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협업하는 인간;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
알파고와 협업하는 인간;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
  • 하지은 기자
  • 승인 2016.10.1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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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상경관 210호에서 이동철 교수의 특강이 진행됐다.                                 사진 홍정환 준기자



 지난 4일 ‘융합 인문학’ 강의에서 이동철 연사가 ‘알파고와 협업하는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동철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문학, 고전학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연구하며 현재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방대한 양의 독서와 인터넷 검색으로 본인만의 지적 세계를 구축해가는 그가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와 해법에 대해 들어보자.

 알파고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우리와 먼 이야기인 것 같지만 당장 여러분이 살아가는 방식과 실질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번 강연의 주제에 대해 미리 말하자면 이러한 시대에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최근에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요즘 학생들의 상황이 어렵다. 우리 때는 성장의 국면에 있었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과 직업은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여러분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고 하는데도 직업을 갖기 너무나 힘들다. 동양 철학의 주역에 보면, “궁하고 한계에 도달하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통하게 돼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 여러분은 세상이 힘들고, 숨이 막힌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점에 있어선 어마어마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 할 이야기는 그런 것에 대한 것이다.

 기起: “들어가며”
 한국 사회의 3대 위기=
첫 번째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무관심과 몰지각’에 대한 위기이다. 늘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위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과 무관하게 요즘 대학생들이 직면한 위기의 궁극적 원인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에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 자각이 필요하다. 두 번째 위기는 ‘위대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이다. 누구나 위대해질 수 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

 세 번째 위기는 애매하고 복합적인 문제들과 해결 주체의 부재이다. 우리에게 다가올 문제들 중, 연인 사이에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문제인 듯 문제 아닌 듯한 것들. 왜냐하면 여러분이 인류 역사의 양적·질적 변화의 시기에 서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변화가 끝나야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 중 자신들이 르네상스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문제는 해결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 해결 주체는 여러분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제 산업 논리는 단순했지만 현 시대는 기존의 단순 논리와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좀 더 힘든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인생의 궁극 과제=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궁극적 과제는 3가지이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구글, 네이버, 바이두 등의 검색 사이트들도 그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도 여러분이 누군지 알려 주지 않는다. 여러분을 아는 것이 위기 해결의 출발점이 된다.

 승承: “알파고와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과 알파고=
인공지능은 인간이 머리를 써서 해야 할 일을 기계가 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에서와 같이 인간에게 쉬운 것은 인공지능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인공지능에게 쉽다. 이런 인공지능도 기능에 따라 나눌 수 있는데, 여기에는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이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도 사람이 시키는 일, 사람이 정해놓은 일만 하는 약한(weak) 인공지능이고 장래의 인공지능은 자의식을 갖고 필요하다고 생각한 일을 하는 강한(strong)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1956년, 다트머스대학 회의에서 만들어졌다. 최근엔 한국의 바둑기사 이세돌과의 바둑대결로 유명해졌는데, 앞으로 체스, 퀴즈, 포커 등의 분야에서도 대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바둑은 굉장히 복잡한 수이지만 제한적인 것 안에서의 일이기에 인공지능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Big Data)를 갖고도 데이터 속 패턴 인식과 자기 학습이 가능한 딥러닝(Deep Learning)의 기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알파고와 이어지는 직업의 미래이다. 2차 산업혁명 전기에는 근로자들이 사라졌고 3차 정보혁명에서는 사무직이 사라졌다. 이제는 4차 혁명에서 알파고가 빅데이터와 딥러닝으로 무장하니 전문직이 없어지고 있다.

 기계가 스스로 통제하는 시대=4차 산업혁명은 *사이버 물리시스템 기반의 유연하고 가벼운 생산이 가능한 체계이다.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빅데이터 기술 등을 생산 현장에 접목하면 생산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여러분에게 이미 익숙할 것이다. 매스컴에 많이 나오는 무인운송수단, 무인자동차, 드론, 사물인터넷 등이 4차 산업혁명에 의해 나타난 것이다. 광고에서 보는 것처럼 집주인이 외출하면 집안에 있는 기계가 스스로 가스불을 끄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기계가 스스로 생산을 통제하며 문명의 구조가 바뀌는 시대이다.

 전轉: “인류사의 전개와 제4차 문명혁명”
 인류사의 전개=
기존의 문명론은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의 순으로 전개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유발 하라리는 3만~7만 년 전에 인지혁명이 먼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 후에 ‘정복자’ 사피엔스가 등장하는 농업혁명이 이어지고 ‘무지(Ignorance)의 혁명’인 과학혁명은 지금도 시행되는 단계라고 했다. 그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서구적 오만과 편견이 바로 그 한계이다.

 하라리는 사람에게 인지사고가 생긴 이유를 우연한 미지의 세계라고 했지만 동아시아의 인간론인 직립혁명이 인지의 세계를 열었다. 인간의 직립이 천기와 지기의 소통이다. 즉 예(禮, 인륜)의 세계를 천하와 지상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또 하라리는 과학혁명의 주체를 서양으로 제한한다. 서양의 4대 발명이라고 하는 화약, 인쇄, 종이, 나침반은 동서교류의 산물이다. 계몽주의 또한 그 기원은 『송학(宋學)의 서천(西遷)』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서구적 편견과 그 한계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의 본질적 원인이 된다.

 산업혁명과 세계사, 문명혁명=1차 농협혁명 때는 서양에서 자본주의가 태동했다. 그 자본주의라는 것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신(新) 체제의 성립으로 문명은 붕괴됐다. 20세기 초반의 2차 산업혁명엔 자본주의에 상대적인 사회주의가 생겼다. 대(對) 체제의 출현으로 문명은 해체되고 보편성이 강조돼 이슬람과 같은 소수 종교는 탄압받았다. 3차는 정보화 혁명으로 양극 체제가 붕괴되고 문명은 복권된다.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전통주의가 다시 복권되며 이슬람도 다시 성행한다.

 4차 혁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양 체제의 융합이 이뤄져 문명이 공존한다. 집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 등은 개인의 소유를 인정하면서 그것을 타인과 공유·융합해 살아간다. 공과 사의 대비가 아닌 ‘공유’이다. 특히 중국은 공유경제 활동이 활발하다.

 4차 문명혁명의 주요 특징은 여성화, 고령화, 종교화, 중국화이다. 부드러움과 연약함의 재발견으로 여성적 가치가 부흥하고 있다. 또 인구 구조의 질적 변화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모든 문명은 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현재의 인류사회를 보면 특정 문명이 우월하기보다는 각각의 주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결結: “나오면서”
 다시 얘기하자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한 현재는 종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세계를 구성해갈 수밖에 없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인 삼성은 9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의 소니를 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받았다. 그런데 지금, 왜 소니는 지고 삼성은 일어났을까? 그 이유는 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을 때 그 흐름을 잘 타고 간 것이다. 상당히 재밌는 것은, 한국의 역사를 봤을 때, 한국 사람의 특징은 판이 바뀔 때 잘 들어간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도 플랫폼이 중요하다. 판을 깔려면 개방하고 공유해야 한다.

 공부론, 주체와 세계=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은 뭘 공부해야 할까? 첫 번째,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다. 이는 위기 해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계열과 시대를 넘나들며 폭넓게 독서한다면 자아 완성의 초석을 다지고 문제의 인식과 해법의 모색이 가능할 것이다. 신문과 잡지, SNS 등의 매체도 4차 산업혁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꾸준히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현장을 자주 다녀라. 은인과 귀인의 차이를 아는가? 은인은 내가 알던 사람이 나에게 도움 주는 것으로 부모, 선생님 등도 은인이 될 수 있다. 귀인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도와주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나를 돕게 하려면 내가 먼저 모르는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 이제는 나 혼자 잘 난 것은 의미가 없고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그래야 판이 생긴다. 감사할 줄 모르면 감사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체는 지금 여기 바로 당신이다. 돈이 있는 곳에선 돈을 벌 수 없다. 돈이 없는 곳에 가야 돈을 잘 벌 수 있다. 한편 빅데이터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빅데이터보다 더 중요한건 논데이터이기도 하다. 빌게이츠도 명상을 자주 한다고 한다. 정보가 과다한 시대에 무(無)의 영역도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한국 역사의 특징은 판을 잘 짜고 기회 잘 잡는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4차 문명 혁명에서 한국적 가치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세계 최초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워치 ‘닷워치’를 만든 김주윤이라는 젊은 친구가 있다. 미국 유학 중, 어느 날 교회에서 맹인용 점자 성경책을 봤고 그 후 관련 사업을 하게 됐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워치는 경제적인 성공을 기대했더라면 흥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불편하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의 관점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오히려 큰 시장이 열렸다. 통계 수치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맹인 비율이 높다. 지금 그가 만든 회사는 전세계 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구글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굉장히 힘들지만 잘 보면 사회 구석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사람이 많다. 남들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보라. 오히려 기회는 여러분에게 있다.

 앞으로 전문직도 사라질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제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나?
천국과 지옥에 놀러간 적이 있다. 지옥은 환경이 좋고 식사시간에 좋은 음식이 많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앉아서 밥을 먹을 때 식탁이 2미터나 되고 젓가락이 너무 길어 제대로 먹지 못했다. 손으로 먹으려고 하니 음식 위에 전류가 흘러서 젓가락으로만 먹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다. 그리고 천국에 갔는데 모든 것이 똑같고 식사시간에도 똑같은 테이블에서 똑같은 밥이 주어졌다. 그런데 젓가락으로 상대를 먹여주더라. 내가 먹으려 하면 못 먹지만 젓가락으로 상대는 먹여줄 수 있다.
 이게 난점이다. 의대, 법대가 인기가 좋은데 이제 그 시대는 지났다. 인공지능이 뛰어난 능력으로 기능하니 인간의 영역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중요한 것은 큰 기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를 생각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자본주의적 생각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어떤 길로 갈 것인지 스스로 고려해야 한다.
 이제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의 것에 대해 공부하라. 그리고 무서워 하지마라. 개방하고 존중하라. 상대에게 이익을 주려 하라. 그것이 다시 나에게 분명히 돌아온다. 인류 역사적으로 보면 그렇다. 거꾸로 제 모습을 찾아간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대학에서 필요한 것은 ‘배우는 능력’을 익히는 것이다. 보통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 모두 가르쳐 주고 받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 배울 능력과 그것을 실험해 보는 것이 대학에서 여러분들이 할 일이다.

*사이버 물리시스템: 물리적 현실 세계에 속한 사람과 인터넷 서비스, 인공지능 시스템, 각종 정보망이 존재하는 사이버 세계와 연결해 주는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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