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얘기 한번 들어볼래?
우리 얘기 한번 들어볼래?
  • 최무진 기자, 박민정 기자
  • 승인 2016.03.14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재찾기
▲ 전체회의

 

 

 

 

 

 

▲ 취재원 섭외 및 인터뷰
▲ 기사작성 완료
▲ 편집

 

 

 

 

 

 

 이번 호에 쓸 보도 소재를 찾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우리 대학교 홈페이지, 각종 회의록 등 소재가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찾는다. 하지만 죄다 평범한 내용뿐이다. 가끔은 시끌벅적한 타대학교가 부럽다. 시의적절하고 중대한 소재를 찾아 학우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마우스품을 판다. 드디어 찾았다. 하지만 내용이 부족할까봐 걱정이다. 내일 관계자에게 전화해서 내용을 좀 더 알아봐야겠다.

 9시 수업을 마치고 편집국에 들어왔다. 어제 그 소재가 보도 소재로 적절한지 확인하기 위해 미리 알아온 연락처로 전화해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손에 힘이 빠졌다. 별 내용이 없다. “찾아 놓은 여러 소재 중 하나는 쓸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 기대가 사라졌다. 다시 소재를 찾기 시작한다. 공들인 끝에 하나를 건졌다. 직속 선배에게 보고했다. 어떤 방향으로 쓸지 어떻게 다룰지, 누구를 만날지 보도 정리를 하라고 한다. 다행이다.
 
 전체회의가 있는 날이다. 화요일 오후 7시가 되면 각 부서의의 보도정리와 기획서를 한데 모아 회의를 시작한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내 마우스품이 폐기될지, 빛을 발할지 결정된다. 보고를 마치고 보니 선배의 표정이 애매하다. 아무래도 회의를 끝내고 야근할 준비나 해야겠다. 이어 영대신문 페이스북을 담당하는 ‘디지털콘텐츠’ 기획담당 회의가 시작된다. 기사의 특징을 고려해 링크뉴스, 카드뉴스 등 어떻게 기획할지 정한다. 기획팀 담당자의 기획 아래 ‘디지털콘텐츠’ 제작팀은 콘텐츠 제작을 완성한 후, 페이스북에 올린다. 나도 모르게 ‘좋아요’ 수를 5분 간격으로 확인하게 된다.

 이제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된다. 취재원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 시간과 약속 장소를 잡아야 한다. 기사 작성이 늦어지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가 취재원이 취재를 거부하는 것이다. 미리 알아둔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컨택’을 시작했다. “꼭 기사로 써야겠냐”며 말투가 퉁명스럽다. 기분이 안 좋아지려는 찰나 “그럼 언제 볼까요?”라고 취재원이 물었다. 이 분 ‘츤데레’였다.

 기사와 관련해 학우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앙케이트를 하기로 했다. 중앙도서관 지하에서 지나가는 학생에게 스티커를 붙여달라는 호객행위를 시작한다. “스티커 좀 붙여주시겠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크하게 지나간다. 갈수록 날 향한 외면이 적응된다. 눈길조차 피하는 사람은 ‘바쁜 일이 있을거야’라고 생각해야 내 마음이 편하다. 점점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적응된다. 파리 날리던 앙케이트가 갈수록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만하면 됐다” 생각하며 신문사로 돌아간다.
     
 금요일은 레이아웃 회의 날이다. 레이아웃은 신문의 지면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고교시절 미술 실기를 꼴찌한 적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피카소로 빙의한다. 레이아웃을 짜고 직속 선배에게 보여줬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괜스레 뿌듯해진다.
 
 취재원과 인터뷰를 약속한 날이다. 편집국에 있는 카메라와 질문지를 챙기고, 약속 장소로 나선다. 취재원이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더니 진짜다. 인상 좋은 취재원에게 불편한 질문을 하는 것이 미안하다. 하지만 학우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려면, 예민한 질문이 포함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독하게 마음먹고 질문을 이어간다.

 보통 인터뷰 시간을 취재원 일정에 맞추다 보니, 수업시간이랑 겹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교수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양해를 구해야겠다. 공인출석계를 발급받았지만, 받아주실지 걱정이다. 다행히 교수님께서 받아주셨고, 그것도 모자라 격려도 해주셨다.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고, 큰 힘이 됐다.
      
 마감을 시작하는 날이다. 기사를 작성하고, 퇴고를 받기 위해 직속선배에게 기사를 넘겼다. 퇴고를 끝낸 직속 선배가 나를 불렀다. 선배가 내 기사에 낙서를 해놨다. 아니, 자세히 보니 수정하라는 표시였다. 수정할 내용이 너무 많아 낙서로 착각했다. 수정하고 넘기고 퇴고의 연속이다. 이날은 본격적으로 기자들이 밤을 새기 시작하는 날이다. 아예 갈아입을 옷을 갖고 오는 기자도 있다. 여기자들이 하나둘씩 세면하고 올 때마다 낯선 사람들이 들어온다. 피카소는 쟤네들이었다. 기자 대부분이 기사 퇴고를 받고 있다.  동기 기자들과 막간을 이용해 만담을 나누기도 한다. 늦은 새벽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잤다. 서로 부대껴 자다보니 어느새 가족 같다.
     
 이어서 교정위원 선생님, 주간·부주간 교수님의 퇴고가 시작된다. 퇴고는 긴 시간 동안 이어졌고, 다음날 새벽이 되자 모든 일정이 끝났다. 완성된 파일을 중앙일보 사업장에 보냈고 이로써 신문 제작 과정은 끝났다. 고단하지만 뿌듯했다.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 첫 차를 탔다. 피곤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몸의 고단함과 만족감은 비례한다. 집에 도착해 다음 호에 쓸 보도 소재를 찾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영대신문 52기 女기자들의 토크타임

>>이남영  문화부 기자
 수습기자 시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면?

 로드인터뷰 당시 “학교를 위해 일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대학신문의 목표는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것인데, 그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충격적이었다. “정말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내는 기사를 쓰겠다”라는 언론관이 정립된 순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 무엇인가?
 스쿨버스와 관련한 기사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 간 소재였으나 생각보다 사안이 커졌었고, 결국 편집국장님이 나서서 수습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일명 ‘스쿨버스 전담 기자’가 된 듯하다.(웃음)

 영대신문에서 일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만약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교무처장이나 무형문화재 장인을 만나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취재원들을 만나는 매 순간이 인상 깊다.

 후배가 될 수습기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꿈이 다양한 친구였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친구가 후배가 된다면 즐겁게 같이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수희 사회부 기자
 작성한 기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1621호 사회기획인 ‘대구지하철참사’ 관련 기사이다.  만나야할 취재원 가운데 참사 피해자들의 유가족이 많아 인터뷰 중 눈물을 참느라 힘들기도 했다. 사회부 기자들 모두가 마음을 담아 쓴 기사였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영대신문에서 일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
 정해진 시간 안에 기사로 쓸 내용을 찾지 못하면 초조하고, 일을 하다 보면 귀가가 늦어질 때가 있다. 그 중 제일 어려운 부분은 동기나 선배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고민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대신문에서 계속 일하는 이유는?
 일이 즐겁다. 기사거리가 정해지면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할지 그림이 그려진다. 진심을 다해 기사를 쓰면 기분이 좋고, 기사가 원하는 대로 잘 나오면 행복하고, 신문이 발행되면 뿌듯하다. 일이 마치 마약과 같아 놓지를 못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