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름다운 아이들
[시론] 아름다운 아이들
  • 김영수 교수(정치외교학과)
  • 승인 2016.11.2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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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이 취업 학원처럼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다. 필자 또한 1학년에 갓 입학한 아이들에게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 엄포를 놓고 있는 중이다. 정말 미안하다, 얘들아. 요 몇 년 새 메말라가는 대학이 느껴진다. 하지만 대학의 생기를 지키려고 애쓰는 곳도 있다. 신문방송사도 그중 하나이다. 작년 3월 신문방송사 아이들을 만났을 때 필자는 그냥 주간 교수였다. 그러나 조금씩 이 아이들과 사랑에 빠졌다. 남들이 토익과 취업공부에 코 박고 있을 때, 이 아이들은 글을 쓰고 신문을 만들고 방송을 내보낸다. “기사를 쓰다가 목 메여 혼자 편집실을 뛰쳐나가 울기도 한다.” 하루 종일 신문방송사에서 살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간다. 학점은 바닥을 깔고, 친구도 못 만나고, 부모님의 걱정을 감내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이 아이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다. 견디지 못하고 떠난 아이들도 많다. 올해 편집국장을 맡은 보민이는 새해 첫 신문에 “재능없는 기자들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글을 실었다. “신문을 제작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부딪힐 때마다 필자 역시 재능이 없는 기자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일이 좋아서, 꾸준히 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재능 없는 12명의 기자들이 읽히는 신문, 새로운 신문을 만들어보겠다고 신문사에 머무르고 있다. 밤새 기사에 대해 고민하고, 쓰고 고치는 일을 반복할 것이다.” 눈물겹다. 하지만 이보다도 “독자의 무관심과 인력난에 힘들었다. 그리고 기자들에게는 과도한 업무량과 20살 사회초년생이 짊어지기엔 너무 무거운 책임과 부담이 따랐다.”

 그런 가운데 아이들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신문이 되고자, ‘변화와 혁신’을 약속했다. 디지털 콘텐츠 팀을 신설했고 카드뉴스, 영상뉴스 등을 제작해 sns에 업로드했다. 다양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 24면까지 증면했으며, 발행부수 역시 8,000부로 늘렸다. 이런 변화를 위해선 기자들의 희생은 불가피했지만,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영대신문의 모든 구성원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 아이들의 바람은 소박했다. “이 재능 없는 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신문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때로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때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봐주길 바란다.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좋은 신문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기자들의 마음을 재능이라 생각하고, 영대신문의 새로운 시작을 관심 있게 지켜봐주길 바란다.”

 올해 영대신문이 달라졌다는 찬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 변화가 아이들의 땀과 눈물로 피어난 꽃송이라는 것은 잘 모를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여전히 길을 찾아 방황하고 있다. 대학사회부장 희영이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내 꿈은 무엇인가’하는 고민에 휩싸인다.” 희영이는 취재 중 답을 찾았다. 우리 학교 체육학부 4년생 김수연의 이야기이다. “이 사회, 이 교육 체계 속에서 ‘꿈이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그런데 꿈이 없다는 것은 정말 좋은 거예요. 꿀 수 있는 꿈이 무수히 많잖아요.”(『천마로를 거닌 사람』) “직선으로 달려가지 마라 / 아름다운 길에 직선은 없다 / 굽이굽이 돌아가기에 / 깊고 멀리 가는 강물이다.”(박노해) 이 아이들이 그렇다. 필자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신문방송사를 떠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아이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아름다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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