐마 기지를 대체하고자 세워지는 신기지로, 해안과 주변 바다를 메워 건설될 예정이다. 기지가 완공된다면 활주로와 선박 접안 시설을 갖춘 미국의 동중국해 중심기지가 될 것이다.

 이런 기지의 건설에 대해 오키나와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헤노코로 향하는 평화버스에 함께 타고 이동하면서 필자는 오키나와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안보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일본 전역에 미군 기지를 골고루 설치하지 않는가? 왜 오키나와에만 미군기지가 집중되는가?” “이곳이 미군의 전력 중심지가 된다면, 국제적 분쟁이 발생할 때 결국 오키나와인은 총알받이가 되는 것 아닌가?” “언젠가 미군은 떠날 것이다. 그러면 이곳에 자위대가 주둔하게 될 것이다.” “왜 우리의 세금으로 미군에게 새로운 기지를 선물해야 하는가?” 이러한 목소리는 왠지 낯설지 않은 것 같다. 이 목소리는 바로 우리의 목소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논쟁들이 발생하고 있다. 기지예정지 일대의 농민들은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설치로 인한 경제적 보복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는 안보를 이야기하면서 미군 사드 신기지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 필자는 정부관계자가 아니다. 그렇기에 필자가 사드 설치에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 것이다. 다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힘없는 소수자는 희생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서 소수는 희생당해 마땅한가? 일본의 안보를 위해서 오키나와의 어민들은 희생을 당해 마땅한가?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성주의 농민들은 총알받이가 되어 마땅한가? 그러면 다수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돈으로 넉넉히 보상해 주겠다.’ 이 답변은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야기이다. “우리에게는 돈이 필요 없습니다. 다만, 사과가 필요할 뿐입니다.”

 과연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존 그 자체는 아닐 것이다.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웃는 자와 함께 웃을 수 있는 능력, 공감(共感) 능력을 갖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인간인 이상, 사람(人) 사이(間)에 있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공감(共感)이다. 그 누구도 외딴 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을 주변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둥글게 손을 맞잡을 때, 우리가 원을 만들어 강강술래를 출 때, 평화는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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