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운동화를 신은 그대들이여
낡은 운동화를 신은 그대들이여
  • 이경희 기자, 장수희 기자
  • 승인 2016.06.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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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운동부, 구조조정 1위?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교육부가 선제적 구조개혁 조치로 2015년부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대학 운동부의 경우 구조개혁 1순위에 올라 부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구조개혁 1순위로 내몰린 대학 운동부의 현 상황을 알아보고자 한다.

 대학 운동부의 전반적인 상황은?=한양대학교가 2015년부터 체조부, 육상부, 유도부 총 세 개 운동부의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기로 한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대학 운동부 해체 논란이 두드러졌다. 이외에도 학교의 재정난 또는 대회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운동부가 사라지는 경우는 허다했다.

 육상과 테니스 등 11개의 대학 운동부를 육성하는 충남대학교는 대학 운동부 예산이 2010년 1억 8천여만 원에서 3년 새 1억 원 가량(2013년 기준)으로 45%가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농구부와 럭비부는 신입생을 더 이상 선발하지 않게 됐고,  두 운동부는 선수 부족으로 대회 참가조차 어려워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에는 동아대학교가 스포츠과학부 8개 운동부의 3년간 성적을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2014년 축구, 유도 특기자 모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축구부는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축구부원을 특기자(전액 장학금 지급)가 아닌 준특기자(등록금과 경비 본인 부담)로 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동아대학교는 정해진 기간 경기 실적을 본 뒤, 6명의 신입생을 뽑는 것으로 방침을 변경했다. 한편 인하대학교는 2015년 9월부터 씨름부 훈련장을 철거했다. 내년 초 개통하는 수인선 전철역 입구의 통로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인하대학교 관계자는 “총장이 2017년도 신입생부터 일부 운동부원을 모집하지 말라는 내용의 전자메일을 각 처장들에게 보낸 것으로 안다”며 “해당 체육부는 곧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학 운동부의 현실에 대해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단장은 “대학구조조정과 정원감축이 이뤄지는 현실 속에서 실제 대학운동부에 재정적인 압박이 들어오고, 결국 전반적으로 대학 운동부의 해체 또는 축소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대학의 지원이 필요해=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대학 운동부에 재정적 지원을 통해 운영 환경을 개선하고, 대학 운동부 육성 장려를 통한 대학스포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또한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대학 운동부 중 배구부, 농구부, 축구부에 각각 서포터즈(홍보단)를 선발하고 그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등 대학 운동부의 발전 및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허정훈 단장은 대학 운동부 활성화를 위해 대학평가에 ‘대학 운동부’와 관련한 지표를 반영할 것을 주장했다. 교육부 주관 대학평가에 대학 운동부 평가지표가 추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측은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대학의 전체적인 노력을 보는 방향으로 잡혀있기 때문에 예체능 중 미술이나 음악 등을 제외한 체육만 평가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학 운동부와 같은 특성화 부분은 별도로 평가할 것이고, 체육특기자 정원 외 선발이나 동일계 선발 폐지는 현재 교육부 방향과 차이가 있기에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대학 운동부 운영에 있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즉 대학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대학은 학생들의 복지차원에서도 대학 운동부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견 역시 있다. 학교가 대학 운동부 경기를 관람하는 학생들에게도 복지차원으로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허정훈 단장은 “정부가 할 일은 비인기 종목 지원과 제도 마련”이라고 했다. 또한 한 스포츠평론가는 “정부와 대학이 대학 운동부를 위해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해야 하고, 대학 운동부 역시 그들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향을 스스로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해 대학 운동부를 평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운동이 가진 의미를 단순한 대학의 홍보수단으로만 보고 숫자로 평가받기를 바라는 시각 자체가 원래 운동이 가진 의미를 좁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에 A교수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체육 과목은 교육적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대학평가라는 현상에 발맞춰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 편집장 김민성

 ‘시스붐바’는 무엇인가?
 연세대학교에서 유일무이한 스포츠 매거진이다. 연세대학교 운동부, 연세대학교 운동 동아리 등의 소식을 잡지나 블로그, SNS를 통해 알리고 있다. 2014년부터 영상부를 구성해 ‘시붐TV’라는 이름의 영상을 만들어 연세대학교 운동부의 소식을 알리며, 연세대학교 운동부와 학생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운동부와 일반학생들의 교류, 그리고 연세대학교 학우들의 스포츠 참여와 관심 고조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스붐바’만의 색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자가 직접 운동부의 훈련을 체험을 하면서 운동부 선수를 인터뷰하는 ‘복불복’이라는 코너이다. 이는 운동부 선수와 기자가 랜덤으로 선정돼 운동부의 훈련뿐만 아니라, 캠퍼스 데이트까지 여러 가지 체험을 하고 있다. 이것이 다른 언론 매체와 가장 차별화되는 코너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 운동부가 발전하기 위해 정부나 학교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대학스포츠의 현실이 많이 열악하다. 미국 같은 경우, 각 지역에 배치가 잘 돼 있어 대학끼리 경기를 하면 교내 학우들에게 이슈가 되고 인기몰이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명문대가 몰려있는 현상 등으로 인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나라 스포츠는 대학스포츠가 프로로 진출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통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농구를 제외하면 프로를 가지 못한 선수들이 잠깐 거쳐 가는 느낌이 강하다. 이 부분에 대해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려대학교 스포츠매거진 SPORTS KU 편집장 이동하

 ‘SPORTS KU’를 소개하자면?
 SPORTS KU는 대학 최초의 스포츠매거진으로 2008년 창간자 김원 씨(고려대학교 경제학과 03학번)가 대학 스포츠의 부흥, 전문적인 대학교 스포츠 언론을 지향하며 만들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오면서 기본적으로는 고려대학교 운동부 소식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 종목 대회에 출전할 경우, 직접 취재해 실시간 SNS 중계와 상보기사 쓰기를 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잡지 기사를 통해 학우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다.

 ‘SPORTS KU’만의 색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경희대의 레굴루스, 성균관대의 에스카카 등 여러 대학에도 스포츠매거진들이 있다. 다만 SPORTS KU는 타 대학의 스포츠 매거진 중 가장 먼저 창간됐고, 학교의 재정지원을 받아 학기 중 유일하게 월간 잡지를 만들고 있다. 또한 지난 기사들의 정보를 블로그에 게시하고 있기에, 그 누구보다도 공신력 있음을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대학 운동부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학 운동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 운동부가 자기 팀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스포츠 행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학우들도 운동선수를 생각하면 그저 1년에 한번 연세대학교와의 정기전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 정도로 생각할 뿐, 같은 학교의 학생으로 가깝게 여기지 않는 모습이다. 학생들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팀을 본인이 속한 팀처럼 애착을 갖게 하는데 힘 써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현재 대학교 스포츠계에서는 프로배출이 적거나, 각종 대회 성적이 낮은 운동부를 폐지시키는 등의 수순으로 대학 운동부가 위축되고 있다. 예산 역시 예년보다 적게 편성되면서 재정적 지원도 줄어들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학교 운동부의 현실과 이를 바라보는 운동부 구성원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알아봤다.

 지속적인 존폐언급에 위기의식 존재해=올해 일부 타 대학교에서는 운동부를 폐지하거나 축소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해당 운동부의 대회 성적이 좋지 않거나, 홍보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대학 스포츠의 경우 오래 전부터 예산 감축이나 대학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1순위로 부서의 존폐나 축소가 언급돼왔다. 우리 대학교 허용 씨름부 감독은 “실제로 경영진이 교체되거나 담당부서의 처장이 바뀌었을 때 운영에 있어서 편한 분위기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어려울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대부분의 운동부가 어느 정도의 위기의식은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얼마나 지원받고 있나?=서울경제신문이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입수, 분석한 '2012~2015년 각 대학 운동부 예산 현황'에 따르면 올해 운동부를 운영하는 71개 대학 중 85%에 해당하는 60개 대학이 운동부 예산을 감축하거나 동결했다. 대학들은 올해 운동부 운영 예산을 평균적으로 16% 정도 줄인 것이다. 우리 대학교 역시 지원 예산이 약 10% 정도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우리 대학교는 현재 학교 측에서 운동부에 지급하는 지원금 외에도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를 통해 씨름부, 레슬링부, 유도부, 육상부 중 세 부서는 6~7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외부 후원금을 받지 않으면 대학에서 지원금을 전부 부담해야 하는데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학교 내부적으로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외부기관을 통해 지원금을 받는 것이다. 우리 대학교 육상부의 경우 구조조정으로 인해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하기도 했으나, 결국 경북체육회와 경산시체육회를 통해 일부 보조금을 지원받아 운영됐다.

 또한 축구부의 경우 선수가 프로에 입단 시 축구부 측은 프로 축구단으로부터 선수 계약금의 일정 금액을 지원받는다. 야구부는 프로구단 계약금의 7%에 해당하는 야구 관련 물품을 학교로부터 지원받는다. 다소 부족한 예산이지만 이런 형태의 외부 후원금을 충당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 후원금 충당에도 어려움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 외부 단체에서 후원을 받을 때 운동부 학생들의 성적이 C학점 이상이여야 후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대학교 측에서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스스로 학점을 획득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으나, 운영에 있어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운동부 구성원, 지원에 대부분 만족해=우리 대학교 운동부 측은 현 상황에 대해 “예산과 지원이 줄어든 것에 불편함은 있지만, 학교에서 최대한의 배려를 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레슬링부 선수 전대호 씨(체육4)는 “1·2학년 때에 비해 3·4학년 때 학교 재정이 어려워져 선수가 부담해야하는 금액이 증가했지만, 그만큼 다른 측면에서 지원이 좋아진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타 대학교에 비해 우리 대ㅈ학교는 교내 운동부에 대한 지원이 좋은 편이라는 입장이다.

 종목마다 지원금의 규모가 다소 차이가 나긴 하나 이는 각 운동부마다 활동하는 선수의 수와 출전비, 물품 사용에 대해 부서마다 일정과 그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장비가 필요한 야구와 달리 씨름과 같은 운동종목의 경우 샅바 등 물품의 항목이 많지 않다. 또한 부서마다 한 해에 열리는 경기 수와 외부 훈련에 따라 지원금 편성이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체육지원팀은 “예산이 줄어든 것은 안타깝지만 학교 사정에 맞춰 충분히 조절가능한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대학 운동부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대학 운동부가 구조조정 및 예산감축의 1순위가 되는 이유로는 실적 감소, 학내 재정 감소 등의 이유도 있지만, 학내 구성원의 무관심 역시 그 이유로 나타났다.

 관련 기관의 관심 필요해=축구부와 야구부의 경우는 선수들이 프로구단으로 진출하면서 지원금을 일부 받지만 씨름부, 육상부, 유도부, 레슬링부와 같은 경우 프로 선수단이 형성되지 않아 이같은 지원을 받을 통로가 없다. 이에 시 협의회 및 다른 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전국 대학교 야구 감독이 모여 열린 회의에서 한 관계자는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면서 중계권 확보와 KBO 지원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지원을 받기 위해 담당자들이 직접 찾아다니며, 후원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 대학교 손상영 육상부 감독은 “학교에서 나오는 지원금액이 한정돼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 지자체 등에 직접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후원을 받기 힘든 실정이라는 입장이다.

 교내 구성원의 참여로 서로 간의 소통도 중요해=2015년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지에 실린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대학생에게 ‘자신의 돈을 대학교 운동부의 발전기금으로 쓰이는 데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 지불하겠다는 사람은 전체의 63.8%(305명)였고, 지불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36.2%(173명)였다. 지불거부의 사유로 ‘운동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항목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형편이 어렵다’, ‘이미 대학은 운동부를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다’ 등의 답변이 있었다.

 우리 대학교에는 축구부와 야구부를 제외하고는 운동부를 홍보하는 서포터즈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 대학교 운동부가 대회나 경기에 참가하더라도 우승을 하지 못하면, 그들의 노력은 세상에 알려지기 어렵다. 박태호 체육지원팀 담당자는 “대학 스포츠는 한국 스포츠의 허리 역할”이라며 운동부가 학교 홍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김병수 축구부 감독은 “학우들도 함께 참여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교내 구성원들이 운동부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서로 간의 소통을 하는 것이 운동부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제는 학내 구성원, 그리고 학교 밖 관계자들 모두가 한국 운동계의 명맥을 이어갈 대학 운동부의 밝은 미래를 위해 그 움직임에 반응하고,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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