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 ‘좋아요’가 아닌 “좋아요”
[그래도 괜찮은 하루] ‘좋아요’가 아닌 “좋아요”
  • 문희영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16.03.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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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잠을 깨우는 알람 소리에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났다. 그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식사? 샤워?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바로 ‘스마트폰 들여다보기.’ 일단 현재 시간을 확인하고 곧장 반자동적으로 페이스북 어플에 손가락을 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등굣길에서도, 수업시간 전후에도 마찬가지. SNS를 들여다보면서 친하진 않지만 안부 인사 차, 습관적으로 ‘좋아요’버튼을 누르곤 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는 ‘좋아요’와 같은 감정표현 단추가 추가됐다. ‘좋아요’ 외에도 최고에요, 웃겨요, 멋져요, 슬퍼요, 화나요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껏 페이스북 친구들과 인사차 ‘좋아요’를 누르던 것이 이제는 다섯 가지 감정 중 하나를 표시하는 것으로 감정 표현의 폭이 넓어졌고 이제 이것이 보편적 소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감정표현이 다양해짐에 따라 페이스북이 보다 ‘인간’스러워졌다. 그렇다면, 과연 그것을 이용하는 우리들도 더 ‘인간’다워졌을까? 우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진정한 감정표현을 하는 것이 아닌 의미 없는, 기계적 감정표현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도 장시간 사용하면 배터리가 방전되듯,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몸부림치다 보니 어느새 마음의 배터리도 방전됐고 우리 감정 상자에도 그 바닥을 보이고 말았다. 해외 한 언론에서는 ‘당신이 호감을 느끼고 있는 이성이 당신의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자주 누른다 해서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속단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우리는 친구들, 가족들, 지인들과 하루에도 수십 번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우스운 내용이 아님에도 ‘ㅋㅋㅋ’를 연신 반복하고 있다. 얼굴은 무표정인 채 말이다. 이모티콘으로는 쉽게 울고, 웃고, 기뻐하면서도 정작 현실 세계에서 진실된 마음은 자신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로봇처럼 무감각한 존재로 살아간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자칫 잘못하면 다른 사람 눈에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저 이모티콘 하나로 모든 것을 대체하며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오늘날 SNS, 각종 메신저 등을 통해 우리는 감정을 보다 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감정표현 능력, 공감 능력은 향상됐을까? 미국 노스웨스턴대 애덤 웨이츠 교수는 “공감과 같은 감정이 남발되면 정작 감정이 드러나야 할 때는 점점 더 무감각해진다”고 말했다.
오늘날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정작 진정한 공감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할 때이다. 눈 뜨자마자 누르던 ‘좋아요’가 아닌 당신 주위의 사람들에게 “좋아요”라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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