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기자의 소셜필름]<도가니>, 어두운 현실을 조명하다
[곽기자의 소셜필름]<도가니>, 어두운 현실을 조명하다
  • 곽미경 기자
  • 승인 2017.03.06 1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도가니> 장면 중, 가해자 변호사 측의 망언에 서유진이 아이를 보호하는 모습.

 장애 아동을 상대로 학대 및 성폭력을 자행한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 진실을 알리려는 피해자와 그 아우성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 대해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를 만나 얘기해봤다.

 영화 속 주인공인 강인호와 서유진은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세상에 알리려고 하지만 경찰, 검찰, 종교계, 지자체까지도 학교와 한통속이 돼 진실을 외면하며 가해자의 편에 섰다. 실제로 지방에서 일어난 일들은 지역 사회 기득권들의 연계로 인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일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회는 하나의 체계이다. 이를 구성하는 데에는 여러 하위 체계들이 있고, 이들은 모두 연결돼있다. 이에 다른 하위 체계가 부조리로 흔들리면 본인이 속해 있는 체계도 흔들린다. 기득권은 본인이 속해있는 체계가 흔들리는 것을 거부하기에 부조리를 덮으려 한다.

 영화 속에서 교장과 행정실장은 아동 학대 및 성폭력에도 불구하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는다. 실제로 아동·청소년 성범죄 가해자 중 37%는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가중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강도 높은 처벌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일반적인 처벌은 죄인을 교도소에 보내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사회화가 잘 되지 못했기에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판단하여, 재사회화를 위해 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관점에서 너무 과한 형벌은 또 다른 불행한 일들을 초래할 수 있기에 이 또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다. 가해자에게 강도 높은 처벌을 하는 것보다 피해자를 위한 사회적 지원과 제도적 노력이 마련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영화로 인해 실제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자 시 교육청은 감사에 나서고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으며, 국회 본회의에선 일명 ‘도가니법(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렇듯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디어가 사람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문제는 상수(常數)이다. 사회는 수많은 문제가 떠다니는 바다와 같다. 미디어가 바다에 투망해 어떤 이슈가 건져지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사회문제가 된다. 

 영화 속에서 유진은 “우리가 싸우는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예요”라고 한다. 사회에서 부정부패는 그에 응당한 벌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불의란 무엇일까? 우리는 이에 왜 항거해야 할까?

 의와 불의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은 생명이다. 누군가 생명에 위협을 가할 때 우리는 저항해야 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사회 공동체의 기본적인 존재 이유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공동체는 의미가 없다.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논쟁할 필요가 없는 불의이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에 저항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