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본인이 할 건가요?
언제쯤 본인이 할 건가요?
  • 지민선 준기자, 최무진 준기자
  • 승인 2015.11.30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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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커닝하는데 나만 안 하면 성적을 못 받을 거야”, “아무도 모르겠지”, “내가 내 리포트를 인용하는 게 표절이라고?” 이는 시험 기간이 되면 평소보다 더욱 쉽게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자신의 힘으로 학점을 받으려는 학생도 있지만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학점을 받으려는 학생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한 방법, ‘학업 부정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학업 부정행위 경험해본 적 있는가?=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학업 부정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에 본지는 우리 대학교 학생 140명을 대상으로 앙케이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거나, 목격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67.86%(95명)는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32.14%(45명)는 ‘목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조상수 기초교육대 행정실 담당자는 “부정행위로 인해 열심히 한 학생이 피해를 보게 된다. 공정하게 시험이 치러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3년 당시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시험감독 추가 배정에 관한 안건을 논의해 그 기준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시험응시 인원이 70명을 초과하는 경우 시험감독을 2명 배정했으나 50명을 초과하는 경우 2명을 배정하는 것으로 규정이 개정됐다. 이에 대해 조상수 담당자는 “시험 감독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면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건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러한 실상에 김문주 교수는 “학점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더 나은 대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점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5월 서울대학교 한 학과에서 중간고사 시험 당시 집단커닝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서울대학교 측은 부정행위자 2명을 처벌할 예정이라 밝혔다. 최근에는 안경, 펜, 옷 등에 외부와 송·수신할 수 있는 장비를 삽입해 커닝하는 등 그 방법이 기발해지고 있다. 이처럼 학업 부정행위는 교묘한 수법으로 계속해서 행해지고 있다. 이에 학업 부정행위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생각을 들어봤다.

 커닝, 끊이질 않아=우리 대학교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공과대의 경우 시험 시 일부 학생들은 공학용 계산기에 부호 등 교재의 내용을 적어 커닝하는 경우도 있다. 이선화 교수(불어불문학과)는 “구석에 앉아 교묘하게 커닝을 시도하는 학생을 봤으나, 물증이 없어 적발할 수 없었다”며 불쾌한 심정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시험 당시 교수들의 느슨한 시험 감독이 오히려 커닝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험감독 조교에 의하면 “대학 시험은 고교 시험이나, 자격증 시험보다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에 이선화 교수는 “시험감독이 느슨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커닝하려고 마음먹고 시험에 응하는 학생의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A 씨는 “커닝을 했지만 딱히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커닝을 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A 씨는 커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듯 담담한 말투로 답했다. A 씨가 커닝을 한 시험 당시 감독이 소홀했고, 주변에 있던 대다수 학생이 커닝을 했다. 커닝을 실제로 목격한 익명의 B 씨는 “중간고사 시험 당시 한 학생이 휴대전화로 커닝하는 것을 봤다. 이름을 알았다면 고발했을 것”이라고 했다. B 씨는 “커닝을 하는 것은 범죄 행위이며 이것을 방관하는 것 또한 범죄나 마찬가지이다. 학생을 통해 커닝 제보를 받거나 시험 감독을 강화해 커닝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며 “커닝을 방지하기 위해 시험 당시 해당 학과 교수가 아닌 다른 교수가 관리한다면 시험감독을 좀 더 공정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인식 필요해=학업 부정행위는 커닝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표절문제 또한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하지만 표절을 실제로 적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표절을 가려내는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매번 이를 이용해 표절을 추려내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표절 적발 시 학칙에 따라 학점 취득이 취소된다. 이선화 교수는 “표절을 한 학생의 리포트에 0점을 부여한 적이 있다. 학생들의 원성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과제물을 표절하는 경우가 많아 리포트 자체를 지양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는 교수들도 있다. 이에 이선화 교수는 “소수의 부정행위 때문에 다수 학생에게 유익한 학습행태를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문주 교수 또한 “리포트는 시험을 보완하는 성격이 있으며, 시험만으로는 학생을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리포트 지양은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리 대학교 학생 C 씨는 “인터넷에 있는 글을 짜깁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리포트를 쓸 때 이를 참고하면 본인의 의견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표절을 하는 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다. 앞으로 표절을 방지할 수 있는 학칙을 만들어 표절이 근절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남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만이 표절일까? 아니다. 본인이 했던 저작물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도 ‘자기표절’로 저작권법에 어긋난다. 실제로 본지 인터뷰 당시 학생들에게 ‘자기표절’에 대해 물어본 결과, 과반수가 이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한 학생은 “자기 글을 다시 쓰는 것도 표절이냐”며 되묻기도 했다. 이에 이선화 교수는 “1학년 때부터 교양과목을 통해 학업 부정행위에 대한 사전교육을 철저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심으로 치는 시험

 ‘무감독시험’이라고 들어봤는가? 말 그대로 감독 없이 중간·기말시험을 치는 것이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이미 시행 중이며 한동대학교 역시 감독 없이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무감독시험’에 대해 알아봤다.
 
 김남숙 연세대학교 교무차장은 “억압된 분위기가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시험을 실시하면 교수와 학생 간의 신뢰감이 상승한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대학교 조상수 기초교육대 행정실 담당자는 “상호 간 신뢰가 뒷받침됐을 때 우리 대학교도 ‘무감독시험’을 도입하면 괜찮을 듯하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커닝 때문에 반대하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우리 대학교에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시험문제 출제 시 암기형보다는 사고형 문제를 내는 편이다. 그래서 커닝과 관련한 문의는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이와 더불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학생들의 출석을 점검하지 않는 ‘출석체크 자율화’를 추가한 3무(無)정책을 시행 중이다. 고려대학교 측은 시험 도중 커닝하는 학생이 발각되면 이미 인정된 학점이라도 해당 학점을 취소할 예정이다. 고려대학교는 현재 5% 정도의 학과에서 ‘무감독 시험’을 도입했으나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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