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영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책임자 없는 책임
[문희영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책임자 없는 책임
  • 문희영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16.09.26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데이어 규모 4.5의 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주를 비롯한 각 지역의 시민들은 불안감에 인근 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등 크고 작은 소동이 계속됐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점차 커져만 갔는데, ‘계속해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사실 때문이라기보다 ‘지진이 발생해도 대책다운 대책이나 시스템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정부 관계자들은 “땅 밑의 일이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안전하다”는 말을 연신 되풀이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국민안전처의 재난발생 문자는 제 시간에 발송되지 않았으며, ‘여진 대비 TV 등 재난 방송 청취바랍니다’라는 안내에 TV를 켜 보니 드라마와 각종 예능프로들이 방영돼 국민들의 분노를 샀기도 했다.

 한편 교내 한 단체에서 단체장을 비롯한 몇몇 부서장이 최고기관의 감사를 통해 징계를 처분을 받아야 할 일이 있었다. 징계 당사자는 “이러한 일은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동료와 관련한 일이니 여러 의견을 제시하기 보다는 개인의 입장을 잘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규정 위반사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무마하려는 듯 한 발언이었다. 한 단체의 장이 그릇된 행동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것을 합리화하며 역지사지로 생각보라는 발언을 한다면 누가 그 수장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이처럼 판단의 오류는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과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초래한다. 어떤 판단이든 한 쪽이 100% 옳은 답이라고 결정내리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어떤 답이 옳은가 아닌 ‘이와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세워야 하느냐’이지 않을까. 누구의 말이 맞느냐를 따질 때는 이미 지났다.

 한 사안을 놓고 봤을 때 그것에 대해 여러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의견만 제기 될 뿐 그것을 책임질 사람은 없으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여념이 없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잘못을 따지는 일은 오히려 현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구성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기대야 한다는 말인가.

 버락 오바마는 “책임의 시대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 아닌 실수를 깨끗이 인정하고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말을 남겼다. 시시비비를 따지기 보다는 거시적, 미래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다가올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