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영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당연히’가 부른 화(火)
[문희영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당연히’가 부른 화(火)
  • 문희영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16.11.14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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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명 ‘최순실 사태’로 전국이 시끄럽다 못해 굉음을 내고 있다. 뉴스, SNS 등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같은 단어가 지겨울 정도로 계속해서 들린다. 울화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신물이 날 것만 같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왜곡돼 온 정치의식과 관행의 프레임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또한 연루된 많은 사람들은 음습한 정경유착 관행에 편승해 최순실 일파가 말하는 대로 움직였다. 조금의 비판의식을 갖지도 않은 채 늘 해오던 대로, 당연히 그렇게 하니까.

 관행은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을 관례처럼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무 수행 중 뇌물을 수수하는 것에서부터 민간의 사소한 행위도 관행에 속한다. 이처럼 관행이 되는 사례는 너무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이러한 관행은 대학사회 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학내의 한 단체에서는 단체장이 공금을 부정 수급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이 집단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그렇다. 아마 이러한 일은 유사 집단 내에서 암암리에 행해졌던 수급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공 서적의 표지 디자인만 조금 수정한 후 개정판이라 칭하며 학생들이 책을 새로 구매하게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예전에도 이렇게 했으니까’라는 말을 위안 삼아 거리낌 없이 행동으로 옮겨 악행이 관행이 되는 경우다. 

 이런 행동에 ‘도대체 왜?’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다들 그렇게 하니까’, ‘들키지만 않으면 되지 않아?’라는 답이 돌아온다. 혹은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괜찮을 줄 알았다’는 등의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한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인지 아닌지 따져 볼 생각도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지’라고 하지 않는가. 일단 저질러 놓고 ‘몰랐다’고 말하면 그에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좋은 뜻으로 했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몰랐다는데 더 이상 어떤 말을 할 수 있으랴. 관행을 저지르는 많은 사람들이 ‘몰랐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비판 없이는 발전이 없다는 말이 있다. 심지어 비판 없는 사회는 썩어버린다. ‘예전에도 이렇게 했다’는 이유로 그것을 이어나 가기만 한다면 도대체 발전은 언제 하려는 것일까. 악행이라는 관행이 존재하는 한, 파행하는 사회에는 정의와 공정이 설 자리는 없으며 한 걸음 나아갈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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