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애의 1cm] 생각치 못한 아픔
[강신애의 1cm] 생각치 못한 아픔
  • 강신애 문화부장
  • 승인 2016.06.07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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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이슈가 언론이나 SNS에 뒤섞이는 때, 충격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글들이 세상에 밝혀졌다. 유한킴벌리가 신제품 생리대 가격을 약 8% 인상하겠다는 발표를 내논 이후 생리대 ‘꼼수인상’에 화난 네티즌들은 비난했다. 그러던 중 SNS에는 생리대와 관한 가슴 아픈 글들이 올라왔다. 글의 내용은 ‘엄마의 지도하에 생리대 착용하는 법과 이를 처리하는 법을 배우고, 오래되면 냄새나고 건강에 안 좋으니까 2~3시간마다 꼭 갈라고 교육 받는 게 누군가에겐 힘든 일일수도 있다’, ‘생리 기간에 일주일간 결석하고 집에서 수건을 깔고 누워 있었다’ 등의 내용이었다. 또한 생리대를 깔창으로 대신한 친구의 얘기, 휴지를 깔아야만 했던 학생의 이야기 등 가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에 경악했고, 어느 가난한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복지수준의 현실이었다.

 사실 필자 또한 이 이야기를 접하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밥을 굶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가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일상에 지나지 않을 것들이 그 아이들에겐 두려움과 아픔을 겪어내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무지에 대한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죄책감,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 일은 그간 가려진 여성 청소년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소녀들이 느꼈을 괴로움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이후 이재명 성남시장을 시작으로 여러 지자체에서는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또한 공유 기부 소셜 플랫폼에서는 생리대를 지원해주는 캠페인을 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일시적인 지원책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는 생필품이 지원돼 영유아를 둔 한 부모 가정에는 분유, 노년층은 쌀 등이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생필품인 생리대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구입하는 것조차 부끄러워 검은 봉지에 담아오던 생리대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번 계기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순히 이슈화로 인해 지원하고,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소녀들이 건강한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때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제서야 조치를 취하고, 방안을 내놓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반복되는 요즘. 생리대가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한 제자를 끌어안고 울 수밖에 없었던 때, 우리는 그 사각지대를 알기나 했을까. 좋은 것만 보고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 시기에, 무관심이 그들에게 아픔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청소년 정책적 관심이 사각지대에 놓여 아픔을 겪었을 그들을 위해 사회의 관심이 반짝하고 그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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