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리스트] 인문을 지키는 힘
[나도 칼럼리스트] 인문을 지키는 힘
  • 장귀용(동양철학 박사과정)
  • 승인 2016.03.1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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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시국이 시끄럽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싸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인해서 껄끄럽고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해서 선거구가 사라진 상황이지만 정치인들은 문제해결은 하지 않고 서로를 비난하기 바쁘다. 요즘 학교도 안팎으로 상당히 소란스러운 일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정국에서도 항상 단골처럼 나오는 말이 있다. “인문학의 위기다” 그 옛날에는 “도학의 위기”, “진리 상실의 시대” 등으로 이야기 됐을 법하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당연하게도 요순의 태평성대, 팍스 로마나 같은 좋은 시절은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우리네 삼국시대나 후삼국시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전쟁통, 우리가 자주 읽는 초한지의 원인이 되는 진시황의 폭정,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가 활약한 삼국지의 위진남북조시대, 5대 10국 시대 등등 세력다툼과 십자군전쟁, 알카에다, IS같은 종교 전쟁과 테러,  세계대전까지 혼란하고 잔혹했던 시절이 더 많았다. 이러한 시대들은 인문학이 상실되고 이기심과 욕심이 가득했던 시대였다. 그러니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지금은 인문학 시대”보다 더 익숙할 밖에….

 생각을 돌려서 인문학계 스스로 돌이켜보건대 위기를 노래하면서도 진정 인문의 길을 모색해 왔는가? 스스로 반성적 통찰을 해보면 ‘파벌’, ‘질투’, ‘붕당’, ‘환국’, ‘모반’이 더 큰 면적을 차지해 온 것이 아닌가하는 슬픈 현실이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이러한 시국에서 나는 “과연 인문학의 위기는 세상에서, 외부에서 온 것일까?”라는 조금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옛 성현은 “학문이란 ‘위기지학(爲己之學-나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어야 하지 ‘위인지학(爲人之學-남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던가?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남이 뭐라고 하건 굳은 마음으로 자신의 길을 실천해 가는 것. 이것이 ‘신독(愼獨-혼자 일 때, 스스로 삼감)’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때론 자신이 가고자 한 그 길을 묵묵히 걸어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공자는 “중용의 선비가 없다면 狂者를 취하겠다.”고 한 것이리라. 세상에 비타협적이고 고집 센 사람이 최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작금의 사람들은 모두 외부의 압력 탓, 환경 탓, 남 탓, 탓탓탓에 여념이 없다. 단언컨대 세상은 원래 이기적이다. 인문학은 그런 세상임을 알면서도 홀로 나아가는 고독한 길이리라.

 지금 여기 비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씨앗을 뿌린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외부에 상관없이 자신만을 키우고 닦을 따름인 것이 인문학이요, 그것이 인문학을 변함없이 지켜온 힘이리라. 권위에 기대고, 알량함에 기대고, 그러면서도 “나는 인문학자요”라고 떠드는 자가 많아질 때 위기는 오는 것이리라. 어떻게 지금 씨앗을 뿌려 당장 열매가 맺힐 것인가? 천고의 뒤에 오는 백마 탄 초인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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