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부족한 장기 기증
턱없이 부족한 장기 기증
  • 배한율 기자
  • 승인 2007.05.10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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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장기 기증이 꺼져가는 불빛을 살릴 수 있다!
토요일 밤만 되면 많은 이들이 TV 앞에 모여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바로 MBC에서 방영하는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방송과 사회에서 소외되어 외롭게 사는 이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이번 느낌표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코너가 있으니 바로 ‘눈을 떠요’다. 이 프로그램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각막을 이식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며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한 방송사에서 장기 기증에 대해 기획으로 다루고 그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어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장기 기증 바람이 불고 있다. 일반 시민들부터 국회의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장기 기증 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아직도 장기 기증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본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 기증 실태와 문제점 등에 대해 알아 보았다.

장기마저 수입하는 안타까운 현실…
국내 장기 기증은 2000년도까지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장기의 불법 밀거래를 단속한다는 이유로 KONOS(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장기 이식에 관해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가 설립되고 장기 기증에 대한 법이 엄격해지면서 장기 기증이 매우 감소했다. 예를 들어 2000년 당시 1천1백여명이던 각막 기증자가 2001년도에는 3백80여명에 그쳤다. “1명의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이식하기 위해서 2십만명의 골수가 필요하다. 이처럼 환자애개 맞는 골수를 찾아 이식하기는 무척 어렵다. 하지만 2005년 2월말 현재 골수 기증자는 2천 7백여명에 그치고 있다”며 장기기증 실태에 대해 사랑의장기 기증운동본부 대구·경북 지역 전낙철 사무국장이 얘기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장기를 찾아 이식하기가 어려워지자 해외에서 장기를 수입해 이식하는 경우가 많다. MBC 김영희PD는 “‘눈을 떠요’프로그램을 하면서 각막을 국내에서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장기 수입업자를 통해 각막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장기를 수입하는 경우 많은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장기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장기 이식 건수도 1999년 4백35건이던 것이 다음 해인 2000년에는 1백92건으로 감소했으며 이후로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인식 전환, 지속적 교육, 새로운 제도 삼박자 맞아야…
현재 장기 기증 사례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에는 국민들의 장기 기증에 대한 관심 부족과 고정관념이 한 몫(?)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낙철 사무국장은 “예전부터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여 몸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장기 기증에 대해서도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서해진 양(국제통상2)은 “나의 일부를 떼어낸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도 앞서요. 그래서 선뜻 장기 기증 신청을 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장기 기증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 홍보가 이루어 지지 않아서이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사후에 시신을 산소에 묻는 장묘문화로 인해 화장을 기피해왔다. 하지만 장기 기증을 한 후에는 대부분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화장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장기 기증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현재 장기 기증 관련 제도를 문제로 들 수 있다. 영남대 의료원 장기이식센터의 김명희 코디네이터는 “해외에 비해 국내 뇌사 판정이 굉장히 까다롭다. 그러다 보니 뇌사자를 발굴 관리하기 힘들고, 자연스레 장기 기증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라고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말했다. 이밖에도 장기 기증 신청 시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고, 수혜자와 기증자의 관계를 밝혀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 이에대해 전낙철 사무국장은 “밀거래를 막기 위해 시작한 법이지만 오히려 순수하게 장기 기증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드는 역효과를 낳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국민들의 장기 기증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없애기 위한 홍보와 지속적인 교육이 요구되고 좀 더 쉽게 장기 기증을 신청하고 장기를 이식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삼박자가 고루 갖추어 진다면 장기 기증자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장기 수혜를 기다리는 6만여명 이상의 환자들이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새로운 장기를 이식하면 새로운 생명을 얻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죽어서 그냥 흙에 묻혀 한 줌의 먼지가 될 장기를 조금만 마음을 열고 기증을 한다면 꺼져가는 사람들의 빛을 다시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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