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자의 아트무비] <브이 포 벤데타>; 인간의 주체적 삶에 대한 경종을
[하기자의 아트무비] <브이 포 벤데타>; 인간의 주체적 삶에 대한 경종을
  • 하지은 기자
  • 승인 2016.05.11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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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이 포 벤데타> 포스터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완벽하게 통제받는 삶을 사는 시대에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나타난 브이가 폭력과 압제에 맞서 싸우며 세상을 구할 혁명을 계획한다는 내용이다. 인간의 주체적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에 대해 윤종욱 교수(독어독문학과)와 얘기해봤다.

 영화 속 세상은 취향과 성향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이고 사람들은 카메라와 도청으로 통제받는 삶을 산다. 하지만 누구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IT기기, 인공지능이 더 발달된 현대사회는 통제, 독재가 더 쉬울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성이 더 커져가는 사회에서 신념을 갖고 ‘인간다움’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는 비판 의식을 갖지 않고 주어진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경고를 하고자 한다. 주어진 것만 해나간다면 우리는 주체적이며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정서적으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동안 스마트폰 없이 산책하는 것도 자신을 돌보는 생활의 시작일 수 있다.   

 영화 제목 ‘브이 포 벤데타’에서 ‘벤데타(Vendetta)’는 ‘피의 복수’라는 뜻이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피, 즉, 죽음으로 복수가 행해진다. 그런데 왜 복수는 피로만 행해졌어야 했을까? 악한 행위의 주체를 죽여도 그들이 저질렀던 반인륜적, 이기적 행위들은 해소되지 않은 것 같다.
 주인공 브이는 권력을 위해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삼은 권력자에 대해 똑같은 물리적 방식으로 복수함으로써 개인적 증오를 해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브이는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는 최후의 행동에 대한 결정권을 이비에게 넘긴다. 이비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지만 브이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갖게 된 인물이다. 두려움을 극복한 새로운 인류가 펼쳐갈 사회가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시민의 행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소수 권력자에 대한 진정한 복수일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에서 브이는 “나는 진실의 힘으로 생전에 세상을 정복했다”라는 책 파우스트의 문장을 인용한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을 말하면 거짓으로 매도당하기 쉬운 오늘날의 사회에서 진실에 대한 정직한 사유가 필요한 것 같다.
 이 영화는 국민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이 실제로는 소수의 이해관계를 은폐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안전과 안정에 대한 욕구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위축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보다 담대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이성을 바탕으로 세밀한 사고방식의 비판적 사고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해 덧붙이고 싶으신 것이 있습니까?
 영화는 개개인의 각성과 이를 통해 현실에 맞서는 집단적 행동을 요구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영화가 영웅적 개인을 옹호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왜냐하면 브이는 어떤 이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어 시민의 저항과 그 이후에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보통 사람들은 조연으로만 등장한다는 사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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