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요’ VS ‘기초 학문’, 대학의 선택은?
‘산업 수요’ VS ‘기초 학문’, 대학의 선택은?
  • 이경희 기자, 이남영 기자
  • 승인 2016.02.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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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30일, 교육부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이하 프라임사업)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이에 현재까지 약 70개의 대학이 프라임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고, 현재 사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프라임사업에 대한 학내구성원들의 찬반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우리 대학교도 같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교는 이 사업에 관한 어떤 의견들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학생들을 위한 사업?=프라임사업은 대학들이 사회수요에 맞게 자율적으로 학부(과)의 인원을 조정해 학생의 진로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처음 교육부가 제시한 프라임사업은 사회가 원하는 인력과 대학이 키워내는 인재 간의 차이가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했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의 체질개선을 통해 학생들이 지금보다 직장에서 전공을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우리 대학교 역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미충원 사태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프라임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교는 산업수요에 맞는 학부(과)에 맞추어 인원조정을 하고 학사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학생 진로역량 강화와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현재 반값등록금 정책 등으로 인해 대학의 투자 여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본부 측은 “사업 선정 시 지원되는 대규모 교육지원 국고지원금은 우리 대학교의 교육역량강화를 위한 투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며 “대규모 국책사업 선정에 따른 대외 이미지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 주장했다. 정현열 공과대 학장(모바일정보통신공학과) 역시 “프라임사업에 찬성한다”며 “교육환경 개선, 대학 전체 평균 취업률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프라임사업 진행에 대해 반대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먼저 산업수요가 높은 학부(과)의 인원을 늘린다고 해서 청년들의 일자리가 확대될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문주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일자리 문제는 대학이 아닌 사회의 문제인데, 이를 왜 대학이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다”고 전했다. 박시영 씨(경영3) 역시 “땜질식 처방이 아닌 학생들이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만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더 나은 평등구조를 확립해 나아가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과대 교수 측은 이 사업을 “기업논리로서 교육적 관점이 철저히 배제돼있다”고 보고 있다. 이어 입학 성적과 취업률 등 일부 지표를 가지고 각 학부(과)를 평가하는 것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본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회수요 중심의 대학 체질개선이라는 이유로 정원 조정을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취업에 취약한 기초학문 학부(과)가 불리해져 기초학문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설명회 당시, 이광오 교수(심리학과)는 “기초학문의 위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고민과 방안이 제시돼야 하는데 일체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세붕 기획부처장은 “기초 학문 유지 부분은 현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규정을 통해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소통문제?=프라임사업 논의가 한창 활발하게 진행되던 지난 1월 14일, 우리 대학교 사범대 대강당에서 프라임사업 설명회가 개최됐다. 우리 대학교의 프라임사업 추진 계획(안)에 대한 설명이 설명회의 주된 내용이었으며, 총장과의 질의·응답으로 설명회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당시 설명회에서는 본부와 학내구성원들 간에 마찰이 생긴 모습을 보였다. 총장과의 질의응답 중 이승렬 문과대 비상대책위원장(영어영문학과)은 “총장님께서 저희 목소리를 듣지 않으시는 것 같으니 이만 퇴장하도록 하겠다”며 설명회에 참석한 문과대 교수들과 ‘프라임사업 반대’를 외치며 퇴장했다.

  문과대 교수들이 제시한 성명서에는 ‘프라임사업 공청회에 참여한 교수들의 항의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논의 과정이나 동의 절차 없이 결정된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본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결정을 미리한 후, 대학구성원들과 소통을 하려 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김문주 교수는 “안이 결정됐으니 이 안을 따라오라는 것이 아닌, 그 안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될지 구성원들과 논의·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논의의 장, 공론의 장이 진심으로 구성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반면 김삼수 교무처장은 “타 대학에 비해 우리 대학교의 소통과 관련한 문제는 없으며, 본부와 교수 간의 소통은 예전부터 원활히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학생들 역시 본부와의 소통 문제로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달 29일 우리 대학교 자유게시판에 문과대 대학원생들의 성명서가 올라왔다. 성명서에는 문과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프라임사업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와 함께 본부 측이 대학의 구성원인 학부(과)생 및 대학원생에게 사업에 관한 어떤 정보와 설명회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진우 문과대 학생회장(문화인류4)은 “본부 측에서 프라임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것을 먼저 알려준 적이 없다”며 “학생들을 위한 사업이라 칭하는데, 그렇다면 학생들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입장을 보였다. 곽병철 총학생회장(신소재공4) 역시 “미래를 대비한 대학의 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일방적이고 협의 없이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총학생회에서 앞장서서 대학본부를 상대로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대학교의 현황은=현재 우리 대학교는 기존 진행하던 사업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프라임사업 대형(입학정원 10%[최소 100명 이상] 또는 200명 이상 이동)에 참여할 것임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원 감축 및 이동 범위를 결정, 추진하고 있으며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사업계획서를 쓰고 있다. 또한 3월 18일까지 대학 교육편제 및 학생정원 조정에 따른 학칙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31일까지 학칙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본부는 지난 1월 14일에 진행된 프라임사업 설명회 당시 언급된 ‘정원 감소 분야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며, 이와 관련된 대책은 규정화 등을 통해 신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프라임사업에 참가하는 대학들은 오는 3월 말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선정평가를 해 4월 말 최종 선정 대학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세붕 부처장은 “학내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위해 설명회, 공청회, 간담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협의하고 설득 중이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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