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검출과 새로운 과학
중력파 검출과 새로운 과학
  • 권진혁 교수(물리학과)
  • 승인 2016.03.1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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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 중력파 검출 장치 LIGO. 직각의 두 개의 간섭계가 있으며 각각의 길이는 4km에 달한다

 중력이란 무엇인가?=1665년, 아이작 뉴턴이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영국에는 흑사병이 유행하여 그는 고향 울스쏘프로 돌아가서 혼자 연구를 하는 도중에 사과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두 물체 사이가 멀어질수록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며 그 힘의 크기가 줄어드는 이 법칙은 수학적으로 매우 간단하였지만 현재까지도 정확하게 성립하는 것이 증명된 가장 중요한 물리 법칙이다. 뉴턴은 이 법칙을 이용하여 지동설을 증명하고, 행성들의 운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현대 과학은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의 발견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15년, 아인슈타인은 뉴턴 이후 250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정확하게 자연을 잘 설명하고 있던 뉴턴의 중력 이론에 대해서 혁명적인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다. 뉴턴이 중력을 단순히 두 물체 사이의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본 것에 비해 아인슈타인은 중력이란 공간이 휘어진 상태라고 보았다. <그림 1>과 같이 태양과 같이 무거운 물체는 자기 주위의 공간을 왜곡시켜서 그 주위를 지나가는 빛의 방향도 틀어버린다. 지구에서 볼 때 태양 근처를 지나오는 별은 그 위치가 달라 보인다. 이 현상은 일식을 이용하여 에딩턴이 별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관측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잘 증명하였다. 결국 중력이란 휘어진 공간에서 발생하는 자연 현상이었던 것이다.

 중력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해석은 중력의 문제를 매우 어렵게 바꾸어 버렸다. 그렇다면 중력이 어마어마하게 강해지면 공간도 심하게 왜곡될 것이고,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깊이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태양보다 약 10배 이상 무거운 별들은 수소 에너지를 다 소모하고 나면 대 폭발을 일으키면서 초신성이 되고, 그 잔해는 블랙홀로 남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최근까지만 하여도 블랙홀이란 가상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였지만, 지금은 수많은 블랙홀들이 발견되고 있고, 어떤 블랙홀들은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 이상 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거대한 은하들의 중심부에는 태양 수백만 배의 질량을 갖는 블랙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블랙홀이 천문학과 상대성 이론의 중심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력하여 가까이 접근하면 빛조차도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다시 나오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블랙홀 그 자체는 절대로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주위의 물체들이 블랙홀 근처에 접근하면 강력한 중력에 의하여 분쇄되고 찢어지면서 엄청난 가속도를 가지고 빨려 들어가는 도중에 강력한 엑스선을 방출하므로 블랙홀의 존재는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중력파란 무엇인가?=그러면 중력과 중력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태양이나 블랙홀이 주변 공간에 만들어내는 중력은 곧 정적인 상태의 공간의 비틀림이다. 공간은 비틀어진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그형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만약 이 상태에서 태양이나 블랙홀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비틀린 공간은 원래의 평평한 상태로 되돌아가려고 할 것이다. 즉, 공간의 움직임 곧 공간의 동적인 상태가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공간의 움직임은 파도처럼 우주 속에서 멀리 퍼져나가게 된다.

 고요한 수면이 정적인 중력이라면, 돌을 수면에 던져서 발생하는 원형의 파동이 수면 위를 퍼져나가는 것이 곧 중력파라고 볼 수 있다.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가장 강력한 것은 <그림 2>처럼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 공전하는 경우이다. 혼자 있는 블랙홀은 정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적인 중력만 발생하여 중력파를 만들어 내지 못하지만,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 회전하게 되면 비틀린 공간은 물결파처럼 계속 변하면서 우주 공간을 퍼져나간다. 이러한 중력파동도 수천만 광년 이상 떨어진 지구까지 도달하는 동안 너무 약해져서 검출이 어렵다. 서로 회전하는 두 개의 블랙홀은 결국에는 합체가 되는데, 이 순간 강력한 중력파가 발생하게 되므로 이 순간의 중력파를 측정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

 중력파 검출 장치=중력파는 매우 약하여 매우 예민한 측정 장치가 아니면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기도 했던 칼텍(CALTECH) 물리학교수 킵 쏜(Kip Thorne)은 1984년부터 중력파 검출을 위하여 장거리 레이저를 이용한 중력파 검출장치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 Wave Observatory)를 개발하는 팀을 구성하였다. 이 레이저 장치 LIGO는 전통적인 마이켈슨 간섭계의 크기를 4km나 되게 어마어마하게 크게 제작함으로써 그 감도를 매우 높게 만든 것이다. 중력파가 지구를 지나갈 때 공간이 출렁거리면 간섭계의 길이도 미세하게 변화하게 되고, 가로 방향 간섭계와 세로 방향 간섭계를 왕복하는 레이저 광의 왕복 시간도 미세하게 차이가 나게 된다. 레이저 간섭계는 이 미세한 차이를 읽어냄으로써 중력파가 지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IGO는 진동에 매우 민감하므로 지진이나 기타 자동차의 움직임 등의 진동 잡음으로부터 중력파 진동 신호를 구별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였다.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진행하므로 약 3,000km 떨어진 미국 서부 워싱턴 주 핸포드(Hanford)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턴(Livingston)에 2개를 설치하여 동일한 신호가 약 0.01초의 시간차이를 두고 신호가 발생하게 함으로써 검출된 신호가 잡음인지 중력파인지 알수 있게 하였다.
 
 새로운 과학=중력파의 검출 성공은 이미 잘 검증된 상대성 이론이 예측하였던 터라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태성 이론은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잘 검증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는 데 성공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일단 중력파의 검출에 성공하였으므로 장치를 개량하여 훨씬 성능 좋은 중력파 검출장치를 건설할 수 있다.

 둘째, 중력파 검출장치는 그동안 우주를 탐사하는 데 있어서 오직 빛에만 의존하였던 것에서 벗어나 중력을 이용하여 우주를 탐사하는 새로운 천문학을 개척하는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은하의 중심부나 블랙홀의 내부, 초신성 폭발 과정 등은 빛으로 직접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이미 중요한 물리적 과정이 모두 완료된 이후에 방출되는 빛을 보는 것으로는 더 깊은 현상을 탐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중력파는 빛이 보지 못하는 깊은 천문 현상을 직접 관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블랙홀이나 시공간의 본질을 연구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중력파는 별의 내부, 초신성 폭발 과정, 블랙홀의 구조와 형성 과정, 시간과 공간의 비밀과 같이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에서 가장 심오한 영역을 탐사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셋째, 한계에 이른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물리학은 19세기까지 3차원 물리학의 시대를 지나, 20세기에는 아인슈타인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4차원 물리학 시대를 지나왔다. 현재 남아 있는 물리학과 천문학의 과제는 4차원 이론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21세기는 5차원 물리학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중력파 검출 성공은 5차원 물리학 시대를 개척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넷째, 중력파 검출은 중력이라는 힘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자연계에는 4가지 근본적인 힘이 존재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느끼는 중력을 비롯하여 전자기력, 약한 핵력, 그리고 강한 핵력이다. 약한 핵력과 강한 핵력은 원자핵 내부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 늦게 발견되었다. 강한 핵력은 방사능 에너지의 원천으로써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갖는 힘이며 오직 원자핵 내부에만 존재한다. 중력은 가장 약한 힘이고, 우주 끝까지 스며있는 광범위한 힘이며 가장 잘 알려진 힘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그 본질이 이해되지 않고 있는 심오한 힘의 한 종류이다. 중력은 5차원 공간을 지나갈 수 있다고 믿어지고 있다. 중력파를 이용해서 이러한 중력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지고, 5차원 물리학의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고, 양자역학이 수립되던 1900년대 초에는 이러한 새로운 과학 현상과 이론들이 어디에 쓸모 있을지 과학자를 포함하여 아무도 몰랐었다. 오늘의 상대성 이론은 정밀 관측과 우주 탐사에는 가장 중요한 과학이론이고, 양자역학은 반도체를 비롯한 IT 기술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기본 이론이다. 당장 현재의 기술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기초 과학 연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상대성 이론을 넘어 물질과 시간과 공간의 본질을 이해하여야 한다. 이러한 심오한 지식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것이 자연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이라면 인류의 미래와 직결될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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