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술래 뛰는 달
강강술래 뛰는 달
  • 강신애 문화/편집부장
  • 승인 2016.09.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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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종일 울었네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中, 서정주

 추석, 한봄에 모를 심고 여름내 키운 벼를 가을에 햅쌀로 수확할 즈음이다. 추수만 남겨둔 저물녘, 금빛 들판을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농부의 풍경이 떠오른다. 추석은 우리나라의 고유 명절로, 풍성한 수확의 즐거움을 나누던 날이었다. 고향집은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하고, 도로는 고향집에 내려가기 위한 사람들로 꽉 막혔다. 그런 명절이 이젠 ‘명절 증후군’으로 피하고 싶은 날이 되고 ‘휴가가기 좋은날’이 돼버렸다.

 올해 국토교통부가 추석 귀성길 통행 실태를 사전 조사한 결과, ‘고향에 3박 4일 이상 머문다’고 응답한 비율은 25.5%로 10년 전 보다 약 20%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더해 가족 모두 여행을 갈 예정인 가구는 약 3배, 역귀성 한다는 가구는 약 2배 증가했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에도 61만 명이 해외여행을 갈 것으로 추산됐다고 한다.

 추석을 상상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고 함께 먹고 웃음을 주고받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그도 이젠 옛 풍경이 돼가고 있다. 추석은 일상보다는 조금 특별한 날이다. 그날만큼은 먹거리도 풍족해 마음이 달처럼 환한 날이었다. 수확의 즐거움을 나눌 기회가 줄어들면서 사회가 변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명절이니까’라는 이유만으로도 삼삼오오 모여앉아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지 않을까. 불편한 얘기들 때문에 명절증후군을 겪고 있다면, 우리 모두 명절을 즐겁게 보내는데 집중하면 어떨까.

 한편, 한 아르바이트 포털에서 조사한 결과 알바 구직자 10명 중 8명은 연휴기간에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이들은 ‘최저시급이라도 벌어 생활비, 용돈 등에 보태기 위해(34.6%)’를 가장 많이 택했다. 또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에선 추석 연휴에 구직자 10명 가운데 7명은 취업 준비를 한다고 한다. 심지어 구직자 409명 중 71.9%가 ‘구직활동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모두 ‘함께’ 한다는 명절의 의미는 변한지 이미 오래다. 누군가는 여행을, 누군가는 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명절을 보낸다. 함께하지 않고, 명절마저도 이리 격차가 나는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 여기저기 모난 세상에서 둥글게 손을 잡고, 어두운 밤 보름달에 빌어본다. 좀 더 둥근 세상이 됐으면 하고. 8월에 뜨는 달은 ‘강강술래 뛰는 달’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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