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애의 1cm] 피지 못한 꽃
[강신애의 1cm] 피지 못한 꽃
  • 강신애 문화부장
  • 승인 2016.10.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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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그렇게 일어나고 말았다. 또 한 아이가 그렇게 눈을 감았다.

 최근 경기도 포천에서는 끔찍하게 6세 아동을 학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 부부는 입양한 딸아이가 ‘식탐이 많다’며 아이의 온몸을 투명데이트로 묶어 17시간 방치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이는 숨지고 말았다. 이들은 아이가 숨진 사실을 확인하고 뜨거운 불에 아이를 던져 끔찍하게 처리해 버렸다. 이후 그들은 인천 축제장에 들러 아이를 잃어버렸다며 허위실종신고를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아니. 치밀함이 아니라 잔임함이라 하는 것이 맞겠다.

 지난해 12월, 친아빠와 계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탈출한 11세 소녀사건, 이른바 ‘원영이 사건’으로 욕실에서 숨을 거둔 7세 원영 군, 지속해서 학대를 당해 이를 닦다 숨진 4세 아동 까지..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유독 끊이지 않았던 올해. 더는 듣고 싶지 않은 비참한 소식들이 이어졌다. 지난해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총 1만 1,709건. 이 가운데 학대 행위자가 부모(양부모 포함)인 경우가 80%에 달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조건 없이 날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것이 부모의 존재 아니었던가. 새싹을 틔우기도 전에 작기만 한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무참히 짓밟아졌다.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아동학대 대책을 내놓고, 여론은 떠들썩해진다. 하지만 예방과 관심이 끔찍한 살인을 근절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간 정부는 아동 대상 범죄를 추방하겠다며 큰소리쳤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한 달 전부터 아무 소식 없이 유치원에 아이가 나가지 않았고, 평소에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도 그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 관심망’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봐야겠다.

 올해 아동학대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에서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직군을 확대하고, 피해 아동에 대한 응급조치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어린이집의 신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여전히 법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사건이 가정에서 일어나는 만큼 더욱 꼼꼼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온갖 대책들이 쏟아지지만 현장인력부족, 예산 부족이 여전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상담원 1명당 아동학대 665건을 맡고 있으며, 아동학대 방지 예산도 지난해보다 67억 원 줄었다. 앞으로 좀 더 체계적 원인분석과 정밀한 대책마련으로 어설픈 대책과 관심을 변화시켜야 한다.

 또한 더 이상 한 대든, 두 대든 체벌을 묵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허용돼선 안된다. 아동학대 범죄를 막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움직여야 할 때다. 세상이 아동학대 사건으로 도배돼 있을 때, 분노하는 것 외에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내 아이’가 아닌, ‘이웃의 아이’라도 그들을 위한 관심이 절실하다. 아이들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도움의 목소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소중한 아이를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다.

 꽃 같이 예쁜 아이들이,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꺾여 버렸다. 이젠 우리가 그 꽃을 지켜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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