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영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1℃의 힘
[문희영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1℃의 힘
  • 문희영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16.08.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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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포 세대.’ 취업난 등을 겪고 있는 현재 사회의 모습과 이런 사회 속에서 포기하는 것이 점점 늘어나는 2~30대들을 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취업과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이 N포 세대가 ‘쉽게 포기해 버리는 이들’을 반영한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쉽게 포기해 버린다’는 것이 ‘끈기가 없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포기하고 싶지 않아도 ‘이러다가는 내 젊음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감 때문에 포기하고 만다. 연이은 실패로 인한포기. 어떤 목표를 두고 끊임없이 도전하지만, 내 마음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기에좌절하고 주저앉아버린다.

 우리는 저마다 ‘기회의 순간’을 기다릴 것이다. 원하는 것을 이뤄줄 드라마틱한 그런 기회의 순간을 말이다. 혹은 나에게 아주 큰 변화를 가져다줄 폭발적이고, 어마어마한 기회를 그리며 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기회는 잘 오지 않는다. 그 기회가 쉽게 왔다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치열하게 살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나무 중에서 최고라는 모죽(毛竹)은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꾸어도 아주 작은 싹을 틔울 뿐 자라지 않는다. 싹을 틔우고 쑥쑥 자랄 그 날을 기다리며 정성스레 가꾸지만, 모죽은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씨앗이 잘못된 걸까’ 의심되기 까지 한다. 그러나 모죽이 사람을 놀리기라도 하는 건지, 5년이 지난 후부터는 하루에 80cm씩 쑥쑥 자라기 시작해 30m까지 자란다.

 도대체 이 모죽은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이 같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땅을 파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 무려 10m가 넘도록 깊숙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5년간 조용히 마음속을 다지고 있었다.

 우리의 모습도 모죽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죽이 5년간 미동도 없듯, 지금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은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운이 나빠서도 아니고 단지 더 큰 기회를 맞이하기 위한 시간이지 않을까. 모죽을 정성스레 가꾸듯 우리가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것 또한 그 기회를 맞이할 준비일 것이며, 기회는 준비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준비 없는 기회는 없다. 모죽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그 순간 처럼 우리도 차근차근 나아가고 그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에 부푼 2학기가 다가온다. 지난 학기보다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녀도 돌아오는 것은 제자리걸음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것만 기억하자. 지금 제자리걸음인 것은 내일 더 열심히 뛰기 위한 준비운동 이라는 것을.

 기회가 오지 않은 때가 가장 좋은 기회라는 말이 있다. 현재 99℃인 우리가 100℃에서 끓어 넘칠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며 1℃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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