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애의 1cm] 또 다른 ‘다음’
[강신애의 1cm] 또 다른 ‘다음’
  • 강신애 문화/편집 부장
  • 승인 2016.11.28 2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잘살아 보자”며 활기차게 봄을 맞이했었는데, 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나’의 계절을 잘 지나왔는지 돌아볼 때가 왔다. 우린 삶에서 안정을 추구하지만 안정적인 삶은 드라마가 될 수 없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은 깊어지며, 극적인 긴장감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절정에 달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아주 처절하거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이때 관객들은 어떤 결말이든 끝이 맺어졌다는 것에 안도한다. 오지 않을 ‘다음(Next)’만큼 불안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배우 나탈리 포트먼의 졸업식 축사를 본 적이 있다. “난 아직도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해 불안함을 느낀다”며 운을 뗐다. 그녀는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직후, 지적인 능력이 아닌 유명세로 합격증서를 손에 쥔 것 같아 불안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이후 어려운 수업만 골라 들으며 끙끙댔지만, 그 시간을 거친 뒤 “자신을 지나치게 의심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됐다고 한다. “‘블랙스완’을 찍는 도중, 발레를 제대로 해본 지 15년이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때 내가 나의 한계를 알고 있었더라면 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러한 위험이 나에게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최고의 성취 중 하나를 낳게 했어요”. 그녀는 이 영화로 201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필자는 신문사를 입사하는 순간부터 매일 매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의심했다. 신문사 기자의 자격이 있을까, 편집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까… 하지만 필자도 그녀처럼 ‘나의 한계’를 알지 못했기에 무엇이든 부딪혀봤다. 처음 취재원에게 수줍게 인터뷰를 요청하던 수습기자부터 능숙하게 신문 최종 파일을 작업장에 보내는 부장이 될 때까지 앞에 놓여있던 한계를 하나씩 깨면서 나아갔다. 그 앞에는 또 다른 ‘다음(Next)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필자의 짧은 인생의 1막과도 같았던 ‘영대신문’은 극의 중반을 넘어서 절정에 달했다. 그 끝이 처절할지, 행복할지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1막의 끝이 처절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 끝을 맺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또 새로운 2막을 써보려 한다. 여러분 인생의 드라마는 어떤 결말을 보고 나아가고 있는가. 분명 그 과정이 편안하지 않을 것이고 그 과정에 자신을 수없이 의심할 것이다. 하지만 한계를 두지 않고 나아가 그 끝을 맺는다면, 또 다른 결말을 가진 ‘다음(Next)’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16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여러분의 또 다른 드라마의 시작을 응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