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고함] 도심 속 오아시스를 찾아서
[청춘고함] 도심 속 오아시스를 찾아서
  • 신동엽(국제통상4)
  • 승인 2016.08.2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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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열린 ‘제 7회 ACC월드뮤직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 광주행 버스에 올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5·18 민주 항쟁 당시 시민 군 본부로 사용되었던 전남도청 본관 외관을 그대로 두고, 신축 건물들이 모두 지하로 들어가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올해의 ‘ACC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10개국의 메인 공연과 다양한 아마추어 밴드 공연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전 세계 타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세아나 퍼커션 유닛’(말레이시아) 팀은 당일 행사장에서 전통 악기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아시아 전통 타악기를 직접 배우며 연주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 여운이 대구 시내 향촌문학관 지하에 위치한 ‘녹향(綠香)’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최초의 고전음악실인 녹향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 부모님과 함께했던 대구근대골목투어를 통해서였다. 녹향의 음악 감상실은 6·25전쟁으로 고난을 겪던 시절 전쟁으로 대구에 내려온 많은 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 담당했다. 이러한 젊은 예술가들은 녹향에서 우울한 심사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토로하며 예술가의 꿈을 꾸었다. ‘음악 감상실’은 지나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낯선 풍경이 되고 말았지만, 여전히 도심 속 오아시스로 살아 있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음악 감상실 내 외관은 무척 세련돼졌지만, 그 안에 흐르는 감성만은 흑백 시절을 공유하고 있었다. 녹향에는 작고한 문인 유치환, 화가 이중섭 등이 단골손님으로 드나들었던 추억과 함께 신청곡을 적어서 DJ에게 건네는 경험도 누릴 수 있었는데 귀한 레코드들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도심 속 오아시스를 찾아 떠난 광주의 ACC와 대구의 녹향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음악’은 단순히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는 수단을 넘어서 여러 목적이나 효과 증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아시아문화 전당의 경우 월드뮤직페스티벌을 통해 전당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고 있었고, 녹향은 과거와 현재의 추억을 공유하는 연결고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ACC와 녹향의 몇 가지 공통점도 찾았다. 첫째는 두 곳 모두 아픈 역사가 담긴 장소이지만 오늘날 문화예술 교류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일부러 정보를 찾아보지 않으면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는 슬픈 현실이었다. 이러한 ‘도심 속 오아시스’가 지역만의 문화예술기관으로 축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국내외 전문가 및 예술가의 개방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숭고한 정신이 깃든 문화 공간을 마련한 만큼 만인이 향유할 수 있어야 더 높은 문화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각 지역 문화기관들이 도심의 오아시스로 탈바꿈하여 유쾌한 도전과 파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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