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인문학] 의학과 인문학의 융합 - 허준의 동의보감
[융합인문학] 의학과 인문학의 융합 - 허준의 동의보감
  • 조규민 준기자
  • 승인 2015.11.30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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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상경관 208호에서 신동원 교수의 특강이 진행됐다.

 신동원 교수는 과학사를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문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조선이라는 나라에 특히 관심이 많다. 또한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면서 과학과 문명에 대한 강의를 했다. 현재는 전북대학교의 과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우리 과학의 수수께끼』,『한 권으로 읽는 동의보감』,『의학 오디세이』등이 있다.

 융합이란 무엇인가?=우리는 융합이라 하면 가장 강력한 이미지로 핵융합을 떠올린다. 수소, 삼중수소 등이 만 도가 넘는 고온으로 올라가면 플라즈마로 바뀌고 이것이 결합하면서 무진박대한 에너지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을 핵 융합력이라고 한다. 미미한 개별요소가 핵융합하는 순간 거대한 에너지로 바뀌는 이 현상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은 융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 보잘것없는 존재들이 서로 융합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기술, 학문 등도 융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융합이란 뭘까? 여러분과 내가 만나는 것도 융합이다. 심지어 여러분끼리 수업을 듣는 것도 융합이라 할 수 있다. 홍성욱 교수는『융합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융합이 인류가 닥친 가장 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철학, 물리학, 생물학, 미술 등 하나의 학문만으로 접근해선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각자 분야의 장점을 살려 이전에 없었던 형태로 분출시켜 나가야만 한다.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융합=거창한 것만 같은 융합이 여러분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러분이 듣는 개별전공수업에서는 오로지 하나의 전공만 깊게 공부할 것이다. 예를 들어 창의성 증진 수업에서 한 학생이 아주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치자. 이 학생의 창의성이 증진됐을까?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확고히 다지고 난 후에 다른 부분을 포섭하고 융합시켜야 한다.

 대학에서 융합을 강조한 지 십 년 정도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성공한 융합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융합이라는 말만 내세웠지 존재감 없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융합도 단계, 수준, 전략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섞어 버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 차원에서의 자기 능력을 찾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인생의 성공조건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나의 수준에서 내가 가진 장점,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기본을 두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남과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결국 자기의 장점을 살리고 다른 부분과 융합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허준의 융합=허준이 그린 신형장부도, 중국 송나라 때의 인체 해부 그림, 베살리우스의『인체의 구조에 대하여』라는 책에 나온 그림 중 베살리우스의 그림이 가장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 당시 유명한 화가와 의학자와 함께 그린 것인데 우리는 이런 것에서 의학과 예술의 융합을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중국의 송나라 시대에도 해부를 한 적 있었다. 당시 30명의 도적을 해부했는데, 지금의 군수, 도지사 같은 직위의 사람들이 우리가 알고 있던 인체 구조가 실제로 그러한지 확인하기 위해 해부를 했었다. 결론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이 맞았다는 것이다. 눈과 간의 관계, 심장의 위치 등이 일치했고 그때 해부를 했던 것들이 그림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허준은 이런 그림과 책들을 보고 공부했다. 그리고 자연과 인체의 융합을 통해 의학을 발전시켰다. 그런데 허준의 그림은 송나라 때의 그림보다 훨씬 간단하다. “허준이 의학을 발전시키고 좀 더 공부했다면 복잡해져야 하지 않을까?”란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 퇴화한 것이 아니라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 송나라 때 그린 그림에서 없던 호흡법, 양생법 등의 정보까지 담겨 있다. 허준은 하늘의 기운, 땅의 기운을 인체와 연관지었다.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면 이 부분을 특히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도교의 ‘양생’과 의학의 융합이라 할 수 있는데, 허준은 이 두 가지를 융합시킴으로써 놀라운 효과를 거뒀다. 그리고 동의보감은 아직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의학 서적이며 한의학 방면에서는 이와 견줄만한 서적이 없다고 한다.

▲ 사진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동의보감이란 어떤 책인가?=허준은 인체를 우주와 연관된 존재로 여기고 천지인 그물망 안에서 파악했다. 사람은 천지인의 기운을 받아 양생한다. 보통 의학책에는 어떻게 하면 의학 공부를 잘할까? 부터 시작하는데 반해 동의보감은 그렇지 않다. 동의보감은 ‘사람의 몸은 어떻게 생겼는가?, 사람의 몸은 하늘과 땅의 모습을 본받는가?, 몸의 형체는 어디로부터 유래하는가?’ 등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동의보감에는 내경, 외형, 잡병, 탕액 등의 설명이 있다. 내경은 몸 안이며, 외형은 몸 바깥, 잡병은 여러 가지 병, 탕액은 한약을 달여서 짠 물이다. 또한 2,807개의 표제가 있으며 4,747개의 처방, 264종의 인용서가 있다. 일목요연하고 논리적으로 책을 전개했는데 이전에 유래가 없는 짜임새를 가지고 있다.

 허준이 동의보감을 쓸 수 있었던 이유=허준이 훌륭한 책을 쓰고 인물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허준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총명해 다양한 방면의 경전, 사서를 읽는 데 취미가 있었다. 그가 의학만 공부했다면 동의보감은 절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의학계에서 아주 뛰어난 책을 쓴 사람은 별로 없다. 허준이 동의보감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경전과 사서를 읽었기 때문이다. 넓은 시야에서 사물을 봤기 때문에 훌륭한 책을 낼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동의보감이 상당히 문학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허준은 동의보감을 통해 사상과 의학을 융합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동의보감과 유희왕 카드의 융합=일본 교토에 갔을 때였다. 교수인 친구와 동의보감을 유희왕 카드로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아들이 유희왕 카드에 빠져 관련된 책을 구입해 밑줄을 그으며 공부하는 모습을 봤다. 학교 공부에는 관심이 없던 아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놀라웠다. 그 모습을 보고 동의보감을 유희왕 카드게임처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희왕 카드처럼 인삼, 녹용 등과 같은 약초를 가지고 대결하는 식이면 적어도 사람들이 어떤 약초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쓸모없는 암기를 하면서 정보를 얻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동의보감은 수많은 약초가 있어 놀이로 이용하는 데 아주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을 통해 어떤 약초들이 어떻게 조합했을 땐 사람에게 이롭고, 해로운지를 카드게임으로 할 수 있다면 아주 재밌을 것이다. 유희왕카드의 스토리텔링처럼 정교하게 만들어 나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또한 카드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형태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氣), 음양오행 등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게임과 놀이의 형태로 동의보감을 이용한다면 동의보감과 같은 책을 우리가 친근하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학생들과 질의응답

서양의학이 많이 발전됐는데도 불구하고 동의보감 같은 한의학이 높게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서양의학이 중요한 의학이 됐는데도 동양의학이 인정받는 이유가 있다. 최근에 어떤 의사가 한의학을 이용해 노벨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치료법을 통해 옛날 한나라 시대, 전국시대 때 생겨난 후 한 번도 고쳐지지 않는 병을 고칠 수 있게 됐다. 한의학은 몇천 년을 거쳐서 만들어졌지만 그 후 혁명적인 변화같은 것이 없었다. 한의학은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입증된 치료방법이라는 것이다. 한의학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인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것이다. 서양의 의학은 현대생리학, 해부학, 약물학 등이 혁명적인 과정을 겪으며 발전됐다면, 한의학은 오랜 세월에 거쳐 입증됐다.

 보통 몸이 아플 때 한의원을 가거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습니다. 근데 한의원에서 약을 받아먹으면 병원에서 받는 약을 먹지 말라 하고 병원은 그 반대입니다. 한약과 양약을 섞어 먹으면 몸에 해롭나요?
 아주 융합적인 질문이다. 각 의학이 접근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어떤 학문이든 서로 다른 신념체계가 있다. 이 두 가지가 양립하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수술 후에 “보신탕 좀 드세요”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의사이면서 한의사인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흥미롭다. 한의학이 전염병, 수술 등에는 서양의학에 비해 열등하지만 분명 더 나은 부분이 존재한다. 두 의학을 잘 조합해서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 <신동원 교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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