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가 죄를 지었습니다
[시론] 내가 죄를 지었습니다
  • 김영수 교수(정치외교학과)
  • 승인 2016.11.15 0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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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윗은 이스라엘 제2대 왕이다. 위대한 왕이자 용맹한 전사였고, 걸출한 시인이자 음악가였다. 그는 본래 베들레헴에 사는 이새라는 양치기의 막내아들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는 펠리시테(Pelishte)족과 긴 전쟁 중이었다. 유대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이곳으로 이주하였기 때문에 생존을 건 전쟁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이 전쟁에서 다윗은 펠리시테족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려 일약 이스라엘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사울왕의 질투로 다윗은 망명을 떠나야했다. 황야를 떠돌던 그는 적이었던 펠리시테 왕 아기스에게 갔다. 뒤에 사울이 전쟁에서 패배해 자살하자, 다윗은 귀국해 왕이 되었다. 그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이스라엘을 강국으로 이끌었다.

 그런 다윗이 어느 날 저녁 무렵 왕궁 지붕 위를 거닐고 있었다. 그런데 아래에서 한 여인이 목욕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매혹된 다윗왕은 그녀를 불러 동침했다. 그녀는 장군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였다. 당시 우리아는 암몬족과의 전장에 있었다. 다윗 휘하의 용장 37인 중 한 명인 우리아는 충직하고 용감한 전사였다. 그런데 밧세바가 덜컥 임신을 했다. 간통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한 다윗은 우리아를 왕궁으로 불렀다. 밧세바와 동침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아는 집에 가지 않고 왕의 부하들과 함께 왕궁 문 앞에서 잤다. 당황한 다윗이 그 이유를 묻자, 우리아는 언약의 궤가 영채 안에 모셔져 있고, 상관인 요압 장군이 들판에서 자고 있는데, 자기만 어떻게 집에 가서 먹고 마시고, 아내와 자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날 다윗은 우리아를 불러 잔뜩 취하게 했다. 그러나 그날도 그는 집에 가지 않았다. 이튿날 다윗은 편지를 써서 우리아에게 주면서 요압에게 전하라고 하였다. 우리아를 가장 위험한 전장에 보내 죽이라는 편지였다. 우리아는 화살에 맞아 전사했다. 소식을 들은 밧세바는 통곡했다. 장례가 끝나자 다윗은 그녀를 처로 맞아 아들을 낳았다.

 다윗은 간통을 하고 살인을 교사했다. 그러나 완전 범죄였다. 어느 날 예언자 나단이 다윗에게 와서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었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의 양을 빼앗아 손님을 접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7명의 아내와 많은 첩을 거느린 다윗이 우리아의 아내를 빼앗은 것을 풍자한 것이다. 그것을 깨닫지 못한 다윗은 화를 내며, 이런 사람은 처형시켜야 한다고 외쳤다. 나단은 “그게 바로 당신이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윗은 즉시 “잘못했습니다. 신께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참회했다. 얼마나 단순하고 간결한가! 바이블의 「시편」에는 7개의 참회시가 있다. 그중 4개가 이 사건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그중 38편의 일부는 이렇다. “내 죄악이 넘쳐 무거운 짐 같으니 내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죄로 인해 슬프고, 상함을 당하고 불안하여 신음하나이다. 친구와 친척이 나를 멀리하고, 내 목숨을 노리고 해치려는 자들이 음모를 꾸미나, 나는 어떤 반박할 말이 없습니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비리로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허탈감에 빠졌다. 국민이 “그게 바로 당신이오.”라고 했을 때, 즉시 “잘못했습니다. 내가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다윗의 위대함은 나단의 말을 듣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즉시 참회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국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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