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5분, 그 5분의 부재
[영봉] 5분, 그 5분의 부재
  • 장보민 편집국장
  • 승인 2016.08.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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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만, 5분만 더!” 다들 한번쯤 “5분만 더!”를 외쳐본 순간이 있을 것이다. 달콤한 아침잠을 깨우는 알람소리에 “5분만, 5분만 더”라고 외치기도 하고, 시험지 답안을 작성하면서 제출 시간에 가까워져 가는 시곗바늘을 보며 “5분만, 5분만 더”라고 외치기도 한다. 이렇게 “5분만, 5분만 더”라는 말은 하필 돌이키기엔 이미 늦어버린 순간 우리에게 다가오며, 늘 크고 작은 안타까움과 후회를 남기곤 한다.

 얼마 전,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친구와 다툼이 있었다. 친구가 넘겨 주기로 했던 시간에 본인의 업무는 마치지 않은 채 자꾸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오히려 오랜 시간 준비해서 건넨 자료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만 한 것이다. 그런 친구의 모습이 너무 얄미웠고,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잘 타일러야 하나, 아니면 불만을 차분하게 말해볼까? 에이, 그동안 참았는데 어쩌면 이럴 수 있지?’ 등. 결국 이런저런 생각 끝에 친구에게 화를 ‘버럭’ 내버렸다.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에, 처음에는 ‘버럭’한 내 행동이 정당한 것만 같았고, 오히려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프로젝트는 완성하지 못했고 그렇게 친구와도 멀어졌다. 그 이후 상처만 남은 결과를 놓고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과연 그 순간의 선택이 옳았는가에 대해서, 과연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는가에 대해서. 평소 화를 내지 못해 참기만 하는 사람들을 참 답답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좋지 않은 결과를 보면서 그 순간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결과에 한 사람만의 책임은 없다. 좋지 않은 결과에는 결국 잘 풀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자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아마 친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미리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버럭’ 화를 내기보다 대화를 했다면, 과정은 힘들었을지 모르나 결과는 웃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버럭’ 하기 전 마음속에, 머릿속에 ‘5분’의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말이다. 이렇게 또 마지막 순간에서야 우리 사이에는 ‘5분’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5분만, 5분만 더”하는 후회를 하고 만다.

 한편 이 ‘5분’이 사람의 나태함을 만들기도 한다.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아침잠을 깨는 데 있어서는 우리가 ‘5분’을 외치더라도 이는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화에 있어서만큼은 다르다. 말의 힘은 굉장히 크다.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의 말로 누군가를 감동에 눈물짓게 만들 수 있고, 미소짓게 만들 수 있다. 반면 경솔한 말 한마디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와 함께 실망, 안타까움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 대화에서 ‘5분’은 절실하게 필요하다. 5분의 부재가 준 통쾌함은 어쩌면 5분에서 온 통쾌함 이상의 짐이 되어 우리에게 남을지도 모른다.

 ‘5분.’ 짧은데 길다. 쉬운 것 같지만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상황을 직면한 당장에는 깨닫지 못하고 꼭 돌이킬 수 없는 순간에 우리의 뒷통수를 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그 ‘5분’은 간절했고, 결국 맞이하고만 ‘5분’의 부재는 늘 안타깝다. 삶을 살아가고 대화를 나누는 데 있어서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우리. 초조하고 흥분된 마음 잠시 내려놓고, 딱 ‘5분’만 더 생각해보면 어떨까. 5분, 5분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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