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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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희 기자, 황채현 준기자
  • 승인 2016.10.1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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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성범죄, 그 실태는?]

 최근 서울대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60대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귀가 길, 원룸촌 등에서 주로 존재했던 성범죄가 학내까지 번지고 있다. 학내에서는 성범죄가 어떻게 발생하고 있을까. 또 무엇이 문제일까.

 끊임없는 학내 성범죄=지난 6월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교수 A씨는 20대 여성 대학원생 B씨 등과 술자리를 가졌고, 밤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는 새벽 2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B씨는 만취한 자신을 A씨가 교수 연구실로 데리고 가 성폭행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B씨가 증거물로 제출한 옷에서 DNA 등 증거가 발견되자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번복했다. 경찰은 *준강간 치상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고, 학교 측은 지난 8월 A씨의 직위를 해제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우리 대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학생 C씨는 선배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선배 D씨는 C씨의 손, 다리 등 신체 일부분을 만졌다. 이에 C씨는 불쾌함을 느꼈지만 자신이 피해자임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한다.

 성범죄 가해자가 여전히 학교에?=성범죄가 일어난 대학에서는 가해자에게 해임 및 징계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38개 대학에서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수 47인 중 43%에 해당하는 20인이 여전히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 교수 대부분은 정직 처분이나 경고, 견책이나 감봉 등의 징계 등의 처벌을 받는데 그쳤다. 이들은 처벌 기간이 끝나면 이내 강단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에 김창룡 인제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교수라는 직업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업이기에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지고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교수들의 성범죄가 공개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은 대부분 상습범으로 수년간 다수의 학생을 상대로 성희롱이나 성추행, 심할 경우 성폭행까지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해자가 학생일 경우, 가해 학생을 퇴학시킬 권한이 없어 징계 조치만으로 끝나는 대학이 대부분이다. 이에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단순한 퇴학 조치는 가해 학생이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있어 징계 조치를 주되, 징계의 과정에서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퇴학보다 더 강력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내에서는 학내 구성원들이 학생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성범죄가 많다. 이에 최란 사무국장은 “자신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학생을 성적으로 괴롭히거나 괴롭힘의 방법으로 이용하는 피해가 많다”며 성범죄는 주로 강자가 약자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준강간: 술, 약물 등으로 인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강간을 한 경우

 

[온라인에서도 계속된다]

 최근 SNS,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온라인 성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설문조사 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접적인 성범죄는 감소한 반면 온라인상의 성범죄는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온라인 성범죄의 사례 및 문제점 등에 대해 알아봤다.

 수많은 온라인 성범죄 사례=지난 6월, 고려대학교의 한 교양수업에서 만난 남학생들이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통해 1년 넘게 여학생들을 상대로 언어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해 교양수업을 함께 수강한 남학생 8명은 단체 대화방에서 선후배를 막론하고 여학생의 실명을 거론하며 상습적으로 음담패설을 하고 모욕했다. 대책위가 내부 고발자를 통해 받은 A4 용지 700매 분량의 대화내용을 보면, 가해자들은 외모 비하나 성희롱은 물론 성폭행, 몰래카메라 등 성범죄를 연상케 하는 내용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성폭력을 가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고려대학교의 한 학과 학생 30여 명은 지난해 5월부터 SNS에 ‘고추밭’이라는 이름의 비공개 그룹에서 동료 여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삼으며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고 음란물을 공유했다. 이에 고려대학교 측은 이들에게 최대 정학 5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SNS상의 성희롱 발언을 문제 삼아 징계처분을 내린 대학은 고려대학교가 처음이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성범죄 사례는 전국 수많은 대학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성범죄=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SNS, 스마트폰 등 미디어의 발달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SNS를 사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이미 SNS는 공적인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온라인은 상대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식하게 할  장치가 부족하고, 단체 대화방의 경우 대화방 내부 사람들만의 공간이라는 생각 때문에 외부로만 유출되지 않으면 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들은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손쉽게 저지를 수 있는 범죄이기에 범죄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는 피해 당사자가 본인이 피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모든 범죄에는 적발되지 않고 숨겨져 있는 범죄가 있는데 온라인 성범죄의 경우에는 그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에 최란 사무국장은 “지인이 자신을 성희롱을 했다고 생각하면 사람에 대한 신뢰,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깨지기 쉽다”며 “온라인에서의 성희롱 역시 피해자에게는 똑같은 범죄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성범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에 허창덕 교수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이 가져야 할 규범을 내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는 학교 차원에서 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선강간, 범죄와 오해 사이]

 지난 5월, 30대 여성이 자신을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70대 노인을 폭행해 논란이 됐다. 해당 여성은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일각에서는 ‘70대 노인의 시선강간 때문’이라는 입장도 있었다. 이에 본지는 시선강간의 사례 및 다양한 의견 등에 대해 알아봤다.

 학내에 퍼진 시선강간=최근 SNS를 통해 퍼진 시선강간에 대한 사례들이 화제가 됐다. 시선강간이란 ‘마치 강간을 하듯 상대를 음란하게 보는 행동’을 뜻하는 신조어로, 실제 학내에도 시선강간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 홍익대학교 온라인 게시판에는 자신의 친구가 남학생들로부터 시선강간을 당했다는 글이 게시됐다. 남학생들이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을 민망할 정도로 훑어봐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교 학생들 역시 시선강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실험실습을 하던 중, 한 남학생이 내 몸을 훑어보며 음흉한 눈빛을 보냈다”며 불쾌함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계단을 올라가던 중 뒤에서 걸어오던 사람이 자신의 엉덩이를 본 것 같은 시선을 느낀 사례도 있었다. 성범죄 전문센터인 YK 법률사무소 측에 따르면, 이처럼 시선강간 피해를 느껴 성범죄 전문센터에 신고한 사람 중 여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시선강간 피해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비교적 낮지만, 남성 피해자 역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혹은 단순한 시선=시선강간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의도를 알지 못한 채 단순한 시선만으로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기에 명확한 범법 기준이 없다. 이로 인해 시선강간이 ‘성범죄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한편, ‘단순한 시선을 범죄로 키우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를 두고 ‘당사자가 상대의 시선으로 인해 불쾌함을 느꼈다면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상대의 시선이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범죄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 대립했다. YK 법률사무소 측은 “시선강간이 성희롱에 속할 수도 있으나 해당 사안에 대해 전체적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며, 무조건적으로 불쾌하다고 상대를 가해자로 만드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시선강간, 처벌은 어떻게?=YK 법률사무소 측에 의하면, 최근 성범죄 전문센터에 시선강간을 당했다고 신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시선강간의 기준이 모호해 신고하더라도 상대방을 처벌할 수 없다. 또한 ‘강간’이라는 단어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간음하는 행위’로 규정돼 있지만, 시선강간은 단순히 음란한 시선을 보내는 행위기에 이는 강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시선강간 명목으로 신고하더라도 현행법상으로 처벌되지 않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성희롱으로 성립될 여지가 있지만,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나 형사상의 처벌은 불가하다.

 시선강간은 학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있다. 본지 인터뷰 결과 전문가와 학생들은 시선만으로도 수치심을 줄 수 있어 이를 범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수치심을 느꼈다고 해서 그 의도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범죄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이처럼 범죄와 오해 사이, 그 경계를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양성평등센터, “우리가 도와줄게요!”]

 학내 성범죄가 빈번해지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교 기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우리 대학교에는 학내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양성평등센터가 존재한다. 이에 양성평등센터 문기라 박사를 만나 양성평등센터가 하는 일, 성범죄 사건 해결 방법 등을 알아봤다.

 양성평등센터가 성범죄와 관련해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성범죄 관련 사건이 접수되면 피해자와 상담 후,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범죄 사건이 접수됐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성범죄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와 사건 상황 등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다. 그 후,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공식적인 절차나 비공식적인 절차로 나눠 해결과정이 진행된다. 대책 위원회와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에 대한 심의 및 의결 과정을 거치고 피의자의 징계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비공식적인 절차는 주로 피해자가 피의자와 원만한 합의를 원할 경우 이뤄지며 사건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양측 간 합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교수들을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어떻게 진행하는가?
교수들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한다. 온라인의 경우, 인터넷 강의를 통해 교수가 수시로 교육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교육은 한 학기에 한번으로 1년에 총 2번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게 돼 있다.

 학내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학내 구성원들이 성범죄 예방교육을 꾸준히 받았으면 한다. 교수는 한 학기에 한 번 성범죄 예방교육을 이수하는 것이 의무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법적인 제재가 없어 교육을 받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기성 세대와 현 시대가 인식하고 있는 성범죄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현 시대에 맞게 교수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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