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마지막 펜을 들며
[영봉] 마지막 펜을 들며
  • 장보민 편집국장
  • 승인 2016.12.24 2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 『그리스인 조르바』 中

 처음 이 자리에 앉으며, 재능없는 기자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줄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것이기에, 보다 나은 신문을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영대신문과 기자들을 지켜봐주기를. 그리고 약속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단 한마디도 허투루 듣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고. 

 올해 우리 대학교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월엔 프라임 사업과 관련한 문과대 교수회의 플랜카드가, 5월엔 학생회비·학회비 이월금 등과 관련한 논란이, 10월 노석균 총장 사의 표명. 그리고 11월 현재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 대학교는 새마을 운동을 포함한 의혹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재정적자로 인한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하지요. 이러한 일련의 사안에는 영대신문이 늘 함께 했습니다. 독자들에게 많이, 쉽게 읽히는 신문이 되고자 더 오락적인 요소를 추구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더 급하게 다뤄야 할 소재가 무엇이 있을까?’, ‘영대신문이 아니면 얘기해줄 수 없는 소재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현장을 더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SNS라이브 방송 등의 방법을 꾀했고, 독자의 곁에서 조금 더 문제의식 있고, 생생한 기사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했던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가를 놓고 본다면, 언제나 순간에는 최선을 다했겠지만 뒤돌아보면 아쉬움투성이기에 그 책임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오늘을 마지막으로 영봉의 주인은 바뀝니다. 때로는 봄 햇살같이 따뜻한 기사로, 때로는 날카로운 기사로 독자 여러분 곁에 함께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기자생활이 어느덧 3년이 지나 마지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기억도 나지 않던 ‘시작’의 순간이 떠오릅니다.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지만, 어느 순간도 특별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습니다. 그 특별했던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끝을 앞둔 시점에서야 밀려오는 그리움에 깨닫습니다. 짧고도 긴 시간동안 다이나믹하게 읽었던 이 책을 이제는 덮으려 합니다. 부족한 기자에게 3년 동안 소중한 지면을 내어준 영대신문에, 또 칭찬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는 편집국장을 믿고 따라준 기자들에게 감사의 말 전합니다. 마지막을 앞둔 지금이 꼭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지만, 영봉의 펜을 내려놓는 순간에는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더 실감이 나겠지요.

 앞으로도 영대신문은 더 발전된 언론기관으로 영남대학교의 구성원과 함께 할 것입니다. 그들이 전하는 기사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수도, 때로는 시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대신문은 우리 대학교의 언론과 자치를, 그리고 아직 이 대학이 살아있음을 상징하는 기구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며 영남대학교 대표 언론기관의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저 역시 이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영남대학교 구성원으로서 영대신문 독자로 돌아가 영대신문의 또 다른 시작을 응원하겠습니다. 그동안 소중하고 특별했던 매 순간들에 함께 해주어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