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나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 문희영 기자
  • 승인 2016.02.2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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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릇파릇한 새싹이 피어오르는 봄을 시샘하듯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입학, 개강, 졸업,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기라도 하듯 말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새 마음 새 뜻을 저 푸른 하늘 위에 그리며 새로운 시작을 상상하지만, 또 한 학년이 올라갔다는 부담 때문인지 어딘지 모르게 움츠러들기도 한다. 청춘의 마음에 찾아온 꽃샘추위가 오래도록 스스로를 괴롭히는 듯하다.

 이제 3학년이 된다는 부담 때문인지, 지난 겨울방학 동안 이전보다 많은 계획을 세웠다. 중국어 공부, 자격증 공부, 스터디 활동, 대외활동 등. 이전 같았으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런저런 핑계들로 계획들을 외면했을 것이지만, 이번은 달랐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리저리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 덕인지 계획했던 모든 것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1~2가지는 실행했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중국어 왜 해? 토익이나 하지’, ‘신문사 아직도 해? 3학년인데 공부 안 해?’ 등 나의 결정에 회의감을 들게 하는 말들이 내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것들을 무시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그 때문인지 어딘가 움츠러들고 주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농담처럼 한 말일지 몰라도 내 마음은 어딘지 찝찝했다. 한편으론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 같아 괜히 신경 쓰이기도 했다. 가뜩이나 잘난 것도 없는데, 더 어리석게 보고 비웃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몇 번을 지웠다 다시 쓰길 반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남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이런 것이 스포트라이트 효과일까. 마치 스포트라이트가 한 사람을 자세히 비추듯,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불편하고 거슬리게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바라보고 신경 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과연 그럴까? 필자가 내린 결론은 ‘NO’이다. 의외로 사람들은 나의 행동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뭘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하는지, 꿈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고, ‘나 이거 공부해’라고 말했던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쓸데없는 감정 소비를 한다. 지나친 자의식이 때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인 토마스 길로비치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지적한다. 토마스는 한 실험을 진행했다. 한 남성에게 나이 많은 가수의 얼굴이 그려진 빛바랜 티셔츠를 입혀 수업에 참여하게 했다. 그 남성은 다른 학생들이 금방 이상하게 여기고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강의실에 있던 학생 중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23%에 불과했다.

 미국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윌러스는 “내가 우주의 절대적 중심자이자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잘못된 믿음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에게나 세팅돼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조금만 덜 오만해지자”고 제안한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믿음을 버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세상의 중심일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나만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조금만 벗어났다면 삶이 조금 편안해 질 것이다. 눈치 보지 말자. 우리는 실수할 수 있는, 조금 부족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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