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인문학]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진실과 오류
[스무 살의 인문학]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진실과 오류
  • 이남영 기자
  • 승인 2016.06.0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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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천마아트센터 챔버홀에서 김용재 연사의 특강이 진행됐다. 사진 최무진 기자

 지난 24일 ‘스무 살의 인문학’ 수업에서는 김용재 연사의 강의가 진행됐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유학과를 졸업한 김용재 연사는 한국의 전통문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성신여자대학교에서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우리 것도 모르면서 남의 것을 어찌 알꼬?’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에 강연 내용을 통해 그의 사상과 생각을 들여다봤다.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진실과 오류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옛 것?=우리는 우리 것에 대해 잘못알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한가지 예로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 등장하는 구미호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인 여우이다. 아마 아홉 구에 꼬리 미, 여우 호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만이 구미호가 아니다. 아홉 구자는 많다는 뜻으로 꼬리가 3개 달려도 구미호라 할 수 있다. 또한 세종 조에 있는 이야기 중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날 도승지가 경복궁 앞을 지나가는데 여자 두 명이 싸우고 있어 싸우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알고 보니 이 여자들은 올케, 시누이 관계인데 집안사람들이 모두 죽자 재산을 분배해야했던 것이다. 그런데 올케는 집안의 재산을 다 가져가겠다고 했고, 결혼하지 않은 시누이 또한 자신도 재산을 다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세종은 이에 대해 전답과 노비를 정확히 반으로 나누라고 판결했다. 이 일화를 통해 우리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재산권이 20세기 초에 법적으로 처음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이미 조선시대 여자들은 재산권을 행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옛것들은 많다.

 정체성, 관계성, 창조적 지식에 대해=‘체인지(Change)’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가? 변한다는 뜻이다. 지식정보 공유화 사회에서는 어떠한 인간이 돼야할지,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나 자신을 찾아봐야 한다. 나 자신을 찾는 것, 즉 자부심이 중요해졌다. ‘Change’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체(ch)는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인(an)은 사람과의 관계성, 지(ge)는 창조적 지식을 의미한다. 특히, 관계성이 가장 중요하다. 관계지향과 관련해 훌륭한 이야기로 ‘정조와 정약용의 이야기’가 있다. 정조는 왕이 된 후, 그의 신하를 만나기 위해 성균관 유생들을 만났다. 그 때 정조는 어떤 성균관 유생을 보고 안경도 끼고 피부가 하얗다며 놀렸으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돌아가신 때와 너무나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고 뛰어난 성적을 자랑해 그에게 관심을 가졌는 데 그가 정약용이다.

 그 후, 정조는 정약용에게 붓과 먹 등 많은 것을 지원했고 점점 더 정약용을 마음에 들어 했지만 과거시험에서 계속 낙제했다. 이에 의문을 품은 정조가 직접 과거시험을 출제해 채점까지 한 결과, 정약용은 장원급제였다. 정조는 지난 과거시험의 답지를 모두 확인해보니, 정약용의 답안지가 가장 훌륭했지만 신하들이 일부로 밑에 넣어둔 것을 알아냈다. 유교를 믿었던 당시 신하들은 천주교를 믿은 정약용을 싫어한 것이다. 이후 정약용은 관직에 올랐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거중기를 만들었다.

 한편, 정조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정약용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정조는 일부러 신하들에게 감기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고 남은 시간동안 ‘삼척 자’를 외웠다. ‘삼척 자’는 똑같은 글자 세 개가 모인 것을 뜻하며 40개의 종류가 있다. 일부러 거짓말을 한 정조는 일주일동안 이에 대해 공부를 해 40개 글자를 다 외운 후, 성균관 유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자리에서 삼척 자 40개를 돌아가면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에 정조와 정약용만이 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정조가 하나를 말하면 정약용은 또 다른 하나를 말하자 곧 40개의 삼척 자를 말하는 것이 끝이 났고, 정조는 새삼 정약용의 학문의 깊이에 대해 감탄했다. 하지만 끝이 난 후, 정약용은 웃으면서 일어나 정조에게 한 글자가 더 남았다고 말했다. 이에 정조가 당황하며 무슨 글자냐고 물었고 정약용은 ‘석 삼(三)’자가 남았다고 답했다. 이어 정약용은 정조에게 어려운 글자는 다 알고 있지만 어떻게 석 삼자를 모르냐고 물었다. 정약용은 정조에게 왕(王)자의 의미로 맨 밑의 한 획은 백성, 그 다음 획은 신하, 마지막 획은 하늘과 같은 임금님이란 뜻이라고 하며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왕 자라고 전했다. 덧붙여, 어려운 무언가 보다 가장 기본이 되는 농민을 항상 생각하라 말해 정조가 크게 감동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정약용이 왕을 농락했다는 이유로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상소가 올라왔다. 이에 정약용은 정조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말했지만 정조는 그를 충청남도로 유배보내 잠시 숨어있으라고 했다. 그 후에도 정조는 정약용을 위해 천주교 신자들과 그의 친척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등 그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에 정약용은 정조에게 옆에 있으면 정조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남향으로 유배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정조는 정약용을 유배 보냈고 정조가 계속 정약용을 찾았으나 궐에 가지 못했다. 그러다 정약용이 정조를 못 뵌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남양주에서 이태원을 향해 근정전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가는 길에 대전의 내시가 지붕에 올라 정조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알린 것을 들었다. 이를 들은 정약용은 울면서 네 발로 기어서 궐에 들어갔다. 진작 찾아뵀어야 했다고 울면서 궐에 들어가 통곡을 하고, 정조의 상중에 전라남도 강진으로 귀향해 다시는 처자식의 곁으로 가지 못한 비운의 사람이 됐다. 이처럼 정조와 정약용을 서로에 대한 관계성을 가장 잘 보여준 역사적 위인으로 꼽히고 있다.

 앨빈 토플러를 포함한 미래학자들은 동아시아가 세상을 점령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그 이유로는 Humanity(이하 휴머니티) 정신을 꼽았다. 이러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서양인은 개체를 중요시 여겨 동물과 식물이 따로 구분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동양인은 관계를 중요시 여기며 그 예로 원숭이가 바나나를 좋아하는 것이 있다. 대부분 유교문화적인 곳이 휴머니티가 강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는 사제지간, 부모자식간, 형제지간처럼 사이 간(間) 자를 쓴다. ‘인간’ 또한 ‘인간’으로 발음하는데, ‘인’이라고 하진 않는다. 이처럼 유교문화권은 관계지향적인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미래학자들은 동아시아가 세상을 지배해 동양의 시대가 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옛것=오늘 정체성, 관계성, 창조적 지식 등에 대해 배웠다. 이와 관련해 20대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쌍기역이 들어간 다섯 개의 단어다. 먼저 ‘꿈’이 있어야 한다. 그 꿈을 키우기 위해선 ‘끼’가 있어야 하며 또한 ‘깡’도 있어야 한다. 스스로 부족해도 어떤 일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지구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꾀’도 마찬가지다. 자갈길보단 아스팔트길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단어 ‘꼴’이 있다. 외모 역시 경쟁력으로 갖춰야 하며 스스로의 이미지를 세우기 위해선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우리 것에 대한 Pride(이하 프라이드)가 있어야 한다. 프라이드가 없으면 ‘나’는 쉽게 무너진다. 그 예로 베트남의 예시를 들 수 있다. 베트남엔 ‘하룽’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하룽만’ 또는 ‘하룽베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베트남의 고위 공직자들은 하룽베이라는 이름의 뜻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나는 그날 서점에 가서 책을 찾아 그 뜻을 알려줬다. 이 사람들은 왜 ‘하룽만’ 지역의 뜻을 몰랐을까? 바로 우리 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월남이라는 지역이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보다 더 잘살았던 나라로 과거 라틴어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이며 그들만이 가지고 있던 전통을 버려서 프라이드가 없어졌고, 그로인해 베트남 국력이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남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하는 것을 절대 Impossible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원하는 대기업에 취직해도 벌써 명예퇴직을 한 사람이 있는 반면, 남들이 손도 대지 않는 논어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할 때 Impossible이 Possible로 바뀐다. Impossible도 생각 한번만 바꾸면 I'm possible이란 뜻이 된다. 즉,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신 과거에 비해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과거 문명선진국일 때엔, 전공 하나만 공부해도 능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어떤 전공이든 누구나 공부할 수 있다.

 여러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지식을 얕고 넓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더 깊게 배우고 싶다면 대학원을 가야할 것이다. 스스로의 정체성과 우리 문화의 소중함이 중요할 것 같다. 프라이드, 자존심이 있어야 본인의 것을 지킬 수 있다.

 또한 친구 중에 좋은 경쟁자를 만들어라. 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됐을까? 일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본이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며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나라는 한민족뿐이다. 정도전도 정몽주가 있었기 때문에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주변에도 경쟁자가 필요하다. 이처럼 언급한 것들을 갖춘다면 주변에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중용, 논어 등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 이러한 내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외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그 시대에 맞게 다시 적용해야한다. 암송을 하되 한문교육에서 지식 습득의 상태, 지지자의 상태로 남아서는 안 된다. 배운 것을 메모하고 ‘온고지신’이 아니라 ‘법고창신’ 해야 한다. 21세기는 법고창신의 자세로 공부를 해야 한다.

 암송도 중요하지만 항상 메모를 하고 “왜?”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암송의 단계와 온고의 단계를 넘어, 창신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메모를 하고 그때그때 기록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자와 연사의 만남

 이미 학생들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관계성 요소가 굉장히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가정 풍토가 한 자녀 키우기다. 이러한 가정 풍토로 인해 부모는 그들의 자식만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향후 이 아이들이 자라면 자신만 소중하게 여기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게 된다. 가정교육, 대화의 부재라는 것은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의 사람들은 사람을 본인의 앞에 앉혀놓고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관계 패러다임을 생각해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은 어느 순간 깨달을 수 있다. 또 창조적 지식 역시 전문적 분야에서 맘껏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관계’는 우리가 다함께 어울려야 한다.

 대동이란 ‘클 대(大)’에 ‘같을 동(同)’을 쓴다. 다 같이 어울린다는 뜻이고 크게 어울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세대들은 대동제 속에서도 같이 어울리지 못하기도 하고 세대 간의 공감을 제대로 못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이모티콘의 웃는 모습도 ‘사람 인(人)’의 모양이 들어가 있어야한다. 그만큼 사람간의 ‘사이’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것보다 사람간의 관계성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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