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건강] 자궁경부암 백신이란?
[오늘의 건강] 자궁경부암 백신이란?
  • 이두진 교수(산부인과학교실)
  • 승인 2016.11.2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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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내게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예방’이라고 답할 것이다. 일단 발병하고 나면 그만큼 치료에 힘이 든다는 이야기다.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병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우리 인생이 평온해질 수 있겠는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간염 예방접종을 하고 한 달 후에는 BCG 접종을 한다. 두 달 후에는 디프테리아, 파상풍, 소아마비, 뇌수막염 접종을 하고 그 일주일 후에는 폐렴구균에 대한 접종을 한다. 그 다음에 또 틈틈이 추가접종을 하고 자라면서도 수시로 독감과 같은 유행성 질환에 대해서, 글로벌 환경이 된 지금은 ‘사스’나 ‘신종 플루’ 또는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 같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병에 대한 접종도 해야 한다. 그나마 그게 우리 몸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방접종이란, 속담을 거꾸로 써 보자면 ‘가래로 막아야 할 것을 호미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자, 병원체에 의한 질병에 대해 예방접종이 그처럼 효과적이라면 ‘암’은 어떨까. 유감스럽게도 아직 암 전반에 대한 예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만큼 암의 원인인자가 세포학적, 분자생물학적, 유전학적으로 다양해서 하나의 대상을 특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들에게서 가장 흔한 암 중의 하나인 자궁경부암에 대한 백신(이하 백신)이 등장한 것은 여성들에게는 가히 복음이 아닐 수 없다. 백신의 개발이 가능하게 된 것은 자궁경부암이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papillomavirus, 이하 HPV)라는 특정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발병한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HPV는 약 백여 종이 넘는데, 이중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 HPV는 30여 종으로 알려져 있고 나머지는 6, 11형으로 대표되는 저위험 HPV이다. HPV는 A1에서 A9까지의 패밀리로 분류하는데 고위험 HPV의 대표적인 16형은 A9, 18형은 A7 패밀리에 속하며 나머지는 그 아형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은 16, 18형에 대한 2가 백신과 6, 11, 16, 18형에 대한 4가 발되었다.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9가 백신이 좋겠지만 기존의 2가 및 4가 백신으로도 충분한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16형과 18형이 각각 그 패밀리의 대표적인 HPV로서 이를 테면 ‘종갓집’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그 아형으로, 면역학적으로는 비슷한 성질을 가지므로 서로 교차면역이 생기기 때문이다. 접종은 3회에 걸쳐 시행하며 지금까지의 데이터로는 추가접종의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나이가 어릴수록 항체형성이 활발하기 때문에 접종 시기는 어릴수록 좋고, 일반적으로는 9세에서 12세 사이에 시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아무쪼록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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