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고함] 당신들 모두가 30살이 됐을 때
[청춘고함] 당신들 모두가 30살이 됐을 때
  • 김지원(사범대 교육학과4)
  • 승인 2016.05.11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텍스트와 나와의 상호작용, 그 중에서도 과거에 읽은 책을 다시 꺼내어 되새김질 하는 일은 꽤 괜찮은 작업이다. 현재 기억나는 대목과 다시 읽은 후 기억하는 부분 사이의 간극, 바로 그 지점에서 그 땐 무엇에 집중했고 지금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를 비교하며 나의 무엇이 변했는지를 추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0살의 3월, TV를 통해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게 되었고 집의 책장에는 하필 『상실의 시대』란 책이 있었다. 상실의 시대라. 뭘 상실한 걸까. 궁금증이 차올랐다. 주인공 ‘와타나베’가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20살을 회상하며 좋아했던 여자를 떠올리는 이야기다. 책은 나를 있는 힘껏 빨아들였고, 주인공에 이입되어 여자와 헤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책장을 덮었다.

 나는 어렴풋한 스무 살을 생생히 떠올려 보기 위해 요 며칠 전, 이 책을 6년 만에 다시 읽었다. 책을 통해 주인공은 물론 그 때의 내가 문득 보고 싶어 졌다. 비극이 늘 그렇지만, 이번엔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주인공의 이야기가 더 슬프게 느껴졌다.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좋아했던 여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며 수화기에 한 마디 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데 책장을 덮는 순간, 나는 마지막 문장에서 멈칫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아와 세계 사이에서 삶의 방향을 상실한 주인공의 이 문장이 현재의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말 같아서다. 다 읽고 나서 나는 잠들지 못했다. 아, 나는 왜 이 문장을 기억하고 있지 않았을까. 과거와 현재의 기억 사이에서 나의 변화를 곰곰이, 또 조심스레 반추해 보았다. 하지만 20살과 26살 사이에 무엇이 바뀌었는지 도무지 그 낌새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런 밤이었다.

 그 문장은 다음 날에도 곳곳에서 맴돌았다. 나는 대학생인데, 26살인데, 4학년인데.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무엇을 행하고 있으며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과거와 현재 사이의 나는 A+을 받았다고 삶이 좋아진 것도 아니고, C+을 받았다고 인생의 질이 더 나빠지지도 않았다. 결국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 하며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고민했던 그 시간은, 6년 동안 가장 유효하며 온전히 남는 장사였다는 것을.

 가끔 무언가를 해야 할지 말지 고민할 때가 있다. 그럴 땐 학교 정문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신호등을 가만히 지켜본 뒤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 속으로 다짐한다. ‘이건 그린라이트다. 가야만 한다’. 그리고 건너는 동안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에 빠진다. 이 사람들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모두 이 학교를 졸업하고 30살이 됐을 때, 과연 무슨 일을 하게 될까.

 당신들 모두가 30살이 됐을 때, “그 때 C+받은 과목 재이수 할 걸”이란 후회보다, “그 때 좋아한 사람에게 고백이라도 해 볼걸”이란 후회를 더 많이 하게 될지도 모른다. 눈앞의 성적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이건 당신의 성적에 관한 자기합리화나 변명 따위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비전이다. 20대는 영원하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