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애자를 만나다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됐나? 16살 때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내가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입학 후 남자친구를 사귀기도 해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고, 남자도 충분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스스로 양성애자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성 정체성을 알고 난 뒤에는? 처음 레즈비언인 것을 알았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제대로 된 성 정체성이 성립되기 전에 *아웃팅을 당했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우울증이 왔었다. 그러던 중 17살 때는 정말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는데, 그때는 동성을 좋아하는 것이 슬펐다. 그 친구는 가수 유노윤호를 정말 좋아했는데, 나는 그 사람처럼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편하게 고백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 친구를 만나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의 성적 지향을 알린 적이 있나? 고등학교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 친구들에게는 지금도 충분히 “썸타는 사람 생겼어”가 아닌 “나 썸녀 생겼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친구들은 “또 생겼냐”며 자연스럽게 받아준다. 그리고 전 남자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다. 오랜 고민 후에 말했는데, 당시 그 친구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선택을 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가치관의 차이로 헤어지게 됐다. 주로 어디서 사람들을 만나나요?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혹은 레즈 전용 바를 주로 이용했다. 친구들 가운데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만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지인을 통해 만나는 방법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접근 방식이 바뀌는 것 같다. 남성과 여성에게 느끼는 감정이 어떻게 다른가? 흔히 사람들이 양성애는 5대 5의 비율로 남성과 여성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나는 레즈비언에 가까운 양성애자다. 또 이러한 정체성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양성애자라고 생각하면 양성애자인거다. 이성애자를 좋아한 경험이 있나? 정말 많다. 아마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라면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의 다수가 이성애자인 탓이다. 나 또한 첫사랑이 같은 학교를 다니던 이성애자 여자였다. 남자친구들도 대부분 이성애자였다. 지금 좋아하고 있는 사람도 이성애자다. 성적지향이 바뀔 수도 있나? 사람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성적 지향은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확고하게 정해진 성적지향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마음에 끌리는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이성을 좋아하면 결혼할 수는 있겠지만, 결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동성을 좋아할 경우, 이러한 관계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해 서로의 보호자가 될 수 없고 재산문제 등 많은 부분에서 보호받지 못한다. 나에게 있어서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한국사회에서 모두가 평등한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보이콧이다. *아웃팅: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적 경향이 드러나게 되는 것을 말함. -동성애자를 만나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언제, 어떻게 깨닫게 됐나? 주변 성소수자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보통 사춘기 시절에 깨달았다고 말한다. 나는 다섯 살 때 방문학습 남자선생님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고, 만화에 나오는 왕자의 미소가 멋있어 보였다. 미취학 아동 때부터 비교적 확고한 성 지향성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 경험 속에 살다보니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정확히 ‘남자를 성적대상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건 초등학교 4학년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본인의 성 지향성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 적이 있나? 군대를 다녀와서 정식으로 말씀을 드렸다. 부모님은 교회에서 장로, 권사 직분을 맡으실 정도로 독실한 개신교 신자고 상당히 보수적이시다. 그런 탓에 쉬운 커밍아웃은 아니었다. 아버지께서는 나를 보고 ‘장애인’이라고 말씀하시며 본인을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라고 자조하시곤 한다. 커밍아웃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은 없나? 최근 한 사람을 만났다. 많은 호감이 간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은 나를 성관계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하룻밤을 보내고 일주일 정도 연락을 하다가 이름을 물어봤는데 연락이 끊겼다. 만나게 되는 남자 대부분이 조심성이 많을 수밖에 없는 *클로짓 게이기 때문에 자주 있는 일이다. 동성이 아닌 이성에게 감정을 느낀 경우가 있었나?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은 *시스젠더 이성애자들과 달리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때문에 성적지향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스펙트럼에 가깝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내가 동성애자로 스스로를 정체화한다고 해서 끌리는 이성이 생기는 일이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장담을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어떻게 수업시간에 커밍아웃을 하게 됐나? 보통은 발표를 통해 하게 된 경우가 많지만, 수업시간 토론 중 우발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강의 중 한 학생이 동성커플 사이의 아이들이 동성애자로 자랄 수 있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을 하며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다. 그때 내가 ‘미국이나, 호주의 동성커플의 입양이 허용된 최초의 케이스가 현재 이십대 중반에서 삼십대 초반이지만 그들이 특별히 더 많은 비율로 동성애자로 자라나지는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알려주며 동성커플 사이에서 자란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동성커플의 문제가 아니라 동성커플과 그들의 아이까지 차별하고, 차별하는 교육을 시키는 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커밍아웃을 했다. 사람들이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인식은 어떠하다고 생각하나? 나는 성소수자인권을 다루면서 인식이나 편견이라는 단어로 접근하는 것을 피한다. 대중의 인식이 먼저 변한 것이 아니라 대중사회에 성소수자들이 얼마나 더 노출되고, 또 그 모습을 보이는가에 따라 인식이 뒤쫓아 변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대중문화 수준에서 성소수자를 다루고, 다루는 범위나 내용상의 인권감수성도 많이 발전되었다. 성소수자의 입장에서는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일이다. *클로짓게이: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하지 않은 게이 *시스젠더: 지정성별과 성별정체성이 일치하는 경우. 트랜스젠더의 반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