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영의 문화읽기] the BUCKS STOPS here!
[이남영의 문화읽기] the BUCKS STOPS here!
  • 이남영 문화부장
  • 승인 2017.03.0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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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명언이 있다. 바로 ‘the BUCKS STOPS here!’이다. 우리 대학교의 부총장을 만날 기회가 생겨 인터뷰를 하던 중 부총장들 모두 필자에게 ‘the BUCKS STOPS here!’이란 문구를 보여줬다.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으로 이 문구를 볼 때마다 본인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무언가에 책임을 진다는 말이 인상 깊게 들렸고 곧바로 인터넷에 그 문구를 검색했다.

 그런데 이 문구는 뜻밖에도 굉장히 흥미로운 유래를 갖고 있었다. ‘the BUCKS STOPS here!’이란 표현은 미국 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의 집무실에 있던 명패에 적힌 문구였다. ‘pass the buck’이란 표현에서 유래된 문구는 19세기 포커 판에서 사용되는 은어였다. 당시 카드놀이에서 돌아가며 카드를 나누는 것을 dealing이라 표현하며 dealing하는 사람을 dealer, dealer앞에 놓는 패(marker)를 ‘buck’이라 칭했다. 한창 카드놀이를 하던 중 만약 dealer가 자신의 buck에 dealing을 원하지 않는다면 ‘pass the buck’을 통해 다음 dealer에게 자신의 패를 넘겨 그 패에 대한 책임을 면했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dealer가 본인의 패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는다면 ‘The BUCKS STOPS here!’, 즉 ‘그 카드를 넘기지 않은 dealer가 책임을 진다’며 카드놀이에 대한 모든 결과를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트루먼이 해당 문구를 집무실 책상에 둔 것은 대통령으로서 결정한 모든 일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으며 실제로 책임감을 가지고 대통령 업무를 훌륭히 수행했다고 한다.

 이 문구가 상당히 좋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무거운 돌을 얹은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어떤 부서의 장이란 무거운 직책을 달아서일까. 한 부서의 장을 맡게 된 후,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밀려와 별것 아닌 일에도 긴장하며 채찍질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책임감이란 단어가 필자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의 큰 짐으로 남았던 것이다. 실제로 관계심리학에서는 한 단체의 지도자가 탈진하는 가장 큰 이유로 ‘책임감’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어쩌면 당시의 필자는 그 어떤 패에도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pass the buck’의 상태였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가진 일에 대해 언제나 책임감을 가진다. 하지만 때론 과도한 책임감에 눌려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땐 ‘책임감’이란 단어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을 다독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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