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논단]“미래지향적 지역사회를 꿈꾸며”
[천마논단]“미래지향적 지역사회를 꿈꾸며”
  • 최인호 교수(생명응용과학대 의생명공학과)
  • 승인 2016.06.07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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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이 세상에 길이 있지는 않았다. 지형학적 요인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이유에서 동물들이 자주 드나들기 시작하고, 인간이 자주 오가며 길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작년에 기획한 과제안 ‘세포배양 산업화 허브구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경북 의성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그곳에 대한 첫 인상은 어릴 때 가본 시골의 모습이었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어 정겨운 한편, 우리나라에 이처럼 개발되지 않은 곳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 후 과제기획과 관련해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의성군의 인구는 고작 5만 7천여 명이지만 면적은 서울특별시의 약 2배나 되는 사실을 알게 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충격은 우리 대학이 속해있는 지역의 발전과 졸업 후 우리 학생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과제에 더 큰 관심과 열의를 가졌다.

 지난 몇 십 년간 공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온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뤘고 선진국의 문턱에 왔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신흥 개발도상국의 추격으로 인해 공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도 예전 같지 않다. 또한 물질적인 풍요를 얻으면서 건강하고 오래 사는 인생을 추구하고 있다. 이제 소위 “100세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 세계는 21세기를 ‘바이오시대’로 확신하고 이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포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인간의 몸에는 약 10조개의 세포가 존재한다. 최근에는 세포배양 기술을 다양하게 생명공학분야에서 활용해 백신, 치료용 항체와 같은 의약품을 생산하고 줄기세포 자체를 이용해 질병 치료 등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기획중인 과제는 이를 토대로 세포배양과 연관성 있는 유사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고 산업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 등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세포배양 기반 산업에 필요한 ‘원스톱지원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사회를 더 이상 낙후된 곳이 아니라 첨단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자연친화적 미래형 지역사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과제를 진행하는데 좋은 일을 한다고 격려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인프라가 전혀 없는 곳에 이러한 기관을 설치하는 것의 가능여부에 대한 의문을 품은 사람도 많았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최근 몇 년간 정부에서 사업안을 평가할 때마다 주목하는 평가 항목 중 하나가 “사업과 관련해, 기존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곳만 지원해 주고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곳은 지원해 주지 않는 경제성 논리에 입각한 평가항목인 것이다. 이 정책은 산업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에만 산업체가 집중되도록 부추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결론적으로 지역사회가 낙후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는 데 큰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며, 지역사회의 발전 없이 선진국을 기대하는 것은 묘연한 ‘공명불’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이라는 것은 경제성 논리만으로 따질 수 없는 또 다른 명제임을 직시해야한다. 지금이라도 발길이 적은 지역 곳곳에 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내딛는 발길 하나하나가 계기가 되어 더 나은 미래로의 새로운 길을 만드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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