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그리고 낭만
대학 그리고 낭만
  • 장보민 편집국장
  • 승인 2016.05.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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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1학년 처음 대학축제를 마주했고, 그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우리 대학교 외 타 대학교 축제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친구와 함께 우리 대학교 근처 대학교의 축제를 하루에 한 군데씩 다녀봤던 것 같다. 3군데 대학의 축제를 갔었는데, 다른 것이라곤 캠퍼스의 규모와 주막촌의 규모, 초청공연을 하는 가수의 이름이었을 뿐. 이 외에 각 대학교 나름의 새로움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3개의 대학은 대학 나름의 다른 분위기와 특성이 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올해의 대동제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친구와 대학 축제와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학 축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물었더니 내게 돌아온 대답은 ‘싸이’였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싸이 콘서트도 아니고, 우리 대학교의 축제에서 우리 대학 구성원도 아닌 ‘싸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니 말이다. 그 친구의 눈에 들어온 것은 3일의 축제를 위해 오랜 시간 애써온 집행부와 이를 즐기는 학생들보다 ‘싸이’가 먼저였던 것이다. 이는 비단 이 친구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 학생들이 대동제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주막촌과 인기가수의 초청무대를 떠올릴 것이다.

 대동제라는 단어는 1980년대 ‘어울려 화합한다’는 뜻으로 나타난 단어로 타 축제와 달리 대학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학축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축제와 주막으로 획일화되는 현재 우리의 축제는 대동제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것일까? 꼭 그렇게 보기도 힘들 것 같다. 주막촌에 옹기종기 모여 술을 마시는 모습은 가까이에서 보면 단지 술판에 그칠지 모르나, 멀리서 보면 술을 매개로 강의실에 앉아 저마다의 공부를 하던 학생들이 모여 소통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기가수의 초청무대 역시 멀리서 보면 가수들의 움직임과 소리에 집중하며 함께 호흡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다만 가까이에서 보면, 주류회사의 후원과 독점계약,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섭외비가 있을 뿐. 대학축제에 대중가수의 공연과 주막촌이 있다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대학축제에 대중가수의 공연이 나타나면서 대중문화와 변별성이 옅어진 것은, 과거보다 전체인구에 대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진 만큼 현시대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막촌 등 축제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사업이 원활히 되지 않으면 학생회 운영이 힘들다는 말이 있는 만큼 이 역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것이 주가 되는 듯한 현재 문화가 바람직한가 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대동제는 여전히 대학생활의 ‘낭만’이다. 많은 중·고등학생들은 대동제에 대한 낭만을 안고 자신들도 대학생이 되면 대동제의 주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을 것이고, 대학에 다니지 않는 사회인들도 대동제에 대한 낭만을 안고, 가끔 대학축제가 열리면 대학시절로 돌아가 참여하곤 한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과거보다 많아지고, 시대적 상황이 달라진 만큼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 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대학’이라는 두 단어에 가지는 기대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시대의 대동제가 어떤 의미를 담을지, 어떤 시대상을 담을지를 떠나서 ‘대학’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축제와 문화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대학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낭만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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