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고전의 미를 찾아서
한복, 고전의 미를 찾아서
  • 백홍 준기자, 하지은 준기자
  • 승인 2015.11.30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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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전통의복인 한복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최근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개성이 됐다. 이에 한복이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한복 본래의 의미에 대해 알아봤다. 또 본지의 기자들이 직접 생활한복을 입고 체험하며 한복 고유의 미를 탐구해 봤다.

사진제공 덕성여자대학교 한복 동아리

우리 품으로 돌아온 한복의 현재

 최근 20대 사이에서 한복을 입고 고궁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과거 한복은 고리타분하거나 불편해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현대적으로 변형된 디자인과 편한 착용감으로 일상복으로도 기능한다. 2천 년을 유지해온 우리 고유의 전통 의복인 한복에 다시 주목하고 있는 지금, 한복의 미와 가치에 대해 알아보자.

 고전미의 한복, 트렌디함을 입다=1980년대 이후로 우리의 의복은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서양식의 기성복이 대중을 이뤘다. 이후 우리의 전통 의복인 한복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으며, 한국 패션계의 추세도 서양 위주로 변모해 갔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들이 자발적으로 생활한복을 대여하거나 구매해서 입고 있다.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이 하나의 놀이문화가 되며 한복이 다시 우리 일상생활에 들어오고 있다.

 한복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20대를 겨냥해 일상성과 디자인적인 측면이 고려된 생활한복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복의 깃, 고름, 아름다운 선 등의 디테일적인 요소, 다양한 소재, 단색에 패턴을 입혀 응용한 디자인이 젊은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박경애 교수(의류패션학과)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생활한복이 전통한복의 디자인을 그대로 고수하지 않더라도 한복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캐주얼하고 간편한 생활한복을 대중적으로 소비하기 위해선 디자이너들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복의 가치 재발견과 한복 산업의 발전=지난 16일 경상북도에서 ‘한복의 위상 정립과 한복문화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한복의 가치는 한복이 가진 문화적 정체성이 현대의 우리에게 자긍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문화산업으로서의 중요성도 부각됐으며 인문, 사회, 예술 등과의 적극적인 협업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한복산업 발전을 위해 여러 관련 산업을 추진 중인 경상북도는 지난해 12월 ‘경상북도 한복착용문화 진흥조례’를 제정했으며, 체계적인 연구와 한복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경북 상주에 한복진흥원 건립을 확정했다. 이경곤 경상북도 문화융성사업단장은 “한복업체 및 한복종사자의 37%가 경상권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경상북도에서 한복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민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사회 전반적으로 전통문화가 확대된다면 한복도 경쟁력 있는 국가브랜드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복의 명맥을 이을 교육산업의 부재=현재 우리 대학교 의류패션학과에도 한복 복식사와 한복구성 수업이 있지만 매년 개설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의류패션학과 졸업생 중 한복과 관련된 업계로 진로를 정하는 학생은 소수에 그쳐 그 명맥을 겨우 잇고 있다. 박경애 교수는 “아무래도 취업이 잘 되는 업계로 학생들의 관심이 치중되다 보니 전통 의상보다는 서양 패션과 관련된 교육이 위주인 것은 사실이다”며 “앞으로 한복 관련 수업을 증설하거나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교수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대학교육에서는 한복전문가를 육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배화여자대학교에 전통복식학과가 있었던 적이 있으나 최근 폐과됐다. 이에 대해 박선영 한복진흥센터 팀장은 “한복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의류학과나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한복과 관련된 수업을 필수적인 과목으로 들을 수 있도록 교육 기반을 제공하고 관련 기관에서는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 장승민(식품공1)
▲ 쇼핑몰 '리슬' 황이슬 대표

한복이 일상복이 된 이들을 만나다

 덕성여대 한복 동아리 ‘꽃신을 신고’
 덕성여자대학교에는 한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 ‘꽃신을 신고’가 있다. 2011년 처음 만들어진 이 동아리는 한복이 더 이상 홀대받지 않게 하려고 힘쓰고 있다. 1년에 한 번 동아리 구성원들 사이에서 자체적으로 열리는 한복파티는 동아리 ‘꽃신을 신고’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이 파티는 교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외부인도 참여할 수 있어 전통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파티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며, 한복이 외면받는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성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복문화진흥단 소속인 한복놀이단과 함께 신촌에서 한국식 할로윈 파티를 여는 등 대외적인 활동 또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동아리 ‘꽃신을 신고’의 회원인 차수민 씨는 평소 한복을 좋아했고, 한복을 입을 기회가 많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한복파티를 손수 기획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동아리에 가입하게 됐다고 한다. 또 차수민 씨는 자신에게 한복의 의미는 ‘어떤 옷보다 아름답고 항상 입고 싶은 옷’이라 전했다. 그는 “한복은 그저 옛것이 아닌 요즘도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우리만의 고유한 의복”이라며 “한복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생활한복을 즐겨 입는 하주영 씨(시각디자인1)
 하주영 씨가 처음 생활한복을 입기 시작한 것은 올해 여름부터다. SNS에서 생활한복을 접하게 된 후로 생활한복을 입게 됐다. 하주영 씨가 여름에 즐겨 입던 생활한복은 통풍이 잘돼 시원하게 입을 수 있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특별한 날 입고 다니기에 좋았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 한복 특유의 독특한 색과 한복 곳곳에 들어가 있는 전통 문양의 자수에 매료됐다고 한다. 또 어머니께서 평소 한복을 즐겨 입다 보니 남들과는 달리 한복에 대해 친숙함을 느끼고 있었다. 현재 그는 원피스처럼 디자인된 생활한복, 허리 아래로 넓게 퍼지는 허리 치마, 도포에서 디자인을 따와 걸치기 좋은 생활한복 등 다양한 종류의 생활한복을 소유하고 있다.

 한복이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간다고 하지만 하주영 씨는 생활한복을 입고 다닐 때면 “나도 입고 싶은데 어디서 샀느냐?”, “멀리서 보니 정말 예쁘더라” 라며 말을 건네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럴 때마다 한복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느꼈다고 한다.

 유명 생활한복 쇼핑몰 ‘리슬’ 황이슬 대표
 황이슬 씨가 처음 생활한복 쇼핑몰 창업을 결심한 때는 바로 대학 시절이었다. 대학 축제 때 본인이 입을 옷을 직접 만들 기회가 생겼고 한복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한복을 직접 만들어 입었다. 축제가 끝나고 본인이 직접 만들었던 한복을 사려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점차 사업으로 확장해나갈 것을 결심했고, 그렇게 현재 생활한복 쇼핑몰 ‘리슬’과 전통한복 기업 ‘손짱’의 CEO가 됐다.

 황이슬 씨가 직접 만든 한복 중에는 ‘철릭 원피스’라는 것이 있다. 이는 과거 신하들이 즐겨 입던 ‘철릭’이라는 의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하게 된 독특한 여성용 원피스다. 깃과 고름을 없앤 디자인으로 평소에 부담 없이 입고 다닐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생활한복 중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황이슬 씨는 사업을 시작한 이래 사기를 당한 적도 있었고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가시 돋친 말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복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자신의 옷을 보며 예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이슬 씨는“한복이 점차 보편화 돼 언제든지 옷장에서 꺼내 입을 수 있는 청바지 같은 옷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본지의 기자는 생활한복을 입고 하루 동안 생활해봤다.

생활한복을 직접 입어본 기자들의 체험기

 >>백 기자 曰
 생활한복은 전통한복의 불편한 점을 개량해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도록 만든 옷이다. 점차 일상에서도 입기 편한 한복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 비해 실제로 주위에서 입는 사람이 많지 않아 선뜻 입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한복에 관한 기사를 쓰게 되면서 생활한복을 입을 기회가 생겼는데, 예상과는 달리 일상복과 함께 입어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생활하기에도 편했다. 생활한복을 입은 모습을 본 사람들도 대부분 “한복이라 고전적인 느낌이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보니 세련된 느낌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생활한복을 입고 생활하면서 뿌듯했던 것은 먼저 한복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와 준 사람들 덕분이었다. “보기 좋다”, “예쁘다”라고 말하며 다가온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이제는 한복이 그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옛것이 아니라, 작은 노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일상적인 옷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한복을 입고 나니 한복이 친숙한 옷으로 다가왔고 우리나라 고유의 옷인 한복이 자랑스러웠다.

 >>하 기자 曰
 한복은 나에게 늘 기분 좋은 설렘을 안겨준다. 평소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풍성한 치마와 고운 선의 우아함이 있는 한복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어려운 접근성으로 인해 한복을 직접 입어 볼 기회는 적었다.

 이번 기획을 하며 직접 생활한복 쇼핑몰에서 생활한복을 구입해 입고 하루 동안 체험을 해봤다. 상의는 고름이 달리고 자수가 놓였으며 스웨이드 원단이라 부드러운 촉감을 갖고 있었다. 브이자 목라인과 정돈된 고름은 한복 특유의 단아하고 고전적인 미를 담고 있어 마음가짐도 한결 차분해졌다. 하의는 큰 꽃 패턴이 들어갔으며 얇은 코듀로이 원단을 사용하였지만 도톰하게 제작됐다. 겨울에도 입을 수 있는 소재들이어서 한복 안에 옷을 잘 챙겨 입으니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견딜 수 있었다.

 생활한복의 다소 독특한 디자인이 눈에 띄었는지 하루 동안 학우들의 시선을 많이 받았다. 예쁘다고 말해주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며 자신도 평소에 생활한복을 입을 의향이 있다고 한 학생도 많았다. 체험을 하며 앞으로도 여행이나 일상에서 한복을 자주 입고 전통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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