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누구의 책임인가
[독자투고]누구의 책임인가
  • 편집국
  • 승인 2007.05.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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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비치는 강의실에 강의를 준비하시러 수업 시간보다 일찍 오신 교수님 모습의 그늘 옆에 모자를 눈 밑까지 눌러쓴 정체모를 중년의 아주머니가 작은 상자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강의실에 무단침입을 하였다. 교수님 앞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모습이 내 눈에 포착됐다.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정문에서 보았던 불우이웃돕기를 강제하는 아주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 마디 말도 없이 막 들이대는 불우이웃돕기 함에 불안한 표정의 교수님은 호주머니에서 얼마의 돈을 꺼내 함에 넣으셨다. 아직 수업 전이긴 했지만, 그 아주머니의 행동에 대한 불만이 먼저 솟구쳤다.
 아주머니가 어째서 강의실까지 들어오셨는지, 우리대학 학우들이 불우이웃돕기에 인색해서 이젠 직접 강의실을 방문하시는 걸까 등 내 머릿속엔 온갖 추측이 헤엄쳤다.
 학교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학생들만의 고유영역의 공간과 시간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통제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일반적으로 경비시스템의 정착화가 이루어져 있다. 학생들의 안전과 강의실의 기자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결국 사람간의 불신으로 인한 결과이다. 내 물건 아닌 것은 다치고 사라져도 나와는 별개의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내 밥그릇의 유지와 존속을 위해서는 타인의 불편과 따가운 시선은 단지 그 순간뿐이라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 그 아주머니의 행동은 누구의 책임인가? 학교의 경비 시스템의 불성실인가? 아님 국가의 사회 복지적 책임인가?
 우리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무관계자들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를 만들지 도대체 그 많은 등록금은 어디다 쓰는 거야’라는 말로 일시적 불만으로 취급해 버릴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결코 학교가 아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계유지를 위한 다양한 실용적 정책과 정치, 경제, 문화적 의식 수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록 유럽만큼의 복지수준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정치인의 기득권과 밥그릇 싸움 때문에 국민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서로의 처지를 알고 이해하는 가운데 서로 간에 소통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진다면 위와 같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소통’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가사의 전달이 희미한 빠른 음악이 난무하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느린 음악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타인의 일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진다면 좀 더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을까.

최 현(작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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