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영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갈팡질팡하는 그대에게
[문희영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갈팡질팡하는 그대에게
  • 문희영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16.11.28 0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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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어김없이 매서운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올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춥고 거칠게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는 재정 적자로 인한 예산 삭감과 갑작스러운 총장 사퇴, 그리고 프라임 사업으로 인한 빨간 현수막까지. 다사다난 했던 1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1년은 어땠나요? 여러분은 지금 따듯한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나요, 차가운 겨울이 올까 두려움에 떨고 있나요?

 올 한해는 학교도, 저도 정답을 찾아 헤매다 길을 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정답을 찾아 걸어오던 중 잘 나아가는 듯 하다가도 갈팡질팡 헤매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정답만을 찾아 나서고 있지 않으신가요?

 그런데 꼭 정답을 찾아야만 할까요?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오답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 걸음 더 발전하는 것이죠. 때문에 꼭 정답만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혹 오답을 정답으로 발전시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조금 다른 선택에 후회하기도 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갈 것입니다. 오답을 낳는다는 것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번 맛봤던 오답을 계속해서 맛보지 않는 것이지, 오답 자체를 맛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촛불 같은 존재입니다. 촛불은 미약한 듯, 곧 사라질 듯 하지만 묵묵히 빛나고 있죠. 촛불이 더 밝지 않다고 해서 촛불을 버리진 않습니다.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묵묵히 빛나고 있는 그 자체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이지요. 우리도 마찬가지로 지금 서 있는 그 자체로 가치 있습니다. 꺼질 듯, 넘어질 듯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가끔은 촛농이 너무 많이 생겨서 불이 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 촛농이 굳을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불을 켜면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수많은 갈림길에 서 있을 것이며, 곧은길을 가더라도 수없이 갈팡질팡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가고 있는 그 길이 정답입니다. 수없이 갈팡질팡할 우리. 결과가 어떻든,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지금 주변을 둘러보며,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친구들에게 ‘잘했다’, ‘수고했다’ 말 한마디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신문 발행 끝으로 저는 영대신문을 떠나고, 새로운 편집국장과 부장들, 기자들이 신문사를 이끌어 가게 됩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끝맺음과 새로운 시작을 할 것입니다. 처음 서 보는 자리에서,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두들 자신의 길에서 그들만의 길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갈팡질팡하고 힘들어하는 신문사 후배들을 비롯한 모든 식구들에게 ‘조금 쉬었다 하라’는 짧은 말조차 건네지 못했던 선배이자 친구였습니다. 이 점을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며, 제 마지막 칼럼을 마칩니다. 갈팡질팡 하던 내 곁을 묵묵히 지켜줘서 감사합니다. 갈팡질팡 하는 당신에게 쉬었다 가라는 말 한마디 건네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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