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학인문학] 분자처럼 소통하라
[융학인문학] 분자처럼 소통하라
  • 문희영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16.09.1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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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상경관 210호에서 노석균 총장의 특강이 진행됐다. 사진 홍정환 준기자

 지난 6일 우리 대학교 교양강좌인 ‘스무살의 인문학’과 연계한 ‘융합 인문학’ 강좌가 시작됐다. 그 첫 번째 무대에는 우리 대학교 노석균 총장이 문을 열었다.
 

분자처럼 소통하라

 주변을 잘 둘러보라=이 세상에는 다양한 인종, 성격, 나이를 가진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우리나라는 ‘동일 인종’, ‘한민족’, ‘백의의 민족’과 같은 수식어를 통해 ‘하나’라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다. 그러나 크고 작은 일을 통해 오늘날 우리나라도 다양한 문화가 함께하는 사회가 됐다. 어디를 가나 외국인을 볼 수 있고, 심지어 우리 대학교 캠퍼스, 기숙사에도 외국인이 많다.

 예전에는 중국, 일본, 한국 이 나라들은 아무 상관관계 없이 각자 살았다. 특히 중국은 19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전 주석이었던 모택동이 중국 내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세워 나라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중국 외부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역시 ‘잘살아보세’ 하며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기 바빴다. 바로 옆에 있는 나라였지만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의 세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2000년대에 와서는 마치 하나의 나라와 같은 형태가 됐다. 일본의 일이 우리의 일이고, 중국의 일이 우리의 일이다. 경제, 문화 등 상호간 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 이제 한 나라는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없다. ‘글로벌화’가 시작된 만큼 국경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하나의 흐름 속에=구텐베르크가 1450년경에 독일에서 금속활자를 만들었다. 그가 금속활자를 만든 것은 우리나라보다 늦지만 아주 좋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돈을 벌기위해 벤처 사업을 한 것인데, 성경책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성경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팔렸고, 이 책을 읽고 우연찮게 종교의 개혁으로 이어져 르네상스도 일어났다. 이 때문에 1500년경, 위대한 신학자가 탄생하는데 그들이 바로 루터와 칼뱅이다.

  또한 1492년 스페인의 한 젊은이는 세계 탐험의 꿈을 갖고 있었다. 그는 신세계를 발견하고자 1492년 스페인을 떠났고, 서인도제도를 발견하게 된다. 석 달 후 이러한 일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프로테스탄트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떠나 미국에 도착하게 된다.

200년 동안 서로 각자 아무 관계 없이 발생한 각기 다른 사건들이 지금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니 옆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에 매우 도움이 된다. 우리와 상관없는 것은 없다.

 소통과 인문학=여기서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이렇게 많은 나라들과 상호 연결고리를 맺고 살면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이 갈등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한다. IS를 예로 들어 보겠다. 이는 어느 날 세상을 무너트릴지 모른다. 실제로 대구에서도 IS요원이 발견됐는데, 자동차 면허증도 갖고 있었다. 우린 이런 세계에 살고 있다. 이제 다른 나라의 정치 문제는 그 나라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결국 갈등을 잘 해소하는 것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비커에 물과 기름을 담아보았다. 이 두 액체는 섞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떠한 물질을 넣어 주면 물과 기름 사이의 층을 없애고 잘 섞이게 된다. 물과 기름사이를 섞여주는 이 물질 덕분에 우리는 통합되는 것이다. 이는 자연 속의 분자의 세계와도 같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물과 기름이 떨어져 있는데 호환성이 있는 중간자를 넣는 것이다. 결국 물과 기름은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소통을 해주는 물질을 과학적으로 connect이라고 한다. 사람에게도 이런 것이 필요하다.

 여러분은 인문학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인문학을 해야만 소통할 수 있다. 갈등의 해결책도 곧 소통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말할 때 한 사람은 듣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할 때 대화가 원만해야 하고 그러려면 언어가 필요하다.

 며칠 전에 교직원들과 식사를 하는데 젊은 학생들이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대화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했다. 이처럼 대화를 하려면 서로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 줄임말도 알아야 하고 외국어도 알아야 한다. 또 나이 많은 사람들의 언어도 알아야 한다. 대화는 두 사람 간에 감정의 교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난 저 사람과 달라’라고 단정 짓는 것이 아닌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이런 것을 가르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남들과 대화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한다. 항상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전공 공부도 중요하지만 두루두루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것, 이것이 인문학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인문학을 통해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기술, 어떤 사람하고 얘기 할 수 있는 기술과 마음가짐을 배우는 것이다.

 양극화와 소통=우리나라 갈등 중 대표적인 것이 양극화이다. 세계 주요 국가 중 우리나라의 양극화 정도는 1위인 미국을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1등과 다를 바 없다. 미국의 경우 1위이지만, 기부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어 수치적 양극화 정도는 1위일지 모르지만, 그 실상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세계 주요 국가 중 1위 수준이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가장 큰 문제이다.

 미국의 벤처 중 ‘소셜 임펙트 인베스팅’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벤처가 있다. 이것은 사회적 불평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구글, 애플 등의 회사가 투자하는 것인데, 이것 또한 사회 양극화를 해소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투자를 하는 기업과 받는 기업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가 살아 생전 기부를 할 때는 ‘나의 아까운 돈을 준다기보다 한 발 더 나가서 이 행동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말했다. 양극화의 해소, 가진 사람이 조금 나눠 주는 것 이것 또한 소통의 일부분일 것이다.

 분자의 힘=분자들이 굉장히 지혜롭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순응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성질이 있다. 이것이 자연이다. 파란 분자와 빨간 분자가 반응을 하는데, 이 두 분자가 만날 때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상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즉 빨간색 분자와 파란색 분자가 합쳐지려 할 때 빨간색 분자는 푸르스름해지고, 파란색 분자는 불그스름 해지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를 닮아가면서 나아간다. 그 후 두 분자가 합쳐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고, 이는 이전보다 좋은 상태가 되도록 또 움직인다.

 분자들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고 이에 좀 더 발전된 물질이 탄생한다. 이는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생각하고, 서로 양보하며 나아는 것, 이런 것이 소통이고 조직이지 않겠는가.

 한편 인류의 기원을 이야기 하는 이론 중 하나인 빅뱅이론은 변화를 일으킬 무언가가 펑 터지고, 이로 인해 세상이 바뀌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언가가 폭발을 하면 세상은 혼란스러워진다. 그런데 작은 분자들은 그것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환경에서 무엇이든 이뤄낸다. 그래서 분자들이 합쳐서 미생물도 만들고 사람도 만들고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아침에 보는 해와 수풀 또한 이러한 자연 환경인데, 분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을 연구하고 배우며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알게 된다.

 영남대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라=요즘 대학을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대학을 찾아오는 손님, 즉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은 없고 선생님만 있다.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70%의 대학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우리 대학교는 30%에 속하기 때문에 정원을 채우고 있으나, 대부분의 대학이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또 다른 위기는 정원감축 등 정부가 자꾸만 대학을 규제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기관에서 대학을 평가해 발표한다. 대학은 학생도 없고 재정도 어려운데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또 투자를 해야 한다. 때문에 대학의 사정이 날로 어려워진다.

 독수리가 날고 있는데, 거센 바람이 독수리를 지나쳤다. 이 때 독수리는 공기의 저항 때문에 나아가는데 힘이 든다. 그러나 바람이 없는 진공상태에 있으면 날아갈 수 없다. 결국 바람은 동력의 원천이기도 하고, 우리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우리 대학교에 닥친 장애물, 그것은 우리 대학교의 동력이기도 하다. 장애물은 없고 동력은 있는 것, 그런 것은 없다. 그러니 우리 대학교는 지금 현재 장애물을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기초체력을 다지고 끊임없이 도전해서 우리나라의 최고의 명문대학이 되겠다.

 특히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지역은 신라의 후예이다. 신라라는 나라는 작았으나, 이 한반도를 처음으로 통일한 나라이다. 약해 보일 수 있으나 도전정신으로 싸워 이기는 정신으로 통일을 성취한 나라이다. 거기에 애국정신을 더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더해서 오늘의 정신이 만들어진다.

 내가 대학을 다녔을 당시에는 대학을 가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혹은 낮에는 일을 하고 야간 대학을 다니기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자수성가한 우리 동문들이 매우 많다. CJ의 이채욱 부회장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숙식을 해결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학교의 양해를 구하고 강의실 복도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어릴 적부터 시골에 살았고, 중·고등학교를 진학해야 할 때마다 돈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곤 했다. 겨우 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다음 학기에 등록할 학비가 없어서 군대를 가고, 군 전역 후에는 잘 곳이 없어서 학교에서 잠을 잤다. 국가고시에 응시할 돈이 없어 시험도 치지 못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해서 꿈을 채 펴보지도 못하고 회사에 입사했는데, 어려운 형편에서 살다보니 자신감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보다 잘났고 똑똑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순응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당시 본인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똑똑하고 탄탄대로를 걸어온 사람들 사이에서 1등이 돼있었다.

 이것이 우리 학교의 DNA고 이는 여러분도 갖고 있다. 우리의 교육은 그렇게 자리 잡았고, 우리나라를 인도하고 앞장서 왔다. 이게 여러분이 다니는 영남대학교다. 이 자리에 여러분처럼 앉아있는 것처럼 우리 대학교 동문들도 다 이런 시절을 지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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